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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achi S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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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achi Says 지은이: 김성은, 이광석, 이영철, 우아름 번역: 정윤희, 콜린 모엣 편집: 우아름 미디어버스 발행 디자인: 신신 후원: 서울문화재단, 바라캇 컨템포러리 ISBN: 979-11-90434-13-3 188*258mm / 232페이지/국영문 값 30,000원 책 소개 양아치 작가의 작품집『Yangachi Says』의 제목은 작가의 소셜미디어 ID에서 왔다. 작품집은 미래의 징후를 현재에서 포착하여 이를 작품으로 표현해온 작가의 작업 세계의 큰 줄기를 따라가며,〈양아치 조합〉(2002)부터〈갤럭시 익스프레스〉(2020)까지, 일종의 ‘시간’이라는 구분 아래 그의 작업과 유물론, 시각체계, 연결, 데이터, 미래 등의 키워드 중심의 작업 세계 해제와 함께 구성되었다. 미디어아티스트인 양아치 작가는, 더 정확히 이야기한다면 매체로서의 미디어를 다루는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네트워크라는 개념으로 시작된 작업세계는, 현재 우리의 일상이 된 인터넷 쇼핑몰, 전자정부, 가상세계를 다루었고, 새로운 감각과 신체의 매개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지나, 기존의 시각체계가 아닌 데이터값으로 표현되는 세상의 도래와 이로 인해 흔들어지는 가치체계를 관찰한다. 양아치 작가의 작업은 시간의 충돌과 뒤섞임의 과정을 매개해왔고, 이는 스크린과 웹을 통한 매개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감각하는 세계와 아직 감각하지 못한 세계, 현재와 미래 사이를 매개하는 작업이었다. 데이터, 기술, 사물, 사람, 시각체계의 관계성을 지속적으로 포착해온 작가는 매개체와 매개하는 과정으로서의 미디어 자체에 주목하며 선형적, 고정적 시공간을 확장하고 뒤집어본다. 책 속의 ‘미디어 vs. 미디어아트’는 작가가 1994년부터 현재까지 미디어와 관련된 사건을 모아온 목록으로, 미디어 산업, 이론, 엔터테인먼트, 미술 작업을 아우른다. 이 목록은 미디어 사회와 양아치의 미디어 아트를 연결된 역사로 보며 매체로서의 미디어가 변해가는 과정을 관찰하는 것으로, 작가가 미디어 사회의 예술가로서 보인 반응의 결정체다. 자신이 거쳐온 시간 안에서 양아치 작가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미래를 바라보며, 중심과 주변으로 나뉘어진 가치 체계들이 전복되는 징조들을 탐구한다. 예상치 못하게 현재와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세계가 충돌하는 순간, 그 속에서 반드시 올 미래를 작업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세계를 작품집을 통해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목차•네트워크의 시간: 2002 - 2010     우아름, ‘양아치 가상-유물론의 세계의 해제 혹은 입구들’ •우울의 시간: 2010 - 2017     김성은, ‘양아치 유물론’ •두 개의 은하가 만나는 순간: 2017     이영철, ’게암판 위의 파타포: 《갤럭시 익스프레스》전에 관한 노트'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시간: 2018 -     양아치 x 이광석, ’10가지 키워드에 대한 생각 교환: AI, 로봇, 모빌리티, 에너지, 스마트시티,     사물-네트워크, 감시, 시각체계, 신체 감각’ •양아치 연대기: 미디어 vs. 미디어아트: 1994 - 책 속에서“양아치의 일부 작품들에 길게 따르는 주제어의 행렬은 작품명으로 제시되거나 부가적인 정보로 제공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키워드들이 내러티브를 직접 쌓거나 설명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그 단어들로부터 사물들이 발견되고, 때로는 어떤 사물들이 단어들을 환기하며 상보적 혹은 균열적 관계를 이루는 가운데, 가시적인 것을 재현하는 요소와 비가시적인 것을 드러내는 요소에 대한 결절점을 감지하는 것은 관객의 몫을 남는다. 양아치의 작업은 본다는 행위, 보아서 믿는 행위, 그리고 보는 주체와 보이는 대상 간의 투 명성을 믿게 하는 시각 매체에 대한 질문과 맞닿아 있다. 양아치가 추구하는 매체는 재현의 미디어가 아니라 상연의 미디어다. 기술 세계에서 존재하고 또 어떤 존재가 되게 하는 매개, 기술 매체나 플랫폼인 미디어가 아니라 시간의 구조 속에서 그 매체와 함께 태어나고 변화해 가는 동적인 과정으로서의 매개, 이것이 양아치의 미디어다.” —‘양아치 유물론’ (p. 97) “전미래는 프랑스어에 있는 독특한 시제로 우리가 도착할 미래의 시간 직전에 징후로 알려주는 사건이나 상태를 의미한다. 전시에서의 상황은 제3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세계에서 한 남자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실험대상으로 선택되어 낯선 시간으로 보내지는 크리스 맘커의 유명한 영화 <방파제 (La Jetée)>(1962)와 시제 설정이 동일하다. 우리가 위치값을 측정한다고 할 때의 그 위치는 독립적이지 않다. 그것은 물리 세계에서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집요한 싸움이었고 보어가 깨끗이 이겼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실제 진행되는 것이 ‘시간성의 구성’이자 미결정성의 문제라는 것이다. 시간(역사)은 미리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즉 그것은 보편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 시간은 다양한 물질적인 실행을 통해 절합되고 재-동조화된다. 다른 말로 표현해, 상태, 순간, 파동과 입자와 같이 시간은 그 자체로 특정한 현상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은 양아치 작업을 가로지르는 근본 통찰이다.” —‘게임판 위의 파타포: 《갤럭시 익스프레스》전에 관한 노트’ (p. 130) “인간은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를 재현하기 위해 원근법과 광학 렌즈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다른 눈, 정확히는 비광학적 시각 체계가 주어진다면? 심지어 2개 이상의 수많은 눈으로 세계를 바라본다면? 그래서 ‘단일한 시각 주체’ 라는 서구식 근대성을 완전히 폐기할 수 있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인간 사회가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지 모른다.” —‘게임판 위의 파타포: 《갤럭시 익스프레스》전에 관한 노트’ (p. 131)에서 인용한 양아치의 말. 필자 소개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미술관과 동시대 미술을 연구하는 문화인류학자이자 기획자다. 미디어아트와 신체적·감각적 경험의 관계, 큐레토리얼과 공동·공유개념의 결합 등에 관심이 많다. 이광석 기술문화연구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 전공교수로 일한다. 주요 관심 분야는 기술문화연구, 미디어아트 행동주의, 정보 공유지(커먼즈) 연구, AI자동차와 플랫폼노동 연구에 걸쳐 있다. 이영철 98년 이후 계원예술대학교 미술이론 교수. 미술평론, 전시기획, 공공미술기획에서 일해왔다. 제2회 광주 비엔날레 본 전시 외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으며, 아시아문화개발원(현 문화원) 초대 원장, 백남준아트센터 초대 관장을 역임했다. 우아름 미술연구와 글쓰기 분야 프리랜서. 비평과 창작의 경계에서 작가의 조형언어를 찾아주는 글을 쓴다. 공유재를 생산하는 예술과 그러한 예술의 사용에 관심이 있다. 작가 소개 양아치(b. 1970)는 2000년대 초 웹 기반의 작업을 시작으로 새로운 미디어의 가능성과 그 이면의 사회, 문화, 정치적인 영향력을 비판적으로 탐구해 온 한국의 대표적인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작업 초기에 사용했던 온라인 아이디 ‘양아치’를 예명으로 사용하는 작가는 전시뿐만 아니라 음악, 무용, 건축,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해 미디어의 영역을 실험하고 확장했다. 한국의 사회·정치적인 풍경을 인터넷 홈쇼핑으로 비유한 <양아치 조합>(2002)과 국가적인 감시 메커니즘을 비판한 <전자정부>(2003) 등 웹 기반의 작업을 시작으로, 미디어가 지닌 스토리텔링의 영향력을 실험한 <미들 코리아: 양아치 에피소드ⅠⅡⅢ>(2008-2009), 도심 속 퍼포먼스를 감시카메라로 담으며 가상과 현실 공간의 접점을 탐구한 <밝은 비둘기 현숙씨>(2010), 시각의 세계와 청각의 세계 등 서로 다른 두 세계의 만남을 시도한

오큘로 009 열렬한 희망: 고다르와 이미지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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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큘로 009 열렬한 희망: 고다르와 이미지의 책 발행: 미디어버스 지은이: 오큘로 편집부 발행일: 2021년 10월 10일크기: 120 x 200 mm페이지: 192디자인: 홍은주, 김형재ISBN: 979-11-90434-19-5 93680 가격: 15,000원 책을 내면서 《오큘로》 8호가 나온 지도 어느덧 2년이 넘었다. 정기 간행물은 아니라 해도 연간 두세 권 정도는 발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는데 심지어 2020년에는 단 한 권도 내지 못했다. 오랫동안 새로운 호를 기다렸을 독자들에게 무척이나 죄송한 마음이 든다. 《오큘로》 9호는 올해로 91세를 맞은 영화감독 장뤽 고다르가 2018년에 발표한 영화 <이미지 북>에 대한 텍스트와 이미지 들로 꾸려졌다. 2019년 3월에 가상현실을 특집으로 한 8호(‘A Critical Dictionary of Virtual Reality’)를 발간한 이후, 몇 차례의 논의를 거쳐 《오큘로》 편집부는 9호부터 잡지의 구성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판형도 바꾸어 앞으로는 매호를 하나의 주제나 한 명의 작가에 초점을 맞춘 단행본 형식으로 발간하기로 했다. 그리고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된 이후 국내 개봉 예정이던 <이미지 북>에 9호 전체 지면을 할애하기로 하고 준비에 나섰다. 이것이 대략 2019년 가을 무렵의 일이다. 몇몇 원고들이 지연되었던 사정도 있지만, 마침 개봉도 다소 늦춰질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는 결국 9호 발간을 2020년 봄으로 미루기로 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되었고 이런 시기에 책을 내는 것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판단해 몇 차례 발간을 미루었던 것이 결국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이번 호의 제목으로 삼은 ‘열렬한 희망’이라는 표현은 <이미지 북>의 대미를 장식하는 고다르의 내레이션 마지막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고다르와의 인터뷰를 번역해 게재하고 <이미지 북>에서 발췌한 스틸 사진을 일부 수록한 것을 제외하면, 이번 호는 모두 국내 필자들이 집필한 글과 노재운 작가가 구성한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호에 참여한 이들의 나이는 멀게는 서로 간에 대략 스무 살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고다르가 국제적 예술영화의 ‘총아’로 받아들여졌던 시기(1960년대)가 지난 다음에 태어난 이들이라는 공통점은 있다. 게다가 고다르를 ‘현재’로서 경험하는 일이 쉽지 않았고 (여전히 개봉되지 않고 있는 <이미지 북>의 사례에서 보듯) 여전히 쉽지 않은 한국에서 활동하며 한국 바깥에서는 결코 읽힐 리 없는 언어로 글을 쓰는 이들이기도 하다. 즉, 세대적이고 개인적인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어느 정도는 고다르와 그의 영화에 끝내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이들이다. 《오큘로》 9호에서 우리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 고다르와 그의 영화가 각자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이미지 북>이라는 그의 현재를 통해 가늠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이번 호는 지금 여기에서 우리의 언어로 고다르 읽기를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해보자는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이미지 북>의 후반부는 아랍과 관련된 사색으로 가득하다. 특히, 최근 미국의 철군 결정으로 다시 탈레반이 집권하게 된 (아랍 지역에 속한 나라는 아니나 지정학적으로 깊이 연루되어 있는) 아프가니스탄과 관련된 부분도 있다. 이번 호 편집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는 카불 공항에서의 폭탄 테러로 많은 사상자가 났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 영화 <이미지 북>은 물론이고 이번 호에 실린 글들은 모두 이러한 사태 이전에 구성된 것이기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재의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맥락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내용도 분명 있을 터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지 북>에 대한 책을 내기에 지금이 적기인지 아닌지를 다시 가늠해보기보다는 기왕의 결정으로 인한 책임을 감수하고자 한다. (유운성) 목차 003 유운성 … 책을 내면서 013 이도훈 … 도둑맞은 영화(들)의 역사 033 유운성 … 아르케이온의 도둑 057 신은실 … 중앙지역의 고현학 081 드미트리 골로트위크, 안토니나 데르지츠카야 … 개미 같은 말들: 고다르와의 대화 115 노재운 … 이미지 북 145 전효경 … 알레고리적 파편들 159 정경담, 함연선 … 암실에서 코끼리 만지기 책 속에서 P.18 “고다르에게 있어서 인용은 이미지를 구속하는 힘을 무효화시키고 이미지 자체를 무매개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방법이다. 이처럼 고다르는 인용을 통해 아카이브에서 수집하거나 훔쳐 온 개별 영화들이 그 자신을 고정시키는 서사, 의미, 상징의 힘으로부터 분리되어 자립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러한 이미지들이 새로운 이야기와 발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이도훈, ‘도둑맞은 영화(들)의 역사’, 《오큘로》 009호) P.46 “이미지들의 법이란 이미지들을 운용하는 데 있어 제도적인 측면에서 따라야 할 율법적 규칙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법이 제도적으로 율법화되곤 할 때마다 고다르는 노략질로 맞설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그의 영화에 여기저기서 ‘훔쳐온’ 온갖 이미지들이 만연하는 이유다. 다른 한편으로, 이미지들의 법이란 이미지들을 운용하는 데 있어 미학적인 측면에서 근거를 제공해 주는 이론적 법칙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법이 미학적으로 이론화되곤 할 때마다 고다르는 윤리를 내세우는 것으로 맞설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그의 영화에 정치적 표상으로 들끓는 이미지들이 등장하고 온갖 정치적 슬로건들이 만연하는 이유다.” (유운성, ‘아르케이온의 도둑’, 《오큘로》 009호) P.69 “2019년 인터뷰에서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부가 노란 조끼 시위를 진압하는 프랑스 경찰력이 비대해졌다고 여기는지 묻자 고다르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나는 폭탄을 반대하지 않지만 군대는 반대한다.” (…) <이미지 북>에서 고다르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고향을 떠나야 했던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21세기에도 이집트·요르단·쿠웨이트 등에서 난민으로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무장투쟁은 세속주의 민족운동이 될 수밖에 없다고 여긴 에드워드 사이드와 여전히 교감한다.” (신은실, ‘중앙지역의 고현학’, 《오큘로》 009호) P.151 “『독일 비애극의 원천』에서 발터 벤야민은 “알레고리적인 것이 마법사의 방이나 연금술사의 실험실들의 파편적인 것, 어지럽게 널려 있고 쌓여 있는 것에 대해 갖는 관계는 바로 바로크가 정통해 있던 것으로서 결코 우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썼다. 바로크적인 특성 자체가 <이미지 북>의 형식적인 성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결국 그러한 특성과 맞붙어 있다는 사실이 고다르의 시선이 얼마나 알레고리적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증명한다.” (전효경, ‘알레고리적 파편들’, 《오큘로》 009호) P.162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어요. <이미지 북>이 첫 공개된 이후 고다르가 응했던 인터뷰들을 보면 제목의 ‘이미지’가 복수가 아닌 단수라는 사실을 자주 강조하고 있잖아요. 미루어 짐작해보건대 자기가 만든 이미지들을 하나의 거대한 이미지로 이해하라는 조언처럼 들려요. 조각보로 보지 말라는 거죠. 조각보가 아닌 하나의 이미지 군집을 만들기 위해서, 고다르는 새로운 이미지 처리 방법을 쓰는 것처럼 보여요.” (정경담, ‘암실에서 코끼리 만지기’, 《오큘로》 009호) P.170 “고다르에게 있어 영화가 언어가 되기 위해선 단어만으로도 부족하지만, 언표만으로도 역시 부족합니다. 여기에 개입하는 것이 육체입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고다르가 이 영화를 통해 도달코자 하는 곳은 영화의 육체(영화 이미지의 육체, 영화 사운드의 육체)가 발견되는 장소들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적 언어' 혹은 '영화 문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 것이라고 추리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함연선, ‘암실에서 코끼리 만지기’, 《오큘로》 009호)

The Last Res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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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st Resort 저자: COM (김세중, 한주원) 미디어버스 발행 2021년 9월 30일 발행 디자인: 신신 ISBN 979-11-90434-20-1 [93600] 123x182mm / 108페이지 값 35,000원 책 소개 <The Last Resort(마지막 휴양지)>는 2021년 4월 10일부터 25일까지 망원동의 전시공간 취미가에서 진행되었던 스튜디오 COM의 동명의 전시를 기록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보통 전시 도록은 전시를 기록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되고 제작되지만, 이 책은 일상적인 사물의 질서나 쓰임, 기호와 기의의 배반 등이 진지한 코미디처럼 연출된 전시의 맥을 잇기 위해 전시장의 시간과 공간을 책이라는 시공간으로 번역해 보고자 했다. 분명히 전시 도록이지만 아마추어 사진가의 사진집이면서 동시에 어느 디자이너의 작업 노트에 가까운 책이다. 저자 소개 COM (김세중, 한주원) COM은 국민대학교에서 공간디자인을 전공한 김세중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한 한주원이 2015년 결성한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전시, 상업공간부터 여러 구성원이 함께 일하는 오피스까지 다양한 성격의 공간과 가구를 디자인 하고 있습니다. 작업으로는《HYBE 사옥》(2021, 인테리어, FHHH 협업)과 《Felt 청계천》(2021, 인테리어), 《JTBC PLAY》(2020, 가구 설계), 《k h a k i s》(2020, 가구 설계) 등이 있고, 단체전《New Wave Ⅱ: 디자인, 공공에 대한 생각》 (2018, 금호미술관)과 단독전 《The Last Resort》(2021, 취미가)등의 전시에 참여했습니다. 책 속에서 “왜 이렇게 디자인하셨어요?”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위 질문에 반드시 대답해야만 하는 프로젝트들이 있습니다. 이 질문을 받는 시점은 결과물의 적절함이나 심미성을 의심하는 단계는 지났을 확률이 높습니다. 정말로 형태의 이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것입니다. 항상 고민되는 질문입니다만, 나름의 노하우는 있습니다. 원론적인 설명이나 그간의 고민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것은 썩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말솜씨가 좋지 못한 디자이너라면 특히 그렇지요. 예를 들어 특별히 멋을 부리고 외출한 날 “오늘 왜 이렇게 멋 부렸어?”처럼 날카로운 질문을 받는 것과 비슷합니다. (COM, A) 항상 논리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때론 감각만으로 헤쳐 나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불운히도 이 길에 들어서게 되면 스스로 이것이 관습적인 형태는 아닌지, 혹은 관습적이라면 관습적이라서 좋은 부분은 무엇인지, 관습적이라서 나쁜 부분은 무엇인지 매번 코너에 몰린 기분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감각으로 디자인 하는 건 그래서 어렵습니다. 이런 난처한 상황. 작업 중인 가구의 어떤 모습이 과거의 어느 한순간을 떠올리게 하고 따뜻함을 불러올 때가 있습니다. 그런 형태는 마지막까지 함께 하게 됩니다. 아주 드물고, 모든 과정 중에 가장 즐거운 순간입니다. (COM, C) 디자이너 노트 ‘마지막 휴양지’라는 가상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우리 주변에 놓인 일상적인 사물들의 질서를 유쾌하게 비틀었던 동명의 전시를 떠올리며, 전시의 시공간을 책이라는 시공간으로 재해석했다. 전시에서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2가지 장치가 있었는데, 바로 시계와 일주일에 1-2번씩 바뀐 피아노 테이블 위의 꽃다발이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장치를 책 속에 전시와는 다른 태도로 다뤄보고자 했다. 그 결과 시계는 책의 각종 부속으로 번역되었고, 꽃 사진은 8페이지의 코덱스를 감싸는 포장지로 해석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초록색의 새 모양 시계를 ‘의책화(擬冊化)’해봤는데, 몸통의 초록색은 하드커버의 싸바리로, 부리의 노란빛은 헤드밴드로, 검은색의 시/분침은 가른끈으로, 빨간색의 초침은 제본 실로 번역되었다. 내지 전체를 관통하는 전시장 설치 전경을 가상의 관람자 시점으로 훑는 서사를 부여하고 이를 제책 원리에 의해 중간중간 꽃 포장지로 구분한 것이다. (신신)

유즈드 퓨처 - 인용과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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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d Future 유즈드 퓨처 - 인용과 해제 Used Future는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백화점 9층 문화홀에서 진행되었던 ‘2021 부산아트북페어’의 일환으로 기획된 전시이다.  일시: 2021년 10월 27일 ~ 10월 31일 장소: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9층 기획: 구정연, 임경용 필자: 구정연, 심규선, 임경용 디자인: 신신 웹사이트: 민구홍 매뉴팩처링모든 것은 모든 것에 잇닿아 있다.  —루이스 보르헤스 《유즈드 퓨처》는 헌책방에 발견된 두 권의 책에서 시작한다. 얼마 전 우리는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서 1990년대에 출간된 미술 서적 몇 권을 구입했다. 그중 하나인 『20세기 미술의 시각』(1991)은 H. H. 애너슨이 쓴 『현대미술의 역사 1, 2』 한국어판에 대한 보완 작업으로 꾸며진 ‘도록집’이다. 이 책의 편저자인 이영철은 원서에서 제외되거나 미진하게 다뤄진 부분들을 보완하기 위해 자신의 서문과 함께 453점의 원색 도판과 작품 목록, 20세기 서양미술사 연표로 구성된, 부록이 아닌 독립된 화집을 기획했다. 복잡다기한 현대미술의 흐름을 우리의 현재적 요구에 맞게 작품을 선별하여 시각적으로 읽을 수 있게 해주는 화집이 없어 현대미술을 눈 없이 공부하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단편적이거나 피상적인 글들에 의한 도식적인 파악으로는 사실상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오해를 낳기 쉽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H. H. 애너슨의 『 현대미술의 역사 』 에서 제외되거나 미진하게 다뤄진 부분들에 대한 보완 작업으로서 도록집을 꾸미게 되었다. —이영철, 『 20세기 미술의 시각 』 서문에서 책을 상품이 아니라 어떤 계기나 담론적 결과물로 인식한다면 그것에 대한 비평적인 작업도 가능하다. 현대미술을 서술한다는 행위에 대한 개입의 결과물인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내용보다 출판을 한다는 행위 자체가 어떤 비평적 장소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기 때문이다.무엇이 그로 하여금 책에 대한 비평적 행위로 출판을 결심하게 했을까? 그러한 행위가 가진 급진적인 성격을 생각해보면 1990년대 초반 한국 예술출판 실천들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또 다른 책은 이영철의 책과 비슷한 판형과 두께에 327점의 도판과 10명의 글이 수록된 『포스트모던 미술과 비평』(1993)이다. 평론가 서성록은 ‘모더니즘 이후 출현한 포스트모더니즘 경향을 어떻게 평가하고 수용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좀더 객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포스트모더니즘에 상반된 견해를 취하는 학자들의 글을 모아 소개한다. 한국 포스트모더니즘의 전개와 그 양상을 다룬 서성록의 글을 제외하면 힐튼 크레이머, 어빙 샌들러, 토니 고드프리, 핼 포스터, 위르겐 하버마스 등 해외 저명한 미술사학자와 평론가의 글이 수록된 비평 선집이다. 30년전에 출간된 두 권의 책은 선집이라는 형식, 편집자 역할을 수행한 큐 레이터/평론가, 전시로서의 출판 등 미술과 출판의 관계를 둘러싼 최근의 이슈뿐만 아니라 미술의 역사와 담론을 생성하고 이를 확산하는 미술 출판의 고유 역할도 새삼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편집자로 분한 큐레이터와 평론가는 출판을 통해 그 시기의 미술현장을 기록하는 한편, 새로운 미술 담론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려고 했을 것이다. 책을 이리저리 들여다볼수록, 2021년 우리 손에 잡히는 책과의 시각적 구조적 유사성이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고, 우리가 경험하는 현재의 시간을 1990년대 시간과의 관계 안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국의 소규모 출판이나 예술 출판은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여러 이유에서 출판물의 수가 급증하고 유통 경로가 다양화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책문화 생태계가 활기를 띠었다. 이 생태계는 전통적인 출판 주체인 출판사나 편집자뿐만 아니라 작가나 기획자, 공동체, 디자이너, 사진가 등 각 영역의 에이전트들이 서로 협력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지식 공동체를 이해하기 위한 개념적 지도를 150여권의 책을 통해 엮어 보았다. 그리고 이들이 엮어내는 무의식적인 서사 안에서 1980년대 소집단 출판 운동, 일상과 출판, 에디토리얼과 큐레이토리얼, 작가가 만든 책, 출판 전시와 프로젝트, 지역 출판, 출판형식으로 중철, 도구로써 책 등 10여 개의 키워드를 추출하였다. 각자의 시간과 공간을 가진 책들의 잇닿음이 만들어내는 상상의 키워드들은 또 서로를 느슨하게 참고하고 연결하면서 어떤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유즈드 퓨처》는 지금과 미래의 시간을 이해하고 이에 접근하기 위한 수단이자 소규모 출판 혹은 예술 출판에 대한 선형적 계보를 그려보는 작은 시도가 될 것이다.

[한시간총서 7] 새로운 보편성을 창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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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총서 7] 새로운 보편성을 창조하기 글쓴이: 쑨거 옮긴이: 한윤아 미디어버스 발행 2021년 11월 19일 발행 100x150mm / 88페이지 ISBN 978–89–94027–74–6 (세트) 979–11–90434–18–8 (04600) 값 10,000원 책 소개 이 책은 중국의 사상가 쑨거가 2018년 1월 베이징의 인사이드-아웃 미술관에서 진행했던 포럼의 원고를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한국, 일본, 대만, 중국의 아시아 4개국 큐레이터가 공동 기획한 «불협화음의 하모니» 전시 일환으로 마련된 이 포럼에서 쑨거는 일본의 사카이 나오키와 함께 ‘아시아적인 것/아시아성(Asianess)’에 대한 대담을 진행했다. 여기서 아시아 두 지성은 외부, 특히 서구에서 호명된 아시아가 내용이나 실체가 없는 허구적인 개념이라는 전제 하에서, 전지구적 지식 생산 구조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사카이 나오키가 후설을 경유하며 유럽중심주의가 어떻게 인간과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고 아시아 지식인들이 무비판적으로 그 틀을 따르는가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했다면, 쑨거는 유럽을 기준으로 보편성이 만들어지고 특수성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갖는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이런 위계 안에서 ‘특수성’으로만 자리하는 아시아의 역사와 경험은 보편 이론 안에 기입되지 못했다. 쑨거는 미국의 지리학, 다케우치 요시미의 '방법으로서의 아시아', 이택오의 정치사상 등을 두루 엮으며 새로운 보편성을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한다. 새로운 보편성은 특수성 사이의 유사성을 포착하여 서로 연결하면서도 그 나머지에 해당하는 ‘차이'를 누락시키지 않는 방식이라고 말이다. 짧은 강연으로 이뤄진 글이지만 아시아를 본질적인 정체성으로 규정하지 않았던 루쉰, 다케우치 요시미를 따라 지역적인 이론의 계보를 만들어가는 쑨거의 사상적 여정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책을 번역한 한윤아는 역자후기에 해당하는 「아시아의 어긋남과 가능성을 둘러싼 질문들」이라는 글을 통해 이 대담에 등장하는 여러 맥락과 개념들을 상세하게 살피며 독자를 위한 친절한 관문을 제공하고 있다. 목차 2 새로운 보편성을 창조하기 – 쑨거 57 [역자후기] 아시아의 어긋남과 가능성을 둘러싼 질문들 – 한윤아 글쓴이 및 옮긴이 소개 글쓴이: 쑨거(山眞) 1955년생.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으로 일본 근대사상사, 비교문화를 연구하며 동아시아 담론을 이끌고 지식인들의 협력을 만들어내는 학자다. 중국 현대문학을 전공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도립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중국 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연구원을 지냈고(2015년 퇴임), 도쿄대와 워싱턴대에서 객원연구원을, 릿쿄대와 하이델베르크대에서 객원 교수 등을 역임했다. 베이징제2외국어대학에서 가르친다.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왜 동아시아인가』  (2018), 『중국의 체온』(2016), 『사상이 살아가는 법』(2013),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2007), 『아시아라는 사유 공간』(2003) 등이 있다. 옮긴이: 한윤아 기획자로 전시, 프로그램, 책을 만든다. 일본문학, 영상이론, 동아시아영화를 전공했고, 페미니즘과 문화이론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 및 미술현장에서 상영 및 전시 기획자와 프로듀서 등으로 일했다. 현재 타이그레스 온 페이퍼(www.tigressfields.com)라는 출판사와 플랫폼을 운영한다. 아시아의 이야기와 이미지 등을 엮어 그림책, 만화 등 시각 서사물을 만들고, 관련된 이론과 비평을 계속 출판하려고 한다. 책 속에서 이제 오늘 논의될 두 번째 문제, 아시아가 이론의 새로운 형태를 창조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소위 아시아에 이론이 없다는 말은, 아시아 지식인들이 형이상의 영역에서 문제를 토론하고 추상적으로 사유하는 데 능숙하지 않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말은 보편성이 반드시 하나로 추상화되어야 한다는 생각과 같은 부류의 사고입니다. 보편성은 형이상의 것일 수도, 형이하의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시아 지식인들은 이미 이러한 두 종류의 보편성 사이의 연관성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보편성을 창조하기」, 쑨거, 32페이지) 보편적 가치는 모든 인간에게 관철되어야 하지만 그 결과 모든 인류가 동등해진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동등은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다시 말해 동질성과 달리 동등함은 내용이 없어서 “위대한 도(道)”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다케우치 요시미는 토인비의 사상이 서구의 한계라고 서술한 바 있습니다. 토인비가 전개한 문명충돌론은 서구 근대를 유일하게 타당한 모델로 하여, 세계를 균질화하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실재적인 외적 충돌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케우치는 인류의 훌륭한 가치가 어디서 생산되었느냐 하는 기원보다 어떻게 공유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인류의 훌륭한 가치는 소유의 개념으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보편성을 창조하기」, 쑨거, 38페이지) 우리는 여전히 토론을 더 밀어붙어야 합니다. 분별을 없애자는 원칙이, 약자를 차별하지 않고 다원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항의할 친구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서구의 비판 이론에도 이런 서술은 부족하지 않아! 라고 말입니다. 사실, 헤게모니와 차별과 같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태도는 서구의 비판 이론에서도 이미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올바르지 않다고 지적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비판은 그저 언어 영역에 금지 구역을 만드는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정확히 이론으로는 타파할 수 없는 사회 풍토입니다. 비판의 논리가 아무리 투철해도, 차별이 없는 인식론적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효과적인 길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정치적인 올바름으로 무장한 글을 쓰면서도 편협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보지 않았습니까? (「새로운 보편성을 창조하기」, 쑨거, 47페이지) 인류 전체는 처음부터 다채로웠습니다. 유럽의 이론이든 아시아의 이론이든, 이론은 궁극적으로 가시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요소를 발견하는 지적 역량에서 비롯됩니다. 근본적으로 이론적 사고는 일종의 상상력이며, 질문을 발견하여 밀고 나가는 능력입니다. 추상적 방식으로 표현되건 구체적 방식으로 표현되건, 혹은 논리적 방식으로 추론되건 경험적 방식으로 지각되건, 그것이 문제의 관건은 아닙니다. 결정적 열쇠는 다른 형태의 이론적 사고를 통해 '진실'을 발견하는 지 여부입니다. 이론은 결코 목적이 아니라 단지 우리의 사고를 돕는 수단일 뿐입니다. 서로 다른 이론적 사고를 통해 진리를 추구할 때 진리는 원래 다양하고, 입체적이며 서로 연결되지만, 다면적이고, 다차원적이며, 통일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때 비로소 보편성이 실현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보편성을 창조하기」, 쑨거, 55페이지) 고대 이래 ‘유럽의 황홀한 바깥 방향’, ‘지정학적 이웃’이라는 의미였던 아시아는 고정된 실체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었다. 유럽이 변방이었던 시절, 즉 몽골과 이슬람, 중국과 인도제국이 우세하던 시기에는 오히려 ‘아시아’라는 말도 상대적으로 약했다. 아시아는 유럽 중심의 세계자본주의, 제국주의 등장과 더불어 다시 의미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적극적으로 반응한 지역이 일본이다. 당대 일본은 독일의 파시즘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대중매체에 ‘파쇼’라는 단어도 처음 쓰였다. 일본은 인종주의 정책을 가진 독일을 비난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일본은 인종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아시아 내부의 결속을 스스로의 사명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동아시아 공동체, 대동아공영의 구상을 내세워 아시아인을 백인 우월주의 족쇄에서 해방하는 일이 바로 일본의 사명이라 주장한다. 유럽이 명명한 아시아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내면화하는, 모순의 정체성이 시작된다. (「아시아의 어긋남과 가능성을 둘러싼 질문들」, 한윤아, 72페이지) 인사이드-아웃 미술관에서 이루어진 사카이 나카이와 쑨거의 대화는 ‘아시아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특히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지식 생산, ‘이론’과 연결한 아시아의 문제이다. 사카이 나오키의 ‘이론’에 대한 의견은 쑨거가 이 글을 통해 서구로부터 탈환하려는 ‘보편성’이라는 개념과 공명한다. 즉, 이론은 추상화된 것, 보편적인 것, 역사를 초월한 지식의 집합체를 말한다. 철학이라고 할 수 있고, 과학적 보편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와 대립하는 개별 지식은 경험, 사례, 역사, 사건, 지역 등의 개념으로 말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이런 이론의 형성과 쓰임이 서구와 비서구 아시아라는 지역의 배분과 연결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이 두 학자의 대담을 이룬다. 이를 위해 아시아의 개념과 이 개념이 역사로 진입해온 과정을 먼저 다룬다. 그리고 보편성과 특수성 사이에 가정된 관계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아시아의 어긋남과 가능성을 둘러싼 질문들」, 한윤아, 81페이지)

이불 - 시작 Lee Bul - Begi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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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진, 김아영, 니콜라우스 샤프하우젠, 박소현, 백지숙, 성기완, 스테파니 로젠탈, 장지한, 정도련, 제임스 리, 최승자,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언어: 한국어/영어 디자인: Studio Manuel Raeder 페이지수: 418 쪽 판형: 215 x 265 mm 제본: 무선제본 공동 발행: 서울시립미술관, BB&M, 미디어버스, BOM DIA BOA TARDE BOA NOITE 발행일: 2021년 9월 17일 ISBN: 979-11-90434-17-1 (93600) 가격: 45,000원 책 소개 본 도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2021년 3월 2일부터 5월 16일까지 있었던 《이불-시작》 전시 도록이다. 전시는 작가 이불의 초기 소프트 조각과 퍼포먼스 기록에 집중하여 150여 점의 조각, 오브제, 미공개 드로잉, 사진과 영상 기록을 소개하였다. 1987년부터 약 10여 년간 발표했던 과거의 기록은 이불이 감행했던 실험과 도전을 현재의 시점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불은 당대의 단단하고 고정적인 재료에서 벗어나 부드럽고 쉽게 움직이는 재료를 선택해 인체를 왜곡하고 변형한 형태의 조각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것을 직접 입고 만들어낸 즉흥적인 움직임과 소리는 기존의 시도와는 다른, 조각에 잠재된 운동성을 실험하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후 발표한 일련의 퍼포먼스에서 작가는 자신의 몸을 매개로 여성에 대한 사회적 관념을 상징하는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재현한다. 1996년까지 총 서른 세 번 기록된 이불의 여러 퍼포먼스들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현실 요소로 곧바로 연결될 수 있는 시각적 기호들을 만들어내었다. 이와 같은 시도들은 세기말을 앞두고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의 한복판에서 여성이자 청년 작가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여러 경계를 가로지르며 자신만의 미술사를 구축한 토대가 된다. 그 동안 이불의 초기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연구하는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에, 출판을 위해 초대된 필자들은 ‘여성의 신체’, ‘문화정치적 공간’, ‘근대성의 바깥’을 주제로 이불의 작품에 투영된 시대와 예술에 관한 해석을 시도하였다. 동시에 한국어와 영어로 구성된 본 도서는 전시에서 소개한 작품의 주요 도판 이외에 작품 해제, 해외 도록에서 소개되었던 작가 인터뷰, 보도자료들을 발췌, 수록하여 미술사 연구의 주요한 자료로 기능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차례 「감사의 말」, 백지숙 「‘시작始作’이라는 알레고리」, 권진 「갈망」, 제임스 리 「낙태」, 제임스 리 「수난유감-내가 이 세상에 소풍 나온 강아지 새끼인 줄 아느냐? 」, 김아영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최승자 「이불재고: 메두사의 웃음 또는 괴물-변신의 정치학」, 박소현 「여성, 그 다름과 힘」, 권진 「물고기의 노래」, 제임스 리 「아토일렛 II」, 제임스 리 「도표를 그리다 III」, 제임스 리 「옥션」, 제임스 리 「웃음」, 권진 「1988년 이전」, 김아영 「장엄한 광채」, 권진 「속도보다 거대한 중력」, 장지한 「모뉴먼트 연작」, 권진 「공공미술」, 권진 「오랜 세월과 수많은 지형들」, 정도련 스테파니 로젠탈과의 인터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의 인터뷰 니콜라우스 샤프하우젠과의 인터뷰 「어쩌면 황금기」, 성기완 주요 기사 모음 부록: 작가소개, 전시목록, 퍼포먼스 목록, 작품 목록, 사진 저작권, 저자 소개, 참고 문헌 책 속에서 “그가 보편적 인간의 실존을 남성 신체로 형상화하는 관행을 따르지 않고 뒤틀리거나 절단된 여성 신체에 천착한 것은, 정부의 검열에 의해 탈정치화되고 무해한 휴머니즘으로 길들여진 한국식 실존주의와 그 자장 내에서 생산된 형상조각과 단절하고, 실존의 문제를 재정치화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 「이불재고: 메두사의 웃음 또는 괴물-변신의 정치학」, 박소현, 138쪽 “작가의 일관된 목적은 탈신화화를 향해 있다. 퍼포먼스는 의식적이고 또 지속적으로 레퍼런스, 암시, 전유 등의 상호 텍스트를 구성해 작업이 가진 우발성에 주목하고, 이로써 미적 지식에 관한 어떤 절대적이고 독립적인 요구도 거부한다. 점차 잦아드는 제스처 뒤로 퍼포머가 관객을 마주 보고 앉아 짜장면을 먹는 짧은 장면이 등장하는데, 한국 관용어구 표현에 따르면 짜장면은 “이게 다 무슨 헛소리야?”라고도 해석된다. 퍼포먼스 내내 무대의 한쪽에 위치한 스포트라이트는 화장실을 향해 있다. 뒤샹이 분명 즐거워하리라.” - 「아토일렛 II」, 제임스 리, 197쪽 “이미지는 그간 “특권적” 위치를 점유해 왔기 때문에 이미지를 자율적이고 초월적인 세계로부터 바로 지금 여기, 이 세계로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재현의 외부에 존재하는 요소, 즉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이 필요하다. 냄새가 난다는 것은 눈앞의 이미지가 현실 세계 저 너머의 미학적인 세계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그저 같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현존의 언어는 하얀 벽에 걸린 비닐봉지에 들어 있는 것이 시간의 지속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질 그저 연약한 ‘물질’의 현존임을 드러낸다.” - 「속도보다 거대한 중력」, 장지한, 295쪽

WORKS BOOK 2017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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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S BOOK 2017 – 2021 상하파머스빌리지 저자: 김영옥 첫 번째 찍은 날: 2021년 12월 15일 기획: 박성태 대담: 김종진 편집: 로담 A.I 이송학 디자인: 유명상 인쇄 및 제책: 인타임ISBN: 979-11-90434-24-9 (93600) 가격: 27,000원

사랑과 야망 : 한국 동시대 페미니즘 미술의 시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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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한국 동시대 페미니즘 미술의 시차들 발행: 서울시립미술관, 미디어버스 지은이: 이진실발행일: 2021년 12월 16일크기 120 x190mm 페이지: 160디자인: 조현열 편집: 신은주ISBN 979-11-90434-23-2 (93600) 값 20,000원 책을 내면서 이진실의 《사랑과 야망: 한국 동시대 페미니즘 미술의 시차들》은 서울시립미술관과 SeMA-하나 평론상의 수상자가 동반자가 되어 만들어가는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간되었다.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는 비평의 몫에 대한 공공 미술기관의 책임감과 평론가들의 생명력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로, 평론가가 가지고 있는 비평적 문제의식을 장기적 연구로 분배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획이다. 2019년 SeMA-하나 평론상 수상자인 이진실은 본격적 연구에 돌입하기에 앞서, 2020년부터 미술관 약 6개월간 사전 연구 활동을 수행했고, 이를 기반으로 2년간 자신만의 담론적 독자성을 획득하기 위한 고구를 지속해 왔다. 2021년 출간된 《사랑과 야망: 한국 동시대 페미니즘 미술의 시차들》에는 그 노고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에서는 연구자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 현대미술의 현장, 담론의 특이성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책의 제목 《사랑과 야망》은 1987년 한국에서 방영된 전설적인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하다. 시청률 76%를 기록했던 이 전설적인 드라마는 근대화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이성애 가족의 이데올로기를 모든 가정에 전파하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여자의 사랑과 남자의 야망. ‘사랑과 야망’은 서로 다른 성별의 욕망을 대변하는 은유였다. 그러나 2000년대 여자들의 사랑과 야망은 분명 이 드라마의 거대한 전형을 거스른다. 이 책은 2015년 소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겉으로는 풍성했던 페미니즘 미술 전시들과 이슈에 대해서 한 단면이라도 정리해보려는 시도다. 페미니즘 열풍으로 여성 작가들의 작업이 대거 선보이고, 각 대학의 졸업 전시마다 여성을 키워드로 한 작업이 넘쳐나고, 국공립 미술관과 주요한 사립 미술관들에서 전설적인 ‘페미니스트 아트’가 걸렸다. 2015년을 기점으로 시작된 이러한 현상 속에서 그간 페미니즘 미술은 무엇을 보여주고 보여주지 않았으며, 무엇을 말하고 말하지 않았는가. 이진실은 이 책을 통해 ‘페미니즘 리부트’의 심연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가를 질문함과 동시에 한국 동시대 페미니즘 미술이 갖고 있는 여러 시차에 관해 고민하고 있다. 책은 크게 두 섹션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세 차례의 라운드 테이블로 동시대 페미니스트 미술인들의 진단과 소회를 나눈 기록이다. 첫 번째 라운드 테이블은 선배 세대 페미니스트 큐레이터, 미술사학자, 미학자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태동이라 할 80년대 ‘여성미술’부터 한국이라는 지역성과 서구 모더니즘/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만남, 민중운동과 서구 페미니즘의 만남을 우리는 어떻게 기록해오고 있는가를 듣는다. 두 번째는 2000년대 페미니즘 미술 실천의 핵심에 있었던 작가들과의 만남이다. 2015~6년 페미니즘 리부트라는 시기 전후로 페미니스트를 표방한 작가들이 느끼는 변화의 온도 차, 재현과 언어화에 대한 고민, 그리고 페미니스트 연대의 불/가능성에 대한 단상들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세 번째로 열린 라운드 테이블은 2016년 이후 미술과 비평의 내부를 해부해보는 시간이다. 동시대 한국 페미니즘 미술에서 담론의 위치, 공론장의 위치는 어디인지, 대상화와 재현금지라는 도그마에 맞서 비평은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미술 안에서 작동하는 남근적 욕망에 맞서 페미니즘적 글쓰기/비평의 정치성은 어떻게 모색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들이 담겨있다. 마지막 글 <불온한 프리네를 위한 시론>은 이진실 평론가의 주제비평이다. 여성 욕망의 실천과 형상화를 사회적 안티테제에서 ‘퀴어한 부정성’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지, 또 이로써 시각예술 및 문화에서 등장하는 여성적 섹슈얼리티의 또 다른 비평적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지 질문해보는 글이다. 《사랑과 야망: 한국 동시대 페미니즘 미술의 시차들》은 평론가 이진실이 바로 지금 옆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후배, 동료 페미니스트 작가·기획자들‘과’ 함께 따지고 들고 포용하며 풀어낸 기록이다. 또한 이 작업은 언어적 결정화 이전의, 또는 그 결합 작용 사이의 불화와 연결을 대화를 통해 쉼없이 계속해 나가기 위한 일종의 준비 과정이다. 목차 004 … 사랑과 야망: 한국 동시대 페미니즘 미술의 시차들 012… 라운드 테이블 012 … #1 차이와 반복의 시간들: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어제와 오늘 - 김현주, 김홍희, 양효실 050 …  #2 메갈 이후, 미술에서 페미니즘을 말한다는 것 - 장파, 정은영, 흑표범 096 … #3 한국 페미니즘 미술비평의 난제들 - 김정현, 남웅, 유지원 135 … 불온한 프리네를 위한 시론 책 속에서 P.30 “예술과 정치에서 그러니까 ‘여성 예술’이라고 할까요? ‘여성 예술’이건 ‘여성주의 예술’이건, ‘여성적 예술’이건, 그 부분에서 예술은 거의 빠지고 페미니즘만 남은 느낌이랄까요? 사실은 이율배반적인 이야기인데, 미학 전공인 제게 예술, 미적 유희의 가치는 일종의 실존적 정체성인 거죠.” (양효실, ‘#1 차이와 반복의 시간들: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어제와 오늘’) P.47 “미술에서의 페미니즘이 잖아요. 그런데 이게 연착륙을 제대로 하려면, 미술뿐 아니라 영화, 연극 다른 분야의 페미니스트들하고 연대가 중요해요. 내가 경험하기로는 예술, 문화 분야보다 여성학이 굉장히 보수적이에요. 그걸 깨야 돼요. 남성만큼 학문적인 권위를 중시하기도 하니까요. 미술이 다른 분야의 페미니스트들하고 어떤 방식으로 연대할 수 있는가, 그게 좀 중요한 것 같아요.” (김홍희, ‘#1 차이와 반복의 시간들: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어제와 오늘’) P.60 “여성작가의 전시를 연다는 것이 페미니즘 방법론이 가져온 큐레이토리얼이나 역사 읽기의 새로운 관점을 제 공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더 여성 비하적이고 혐오적인 관점을 양산할 뿐 이지는 않나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러니까 인식론의 구조나 성별의 규범적 이해 등을 넘어서지 못한 채, 여성을 계속해서 피해자라는 존재로 규정하 기 위해 여성작가의 전시가 열려야 한다면, 대체 언제 여성 작가의 주체성 과 고유한 형식적 도전들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요? 그럼에도 어쨌든 여성 작가의 전시가 아예 열리지 않는 것에 비해서라면야 계속 열 리는 게 훨씬 나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한가요?.” (정은영, ‘#2 메갈 이후, 미술에서 페미니즘을 말한다는 것’ ) P.73 “소위 ‘여성회화’로서 혹은 남성적 회화 표현이라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 의문을 품는 작업을 해나가며 증명하기 싫은데 증명하고, 굳이 언급하고 분석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왜냐면 아직 우리에겐 언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니까. 그것을 분석하기 위한 미술사적인 언어나 비평 언어가 훨씬 풍부해져야 한다 생각해요.” (장파, ‘#2 메갈 이후, 미술에서 페미니즘을 말한다는 것’) P.106 “다른 한편에서 목격하게 되는 것은 과거 페미니즘 미술로부터의 단절이에요. 최근 미술대학 졸업 전시에서 여성 작가의 치열한 고민들이 눈에 띄는데, 8, 90년대 페미니즘 미술 작업과 유사한 모티프나 소재가 자주 등장합니다. 오마주처럼 보이는 작업도 종종 있는데, 작가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내밀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 설명할 때가 많아요. 물론 그렇겠지만 자신의 경험이 미술 작업이 될 때, 주요 상징물이나 매체가 갖고 있는 역사를 인지하지 못할 때 공회전의 함정이나 가장된 소외감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봅니다.” (유지원, ‘#3 한국 페미니즘 미술비평의 난제들’) P.120 “공정성이 갖는 함정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성비를 맞추고 구색을 갖췄으니 명분을 다했다는 판단이 드는 것일 텐데, 그런 조치가 명분을 실천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노력은 생략하기 쉽잖아요. 퀴어라는 소재 자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볼 수 있을 듯해요. 근래까지도 주요 갤러리나 미술관에서는 퀴어라는 키워드를 용기 내서 선택하는 느낌도 드는데요. 기관의 ‘용기’에 의의를 두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작업들을 배치하는 데서 나아가 논의를 열어내야 하는데, 형식적 다양성의 틀거리로 곧장 가둬버려서 김이 새기도 하죠. 사회적 소수자나 논쟁의 키워드를 선택하고 섭외하기까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 진지하게 드러내도록 요구하고 심문하는 스텝이 중요한데 말이죠.” (남웅, ‘#3 한국 페미니즘 미술비평의 난제들’)

그것이 그곳에서 그때 : 김범과 정서영의 글과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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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그곳에서 그때: 김범과 정서영의 글과 드로잉 발행: 미디어버스 지은이: 장지한발행일: 2021년 12월 16일크기 120 x190mm 페이지: 213디자인: 조현열 편집: 신은주ISBN 979-11-90434-22-5 (93600) 값 20,000원 책을 내면서 장지한의 《그것이 그곳에서 그때: 김범과 정서영의 글과 드로잉》은 서울시립미술관과 SeMA-하나 평론상의 수상자가 동반자가 되어 만들어가는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간되었다.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는 비평의 몫에 대한 공공 미술기관의 책임감과 평론가들의 생명력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로, 평론가가 가지고 있는 비평적 문제의식을 장기적 연구로 분배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획이다. 2019년 SeMA-하나 평론상 수상자인 장지한은 본격적 연구에 돌입하기에 앞서, 2020년부터 미술관과 약 6개월간 사전 연구 활동을 수행했고, 이를 기반으로 2년간 자신만의 담론적 독자성을 획득하기 위한 고구를 지속해 왔다. 2021년 출간된 《그것이 그곳에서 그때: 김범과 정서영의 글과 드로잉》에는 그 노고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에는 연구자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 현대미술의 현장, 담론의 특이성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그것이 그곳에서 그때》는 김범과 정서영의 글과 드로잉을 한자리에 모은 책이다. 그간 김범과 정서영의 작품은 정신성에 기반한 수직적인 위계를 해체하고 가벼움과 냉소를 향하고자 하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했던 맥락에서 읽혀왔다. 갖가지 ‘물질’이 쏟아지던 새로운 세계는 누군가의 얼굴이 아니라 차가운 ‘사물’을 필요로 했고, 집단과 집단 사이의 좁은 틈에서 등장한 ‘개인’은 웅장한 서사가 아니라 산뜻한 ‘개념’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두 작가의 작품은 ‘사물’을 ‘개념적인’ 방식으로 활용함으로써 가볍지만 날카로운 ‘농담’을 던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동시대’의 지배적인 담론과 작가들의 사유를 구분해 보려 시도한다. 이는 ‘시대의 요구’가 아니라 ‘작가의 질문’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두 작가에게 사유된 것은 무엇인가. 저자가 최근 미술계에서 전례 없이 ‘유행’한 ‘유령’이라는 현상에 주목한 것도 두 작가가 갖고 있는 질문의 심연을 들여다보려는 시도였다. ‘유령’은 가끔 세계의 모호한 감각 전부를 아우를 수 있는 말처럼 보이기도, 무엇보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김범과 정서영에게 유령은 반대로 자신의 바깥을 향하는 통로였으며, 유령은 내면이 아니라 ‘타자’를 향하는 ‘외존(外存)’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작품이라는 장소에서 흔히 ‘유령’ 이라고도 불리는,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의 목소리와 ‘관계’ 맺는다. 그렇기에 작품에서 떠오르는 것은 ‘그것’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제3의 무엇이며 그들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물’ 은 시대를 대변하는 기호가 아니라 어떤 존재가 ‘그곳’에서 ‘그때’ 잠시 머물기에 적절한 장소다. 한편, 이 책의 구성은 김범과 정서영의 글과 이미지를 시간순으로 성실하게 따라가기보다 그들이 작업을 시작한 8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의 작업을 비평가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재배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 중에는 잘 알려진 작품도 있지만, 오랫동안 작가의 작업실 한편 먼지 쌓인 박스 속에 보관되어 온 작품도 있다. 글의 경우 작품의 일부인 것도 있지만 잡지에 기고한 단상이나 학위 논문, 그리고 출간할 생각이 없던 개인적인 일기에 가까운 것들이 뒤섞여 있다. 두 작가의 작업이 30여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방대한 작업 세계를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음을 생각하면, 그 복잡한 경로를 차분히 그려내는 일은 저자가 말했던 것처럼 여전히 큰 숙제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지한은 이 책을 통해 너무나 익숙해서 제대로 직면하지 않았던 작가와 작품의 조각보를 재배치해보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저자는 그들의 사유를 경유하여, 우리에게 이렇게 질문해온다. ‘동시대 이후’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 ‘동시대’의 사유를 살펴보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어쩌면, 동시대의 사유를 살펴보는 일은 더 이상 ‘무엇이 사유되지 않는가’를 스스로에게 되묻는 일일지도 모른다. 목차 006 ’미술’ 있다 … 정서영 010 그것이 그곳에서 그때 … 장지한 015유령 017 무제 … 김범 018 GHOST WILL BE BETTER … 정서영 020 유령 … 장지한 027 무제 … 김범 030 늘 공기를 바꾸고 싶다 … 정서영 033 거기엔 … 김범 038 유령 … 장지한 065그것 066 그것 … 장지한 078 다른 꽃 두 개 … 정서영 081 사자 … 김범 082 박하사탕 … 정서영 085 나무 … 김범 088 조각적인 신부 … 정서영 094 그것 … 장지한 139그곳 그때 141 무제 … 김범 144 유들유들한 덧셈 …정서영 149 늙은 어부 … 김범 150 Continuity … 정서영 154 그곳 그때 … 장지한 167제의 육화 가담 투사 168 시각적 제의(祭儀)로서의 미술창작 … 김범 180 사물에의 가담과 투사에 의한 조각 작품 제작 연구 … 정서영 196 제의 육화 가담 투사 … 장지한 책 속에서 P.8 “미술을 뒤덮고 있는 수많은 ‘것’들을 걷어내기란 무척이나 힘겨운 일이다. 그러나 그 맥락을 찾아가는 일은 엄연히 눈앞에 있는 ‘작품’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작품’은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것일 테고 미술의 주인공은 그 ‘것’들이 아니라 결국 작품이 아닐까?” (정서영, ‘’미술’ 있다’) P.17 “이따금 한 번씩,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해치고자 하는, 육신 없는 것들이 찾아와 자신들의 육신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거절한다고 해도 그들의 대부분은 결코 돌아가지 않고 유령처럼 내 주위에 머문다. 나는 그들에게 “왜 무엇을 위해?”라고 묻곤 한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 (김범, ‘무제’) P.18 “유령—사람들은 참 유령을 이렇게 저렇게 많이도 만들어왔다—, ‘Ghost will be better’ 라는 우스꽝스러운 문장—제발 나도 그처럼 괜찮아지려나? 예술 한다고 겪는 유령 같은, 그러나 피부로 느끼는 그 갈등을 말한다고 만들어낸 사진, 그리고 비닐 민속장판이 함께 모여 두런두런” (정서영, ‘GHOST WILL BE BETTER’) P.203 “나는 그들이 회화와 조각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도 그것의 존재를 그곳에서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를 말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들은 그것의 주인은 당신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김범이 내게 보내온 단 하나의 문장은 이 책의 전부를 담고 있다. 결국 그들은 이말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그것이 고통받는다면 그것이 아름다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장지한, ‘제의 육화 가담 투사’)

욕망관념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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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Book Publication date: June, 2008 Concept / text: Helen Ku Design: Eunjoo Hong & Hyungjae Kim Not for Sale 욕망관념사전은 민준기의 작업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소책자이자 작품의 부록처럼 제작되었다. 그가 욕망하는 작품과 개념을 다소 느슨하게 연결짓는데 이 사전의 효용 이 있다. 이 사전은 그의 건축학적인 특성에 대한 기술적인 정보의 집약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머릿속을 부유하는 건축 스타일과 개인의 취향을 담고 있다. 여기에 기록된 파편화된 기호들은 전시장에 놓인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위한 작은 단서가 될 것이다. 여기서 나는 사전 집필자이자, 허망자로서 그의 욕망에 개입하여 그가 던지는 취향의 기호들을 해석하고 배치시킨다. 이 책자는 "희망구멍론" 전시의 일환으로 기획, 제작되었다. ▶ download PDF - 희망구멍론 The Hole theory of Hope 책임기획: 무명씨 기간: 2008.06.05 ▶ 2008.06.22 장소: 갤러리 175 참여작가: 송호은 류현미, 이상홍 현시원, 민준기 구정연

Zine Making Work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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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문지문화원 사이 시기: 2008년 여름강좌 / 겨울강좌 자주 제작물의 한 형식으로 진(zine)은 출판 행위를 통해 개인의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1930년대 하위문화의 다양한 주체들과 SF소설 동호회가 취한 형식이 지금까지 진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소비층과 양태로 발전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업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아티스트 진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자율성에 기반을 둔 ‘표현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진은 특정한 목적의 교육이나 정규적인 커리큘럼을 통해 습득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상 진이라는 매체가 의존하는 유일한 원칙은 D.I.Y(Do It Yourself) 정신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그러므로 본 강좌는 진을 만드는 진스터(zinester)를 양성하고자 하는 목적보다는 현재 자본화, 산업화, 기술화되는 개인의 표현 상황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그것을 개발할 수 있는 매체로써 진이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고 그것을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고자 합니다.

Some Thou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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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s Zine by Jessica Williams
 Publication: December, 2007
 Format: 180x240 mm, 32 pages, 
B&W 
Design: Jin Jung
 
Edition of 150  Out of Print 제시카 윌리엄스는 알래스카에서 태어나 텍사스에서 자랐다. 현재 그녀는 뉴욕에 살면서 쿠퍼 유니온 대학에 재학중이다. 그녀는 주로 드로잉과 사진작업을 하고 있으며, 여기서는 1년간 스웨덴 말뫼 아트 아카데미와 뉴욕에서 거주하면서 작업했던 것들을 담고 있다. Jessica Williams was born in Alaska, grew up in Texas and now lives in New York City. She makes drawings and takes photographs. These drawings were made over the course of one year in Malmö, Sweden and New York City. www.paperheart.org

Urban Cir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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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s Zine by I-Ling Eleen Lin
 Publication date: December, 2007
 Format: 180x240 mm, 40 pages
, B&W 
Design: Jin Jung 
Edition of 150  KRW 6,000 링이링은 대만에서 태어났고 태국에서 6살때까지 자랐다. 그녀는 런던의 슬레이드 스쿨에서 페인팅을 전공하고 현재 석사과정을 예일대학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주로 그녀가 자라면서 영향을 미쳐온 다양한 문화의 모습들과 도시들의 환경을 관찰하고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I-Ling Eleen Lin was born in Taiwan, but grew up Thailand by the age of 6. She studied ‘BA Fine Art – Painting’ at Slade School of Fine Art, UCL, in London. Currently she is pursuing her MFA in Yale School of Art, Painting department. Her work is mainly concerned with the cultural diversity and urban environment of her upbringing.

Ethic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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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ic Book Artist’s Zine by Gu Insoo 
 Publication: September, 2007
 Format: 180x240 mm, 16 pages x 3ea, 
B & W Design: Jin Jung 
Edition of 100 
 Out of Print MAP 구인수는 책 자체에 대한 작업의 결과물들이다. 첫 번째 기획된 에틱북은 책의 윤리성을 다루며 총 세 권의 소책자로 구성되어 있다. 앞으로 translation, censorship 등 책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Gu Insoo’s project included in MAP(Mediabus Artist Publication) is originated in the concept of the ‘book’. The Ethic Book, as the first project, examines ethics in books, and consists of 3 brochures in total: Fiction Book, Circle Ratio, and Gravity of the Book. A project dealing with problem solving with regard to books, such as translation, censorship is to come. 1 Fiction Book This book describes the story of 33 year-old Korean man. It is printed in white ink on ‘white sheet’, and in black ink on ‘black sheet’. 2 Circle Ratio This book contains circle ratio. 3 Gravity of the Book This book is contained with 14 persons who are spinning the books. Gu Insoo’s project included in MAP is originated in the concept of the ‘book’. The Ethic Book, as the first project, examines ethics in books, and consists of 3 brochures in total: Fiction Book, Circle Ratio, and Gravity of the Book. A project dealing with problem solving with regard to books, such as translation, censorship is to come. The price of the Ethic book is 10, equally all over the world. 10 euro in EU 10 dollar in America 10 won in Korea 10 Singapore dollar in Singapore 10 ringit in Malaysia 10 yen in Japan and 10 all the rest of the world 1 픽션북 이 책에는 33살의 한국에서 사는 남자가 살아온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흰 색 페이지에는 흰색 잉크로 인쇄되어 있으며 검은 색 페이지에는 검은 색 잉크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2 원주율 π 이 책은 원주율을 담고 있습니다. 3 책의 중력 이 책은 전세계에 사는 14명의 사람들이 책을 돌리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MAP 구인수는 책 자체에 대한 작업의 결과물들이다. 첫 번째 기획된 에틱북은 책의 윤리성을 다루며 총 세 권의 소책자로 구성되어 있다. 앞으로 translation, censorship 등 책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이 책의 가격은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이 10입니다 10 유로(유럽) 10 달러(미국) 10 원(한국) 10 싱가포르 달러(싱가포르) 10 링깃(말레이시아) 10 엔(일본) 픽션북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책이라는 매체를 선택하는 순간 그 이야기는 사적인 것에서 공적인 것이 된다. 책을 자신의 매체로 선택한 작가는 책이라는 매체 자체에 ‘주어진 진실성(given originally)’이라고 부를 수 있 는 속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픽션북’은 진실을 담보하는 책의 속성을 다루려는 시도이다. 총 16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책 안에는 33살의 남성이 살아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든 텍스트는 검은 색 종이에는 검은 색 잉크로, 하얀 종이에는 하얀 잉크로 인쇄되어 있다. 독자는 단지 가장 순수한 상태의 희고 검은 종이만 접할 수 있을 뿐이다. 에틱북 은 독자들에게 책 안에 내재되어 있는 허구와 진실의 메커니즘에 대해 언급하려는 시도이다. 그 둘은 서로 배타적으로 작동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상상이 개입하여 매우 허약한 방식으로 결합되어 있을 뿐이다. ‘픽션북’은 책에 주어진 진실의 허약함을 독자 스스로 깨닫게 만들고자 하는 시도이다. 원주율 π  책은 끝을 상상할 수 없는 매체이다. 기술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책은 이 세상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 물 론 이건 불가능한 시도이다. 그러나 보르헤스는 책이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에 매료되었고, 이 매혹은 책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믿음과 연관이 있다. 원주율은 끝이 나지 않는다. ‘원주율’은 16페이지 공간 안에 원주율을 담고 있다고 공언한다. 물론 그것은 거짓이다. 그러나 우주의 끝을 볼 수 있는 망원경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 까? 이 책은 끝이 없는 원주율과 책에 대한 믿음의 가늘고 긴 평행 상태 사이에 놓이려는 시도이다. 책의 중력 책은 번역되며 그 내용은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한 권의 고전은 전세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러나 그러한 상태에서 언어는 부차적인 것이다. 책이 국경을 넘을 때 언어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으며 대신 번역이 등 장한다. 번역은 기계적으로 하나의 언어에서 다른 하나의 언어, 즉 이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해할 수 있는 상태로의 변화 를 뜻한다. 우린 기계적인 번역, 즉 번역가에 의한 번역이 아니라 형이상학적인 번역의 개념을 상상해볼 수 있다. ‘책의 중 력’은 자신의 읽을 수 없는 책을 돌리는 사람들의 사진을 싣고 있다. 누구나 학창 시절 한 번씩 책을 돌려본 경험이 있을 것 이다. 나에게 책을 돌리는 것은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졌었다. 영원히 자신의 손 안에서 돌아가는 책은 없다. 이 사진들은 자 신이 이해할 수 없는 책을 나름의 방식대로 소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책의 중력’은 모든 책은 ‘공평 하게도’ 결국은 땅으로 떨어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보여주고 싶었다. 값 에틱북의 가격은 전세계에서 동일하게 10이다. 이것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연결 교통수단에서 착상한 것이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경제력의 차이가 심하다. 동시에 화폐의 가치 차이도 있다. 1 싱가포르 달러는 우리 돈으로 600원 정도이며 말레이시아에서 사용하는 1 링깃은 250원 수준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에서 자국으로 들어오는 버스 나 철도에 동일한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일종의 싱가포르 외화를 벌기 위한 수단으로 말이다. 우리는 환율을 통해 상이한 화폐의 가치를 합리적으로 통일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런 합리성이 없다. 결과적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로 들어가는 차비가 7천원이라면 그 반대의 경우에는 2만 원 정도가 된다. 이와 비슷하게 저개발 국가일수록 글로벌 기업 상품은 상대적으로 비싸진다. 미국에서 콜라 한 병은 아주 싼 가치지만 아마존의 오지 마을에서는 하루 종일 일해야 사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진리라고 믿고 있는 환율 역시 화폐의 흐름과 세계질서가 만들어낸 아주 허약하고 허 구적인 것이다. 전 세계의 모든 상품은 달러를 중심으로 계산되고 새로 책정된다. 맥도날드가 시장 조사를 통해 햄버거 가 격을 책정하고 자신의 점포를 넓혀가듯이 말이다. 환율의 통일은 자본의 제국주의적인 확장과 뜻을 같이한다. 에틱북 가격 의 통일은 환율 안에 내재된 합리성의 허구를 드러내기 위한 작은 장치이다. Fiction Book  The moment the author chose a book as a medium to express his/ her story, the narrative moves from private to public domain. The artist, who has selected printed media as his/her expressive tool, is conscious of the foundational truth from which the book originates. ‘Fiction Book’ is an attempt to observe the attributes of books that secure the truth. The ‘Fiction Book’ is 16 pages-long. The book describes the story of a man aged 33. All the texts are printed in black on ‘black sheets’ and white on the ‘white sheets’. The reader only encounters the most pure form of white and black papers. Circle Ratio The book is a medium with unpredictable ending. Books can comprise every imaginable stories of world, technically or physically. Indeed, this may sound impossible. However, Jorge L. Borges was charmed with the characteristic of books to represent extraordinaire stories, and its charm has to do with the belief that book is absorbable of all stories. On the other hand, as a contrast with the book, circle ratio is endless. The 2nd brochure of project ‘Map Gu Insoo’, ‘Circle Ratio’, declares that it contains the circle ratio within the boundaries of 16 pages. Of course, this is a fake. But wouldn’t the reader of ‘Circle Ratio’ imagine a telescope that can observe the end of cosmos? The book is an attempt to place itself between the long, slender parallel line of two concepts: the infinite circle ratio and the belief about books. Gravity of the Book Everyone has an experience of sharing a book when they were in school-days. Sharing books meant a sacred ceremony for me. No books remain in one’s hands for ever. These photographs show the people who digest the incomprehensive book in their own ways. At the same time, ‘Gravity of the Book’ shows the simple fact that equitably, every book falls to the ground either way. Price The price of the Ethic Book is 10, equally all over the world. The idea was taken from the means of communication in Malaysia and Singapore. Malaysia and Singapore have large economic differences. They have different currency values at the same time. 1 Singapore dollar can be exchanged to 600 won, whereas 1 ringgit in Malaysia is exchanged to 250 won. But Malaysia earmarked the prices of bus and train that comes from Singapore as equal costs. This disposal is means to gain foreign currencies. We believe that different values of currency could be reasonably exchanged by the rate of currency. But such rationality is inexistent. As a result, the price of transportation is 7,000 won from Malaysia to Singapore, while the opposite direction costs 20,000 won. The more the country is underdeveloped, the more the products of global companies become relatively expensive. For example, a bottle of coke is bought in cheap value in the U.S., whereas the people of outback village in Amazon have to work all day to afford it. As you can see, the rate of exchange, which is considered true and fair, is a fragile fiction created by the flow of currency and the world system. Products all over the world are calculated, and prices are fixed by dollars - like McDonald’s that fix the price of hamburgers through market research, and expand the number of stores. The unification of currency rate implies the imperialistic expansion of capitalism. The unification of price of the Ethic Book reveals the fabricated currency r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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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Document #1 Project & Research Book Publication date: December, 2007 ISBN: 978-89-960226-2-6 Format: 200 x 270 mm, 180 pages, B&W, paperback Editing: Kyung Yong LIM, Jungyeon Ku, Seewon Hyun Design: Jin Jung Edition of 500 Out of Print 공공도큐멘트는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 공동체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미술, 영화, 미디어, 음악, 만화 등 다양한 예술 장르 안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러 공동체의 인터뷰, 텍스트, 사진 등을 수록하고 있다. 특히 공공예술로 대표되는 예술 공동체를 설명하는 이론적 텍스트와 실제 사례 조사를 비롯해 러시아와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동체 집단인 Chto delat와 대안 미디어 활동가인 코가와 테츠오의 글도 수록하고 있다. 이 책의 섹션인 ‘조건들’ ‘도구들’ ‘연결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생활 안에서 연대와 호혜성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 움직임의 필요성을 단계별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많은 활동가들이 스스로 저자와 대담자가 되어 풍성함을 더해준다. 일종의 프로젝트 북인 공공도큐멘트는 영화, 디자인, 미술에서 활동하는 3명의 편집자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리서치를 했으므로 다양한 영역 안에서 활동하는 자생적인 공동체들의 현재 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00 Document' is a report on autonomous activities among various communities, individuals, groups in Seoul. Being divided into 4 sections, the report contains several articles and images. In the first section of ‘Conditions’, there are 5 texts which give us the principal outline of 00 Document project. Secondly, ‘Toolboxes’ like a case-study focus on studying the communities case by case in Seoul. All the cases that we selected here can not be considered as the ideal ones. Also, we did not intend to judge them with our own yardstick. Instead, the reason we called them ‘Toolboxes’ is to wish that their activities are functioned as one of toolboxes for all, not only for themselves. As the third section, ‘Connections’ show some texts excerpted from Chto delat, Activism Collective of artists, critics, writers, & philosophers in Petersburg and from Free FM movement activist, Testuo Kogawa in Tokyo. 00 Document project is attached to not the mechanical solidarity but multiplications based on the reciprocity. The final section is an attempt to visualize a heterogeneous fluxes of ‘00 Document’ in the map of Seoul collaborated with a designer Jin Jung. 00 Document project book is not devoted like an Anthology. Literally, we want this book to be functioned as a report to the reader. We hope that this report can be differentiated and multiplicated as a condition and a tool in various ways. '00 Document in Seoul' was supported by Seoul Foundation for Arts & Culture. 목차 다중 시대의 예술 12 - 조정환 정치적 예술의 가능성에 대하여: “예술의 정치화”에서 “예술의 생체정치화”로 18 - 홍철기 현실의 공황 장애와 미술 28 - 현시원  제약과 자율 36 - 구정연 자생적 문화자본 공간은 공공예술의 기능을 취할 수 있는가: 사회적 설치로서 문화공간의 가능성 40 - 류한길 공공영역과 예술: 00도큐멘트의 여러 도구들 50 - 임경용  -범주 혜화동 필리핀 시장, 문이 없는 ‘공동체의 허브(hub)’ 58 - 현시원 피자매 연대, 자매들의 아나키 62 - 현시원 다중 지성의 정원 66 - 조정환, 임경용 인터뷰 -운동 새만화책, 가까운 ‘지금 여기’의 새만화들 82 - 현시원  아이공, 대안영화: 미디어의 형식적 실험을 통한 소수자의 주체적 목소리 찾기 86 - 김연호 자본주의, 매스 미디어, 공동체 라디오 운동 94 - 조동원 -제도 00마켓,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100   활력 연구소, 기억에 대한 짧은 주장 106 연결들 무엇을 할 것인가? 114 - Chto Delat 행동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자율주의 120 -  Chto Delat 자크 랑시에르와 Chto delat 대담 : 폭발을 기대해선 안돼요 126 ‘불화’의 철학자 랑시에르 146 - 최원 다형성의 라디오를 향하여 152  - 코가와 테츠오  서울에서의 하루 8-172 - 정진열, 김경주  공공영역과 예술: 00도큐멘트의 여러 도구들 임경용 A. 공공영역과 예술 공공영역(public sphere)과 예술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공공예술이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설득력이 가질수록 공공영역과 예술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공공영역이라는 개념 안에서 사회에 의제를 던지고 그것을 해결하는 자율적 기획들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모더니즘 전통 안에서 발견될 법한 이런 기획들은 이제 그 생명력을 잃고 있다. 세계는 더욱 분절되고 다양화되고 있으며 합의된 물리적/상상적 공간으로서의 공공영역은 유토피아에 대한 인류의 열망처럼 헛되고 실효성이 없는 텅 빈 개념처럼 느껴진다. 사적영역과 공공영역이 그 각자의 고유성을 상실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이다. 비물질 노동이 사적인 시간에 침입하는 것처럼 공공영역의 법과 폭력이 사적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이처럼 공공영역과 예술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그렇다면 왜 굳이 공공이라는 이름에 의존하는 것일까? 공공이라는 개념 안에서 실제로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일까 아니면 자본주의에 대한 막연한 유토피아 공간으로 공공을 상상하기 때문일까? 반면 앞에서 이야기한 공공영역과 다르게 우리는 하위주체들의 공공영역을 상상해볼 수 있다. 이 말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실제로 여러 사례들에게서 일종의 ‘맥락에 의존한 움직임’ 이라고 부를 만한 경향들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영역은 정치 및 경제 제도/권력에 스스로를 노출하고 그들의 통제를 받는 장소이다. 그러나 이것과 마찬가지로 공공영역은 다양한 공동체들이 스스로 의제를 설정하고 서로 연대할 수 있는 조건이 될 수도 있다. (‘문화과학 23호, 공공영역과 사회운동, 2000년 가을호’를 참고할 것) 그러나 우리가 발견한 대상들에게서 연대의 움직임은 자율적인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느슨한 것이었다. 실제로 우리가 발견한 공동체 대부분은 느슨한 형태로 설립되고 운영되고 있었다. 이 말은 이들이 스스로 의제를 설정하고 지금의 조건 안에서 무언가를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역할을 은폐하고, 위장하며, 축소하는 것을 통해 대안적 공공영역이라고 지칭할만한 (반) 연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대부분의 공동체들이 자신들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공공영역(공론장)을 설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지금의 조건에서 대다수의 주체/공동체들은 ‘대화’가 아니라 이를테면 랑시에르가 말한 ‘독백’의 형태로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불화로서의 철학자, 랑시에르 / 최원’을 참고) 이처럼 우리가 전제하고 있는 공공영역은 의미가 만들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운동이 서로 협상할 수 있는 역사적 장소이다. 그러나 공공영역 안에서의 예술 활동은 예술의 자율성이 주로 강조되는데, 예술의 급진적인 속성을 강조하는 ‘경험의 자율성’ 과 예술가의 역량을 강조하는 ‘예술의 자율성’ 사이의 간극은 좁혀질 수 없는 것이다. 공공영역 안에서 예술은 ‘예술의 정치화’라는 문제를 상기시키지만 이 기획은 야심만큼 큰 효과를 거두고 있진 못한 것 같다. (이 책의 홍철기의 글과 자크 랑시에르, Chto Delat 대담을 참고) 특히 최근에는 공공예술이라는 개념이 지나치게 대중에게 경사되어 일종의 대중추수주의로 이어진 경향도 있다. 그러므로 지금의 공공예술 운동은 대중에게 경사되거나 혹은 예술의 자율성에 기반 하는 ‘차이’에 의존하지 않는 다른 역할이 요구된다. 이런 인식 안에서 예술과 공공영역을 함께 재고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분절된 공간으로서의 공공영역’을 상상하게 만든다. (Simon Sheikh, ‘In the Place of Public Sphere?’) 그러나 이런 분절은 정치적 이데올로기, 젠더, 인종, 종교 등의 정체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사회 외부로 끊임없이 빠져나가려는 동기에 다름 아닐 것이다. 앞으로 살펴볼 여러 도구들은 이런 동기들이 결정화된 결과물은 아니다. 또한 이렇게 분절된 공공영역을 굳이 ‘공공영역’이라는 틀 안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회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것들이 화해 없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토대는 필요하다. 그리고 일단 그것을 공공영역이라고 불러보자. B. 도구들 1. 규모의 정치 00도큐멘트에서 다루고 있는 소출력 FM과 진(zine) 문화는 퍼블릭 액세스 운동과 공공영역의 연계를 제시하는 사례이다. 이들 운동은 스스로 공공영역을 구축하며 확장하기 마련인데, 여기서 대안은 영역의 확장 보다는 영역의 협의성에 있다. 즉 공공영역이 특정한 물리적이고 협의적인 공간으로 가정되고 이 안에 있는 재화를 소비하는 것이 그 활동이라면, 그것은 여러 헤게모니 집단들 간의 투쟁처럼 보일 수 있다. 반면 일본의 프리 라디오 운동을 통해 코가와 테츠오가 주장하는 것은 소출력이라는 ‘한계가 가진 협의성’이다. (이 책의 코가와 테츠오의 ‘다형성의 라디오를 향하여’를 참고하시오) 보통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협의성이란 용어는 소출력 라디오 운동이나 진(zine) 문화의 생산과 유통에서 흔히 관찰되는 속성이다. 1와트, 많아도 10 와트에 한정되는 소출력 라디오는 그 송출 범위가 매우 좁다. 코가와 테츠오는 도쿄나 뉴욕과 같은 대도시와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 이 송출 범위를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는다. 그는 송출 범위의 한계를 소출력 라디오 운동의 본질로 진단한다. 또한 소규모 출판 운동인 진은 100 부에서 많으면 200부에 한정되어 있다. 여기서 협의성은 소수성과는 다른 맥락을 가진다. 소수성은 주어진 정체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반해 협의성은 좀 더 강한 밀도의 우연적 만남으로 정의된다. 도쿄나 뉴욕은 인구 밀도가 높기 때문에 1와트의 송출로 1천명 이상이 방송을 들을 수 있다. 반면 인구밀도가 낮다면 그 범위를 높여서 1천명의 청자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자본의 기본적인 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 규모의 확대를 경계하는 것이다. 물론 협의성 자체가 가진 모순도 경계해야 한다. 협의성은 이질적인 것을 경계하는 순혈주의가 아니다. 자본주의의 투여에 대한 강력한 경계의 도구로, 혹은 공동체의 형성을 위한 최소한의 수단으로 요구되는 협의성은 1980년대 일본에서 많은 기업과 쇼핑센터 등이 자신들의 홍보 수단으로 소출력 라디오를 소비했던 기억에서 나온 것이다 (그것이 ‘본질적으로’ 비자본주의적 속성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체의 독립성은 그 규모를 통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동시에 규모의 정치는 매체의 가능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여지를 부여한다. 만약 이러한 규모의 문화 생산물을 누군가 소비한다면 그 (녀)는 그 행위를 통해 문화 생산 과정에 참여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블로그와 같은 소규모의 개인 컨텐츠 역시 대부분 제도와 자본에 의해 포섭되어 있지만, 소출력 라디오 운동과 자기 생산 출판물인 진(zine) 문화는 사적인 생산과 유통의 방식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공공적인 속성은 집단 내부의 협의성이 아니라 집단이 외부와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에서 나오게 된다. 실제로 일본의 프리 라디오 활동가인 코가와 테츠오는 아직까지 전 세계를 돌면서 이 운동을 전파하고 송신기 제작 워크샵을 하고 있다. 끊임없이 똑같은 내용을 전 지구적으로 반복하는 그의 활동은 자본주의적인 증식보다 감염에 가깝다. 그의 활동은 사적인 영역의 확장이 공적인 영역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사적인 내용과 영역의 규모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그것은 자본과 공공영역의 합리성 이면에 존재하는 법칙과 폭력의 논리 때문이다. 2. 자기에 대한 아카이브 - 데리브 과거와 현재가 조우하는 순간으로 데리브는 특정한 목적을 지닌다. 산책과 데리브(drift/표류)가 구별되는 지점은 ‘표류’라는 말이 가지는 뉘앙스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전략적인 목적의 결과라는 것이다. 데리브는 우연성을 제거하면서 자신 만의 구조로 도시를 객관화시키는 전략이다. 물론 여기서 객관화는 정보 전달 목적의 지도 그리기가 아닌 사적인 방식으로 공간을 전유하는 방법이다. 데리브는 어떤 결과물과 연결되는데, 우선 사전 조사가 있으며 진행 가운데 축척되는 경험들이 있다. 데리브는 어떤 장소에 대한 가장 농밀하고도 이질적인 시간성을 병치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장소가 무엇이었고 앞으로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지도를 그릴 수 있는 도구이다. 이것은 도시 공간을 통해 윤리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만드는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데리브를 이야기할 때 ‘환경과 주체가 무언가를 주고 받는다’ 즉 ‘환경과 주체가 소통한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도시는 그 가능성의 영역 안에서 변화의 요소를 가지고 있고, 그곳을 표류하는 데리버 역시 마찬가지이다. 데리버는 도시 안에서 자신이 보고 개입하는 과정을 통해 다른 질을 획득한다. 도시의 여러 요소들은 각각 하나의 배치물일 텐데, 데리브를 통한 재구성 과정으로 도시는 다른 방식으로 발견되고 그 경험은 데리버에게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이것이 시각적인 과정에 한정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지도 제작자로서 데리버의 임무를 환기한다면, 그는 도시의 풍경 안에서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수정할 수도 있다. 과거 플라잉시티가 청계천에서 했던 프로젝트가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표류로의 초대, 마로니에 미술관) 제5공화국 시절의 한강종합개발계획은 한강의 수질 개선을 목적으로 이뤄진 개발 사업이었다. 생태계를 무시한 무분별한 콘크리트 호안 설치 및 정비 사업은 한강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하천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여기서 5공의 개발 사업은 일종의 소유와 지배의 논리이다. 한강 수질 개선이라는 목표 지향적 과제는 돈으로 복구될 수 없는 생태계 파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간편한 수질 개선책으로서 개발과 계획의 논리가 한강뿐 아니라 한국의 전국토로 빠르게 전염된 것이다. 데리브는 이와 유사한 문제를 비교적 쉽게 깨달을 수 있는 방법이다. 시작하기 전에 하나의 과제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고 아니면 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도 있다. 결국 문제는 데리브를 통해 도시 공간 안에 중첩되어 있는 억압과 지배를 깨닫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이것과 상반된 것처럼 보이는 제도적 관용의 허구성도 인식할 수 있다. 청계천 복원 사업은 어쩌면 제도적인 관용에 그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행복하다고 느낀다. 이것만 생각하면 지금의 조건 하에서 스스로 내면을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과제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데리브가 이러한 기획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데리브가 현실 안에서 스스로를 깨달을 수 있는 페다고지, 자율적인 교육의 최소한의 조건이 된다는 말이다. 3. 공동체 경제 가라타니 고진이 주도했던 NAM(New Association Movement)은 비록 실패했지만 ‘노동 운동의 현실적인 전회’라는 의미에서 눈에 띄는 시도이다. (NAM에 대해서는 녹색평론 68호, 가라타니 고진의 ‘트랜스크래틱’, ‘NAM의 원리’ 등을 참고할 것) 고진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잉여 이윤은 노동자가 생산한 물건을 노동자가 다시 구입하는 것에서 온다고 지적하고,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노동자가 능동적인 주체로 등장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인 ‘소비 영역’에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고진이 ‘트랜스크리틱’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우리가 근본적으로 ‘자본, 국가, 민족’의 3항을 동시에 고려해야 된다는 것이다. 고진은 봉건 사회를 예로 들면서 자본(농업 공동체)과 국가(봉건 국가), 민족(도시)은 서로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었으며, 경제 활동은 교환과 호혜성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자본=국가=민족’의 삼위일체는 이 요소들이 강력하게 결합된 지금 세계 정서의 결과인 것이다.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이 상상의 공동체라고 했지만, 고진은 이런 상상의 영역이 칸트가 서술한 일종의 ‘초월론적 가상’이라면서 그것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무언가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NAM의 어소시에이션이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이며, 국가라는 ‘초월론적 가상’을 대체할 수 있는 영역까지 밀고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국가와 자본 양자에 개입하는 대안 화폐, 공동체 운동이었던 NAM은 2년 정도 진행되다가 2002년 폐쇄되었다. 이런 현실적인 실패에도 불구하고 고진이 언급하는 자본=국가=민족의 삼위일체와 어소시에이션 개념은 우리에게 재고할 거리를 던져준다. 세계화는 민족이나 국가를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강화시키고 자본의 세계화 역시 자본의 위상을 강화시킨다. 이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행동주의 공동체 Chto Delat는 자랑스럽게 자신들이 돈을 벌지 않고 이 운동을 지속시키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잘 알려졌듯이 상황주의자들은 돈을 벌지 않았고, 간디는 사람들에게 자본주의 결과물을 소비하지 말하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소비를 하지 않으면서 살 수는 없다. 애드버스터(adbuster)가 진행하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이나 다양한 경제/환경 공동체의 저항을 통해서 자본주의에 대한 급진적인 전회를 이끌 수는 없을 것이다. 애드버스터 역시 활동을 지속시키기 위해서 자신들의 활동 가운데 일부를 ‘소비할 수 있는 것’으로 가공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근본적인 한계를 고려하고 거꾸로 생각해본다면, 소비의 공동체 경제 운동은 우리가 일상 안에서 국가=자본=민족의 3항 고리에 개입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적 활동이다. 모든 것을 사유화하고 상품화하는 자본주의를 흉내 내며 (mimic) 자신들의 활동을 유사-상품으로 구성하는 과정 안에서 애드버스터 그리고 00마켓은 공동체 경제 운동의 전범이 될 만하다. 자본주의를 흉내 내는 것은 자본화와는 다른 것이다. 흉내 내기는 하나의 능동적인 활동이며 지적인 전술이다. 지금의 조건에서 흉내 내기를 통한 상점과 상품들이 다양하게 분화할 필요가 있다. CGV 를 닮은 우리 동네 극장, 갤러리를 흉내 낸 카페갤러리들, 북 페어를 흉내 낸 진 페어 등등. 예술 영역은 이런 행위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렇다면 흉내 내기의 느슨한 연대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00도큐멘트를 진행하면서, 서울이라는 지형 안의 여러 조건을 고려했을 때 가장 필요했고 절실했던 것이 이 부분이었다. 특히 자본과 국가 제도의 ‘결혼’에 의해 공공 문화 영역이 만들어지는 현실을 감안해보자면(지금 대부분 공공영역문화 기관은 공적 기금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데, 공적 기금이라는 말 자체가 자본과 국가의 결합의 산물이다), 대안적 공공영역은 그 안에서 다른 방식의 역할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역할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동체 경제라고 이야기할만한 무언가가 도출될 것 같다. C. 결론 : 00도큐멘트의 도구들 00도큐멘트는 문화예술 영역 안의 다양한 움직임과 활동들에 대한 보고서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펴본 다양한 영역은 문화예술 일반에 국한되지 않았는데, 이것은 계속 강조되는 것처럼 문화예술 영역의 결과물이 한 개인의 열정이나 천재성에 국한되지 않고 영역 사이의 움직임을 형성하는 지식 생산과정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기획은 자율주의, 공공영역, 공공예술, 민중미술, 다중 등의 여러 개념들 안에서 안착하려는 것은 아니다. 만약 00도큐멘트의 여러 리서치의 대상들이 하나의 지식 생산과정의 주체로 인식될 수 있다면, 이들을 그람시가 언급했던 ‘유기적 지성’으로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유기적 지성은 교육 과정이나 제도적 뒷받침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공동체 예술이 가질 수 있는 규모의 정치, 소통을 넘어 자기 지식을 차곡차곡 기록하는 과정으로서의 데리브, 자신의 활동을 지속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등장하는 대안적 경제 개념 등은 지금의 조건 안에서 공공영역과 예술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게오르그 짐멜 (Georg Simmel)은 도시 생활을 분열과 불안의 ‘ 이방인(Der Fremde)의 삶’으로 규정했다. 그에게 이방인은 오늘 와서 내일 머무는 자이다. 노마드와 다르게 이방인은 잠재적으로만 방랑할 수 있는 자이고, 한 사회 안에 다른 요소를 끊임없이 투여하는 작인(agent)이다. 공공영역을 형성하고 있는 여러 주체들은 어쩌면 이런 이방인들이다. 00도큐멘트라는 작은 프로젝트를 통해서 발견한 것은 아주 느슨하고 가냘퍼서 쉽게 부서질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물론 그런 부서짐은 특정 영역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주체들, 여러 이방인들, 자신의 영역 안에 끊임없이 다른 요소를 투여하는 자들 때문일 것이다.

No where To st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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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s Zine by Jin Jung 
 Publication date: September, 2007
 Format: 180x240 mm, 48 pages, 
B & W 
Edition of 100 
 KRW 6,000 정진열은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제로원디자인센터 아트 디렉터를 거쳐 현재 예일대 예술대학원 석사과정에 있다. 프로젝트 ‘부재(2001)’, ‘이미지와의 대화(2003)’, ‘어떤 것들의 목록(2005)’을 통해 개인의 기억과 경험에 바탕으로 한 작업들을 진행해왔던 그는 최근 들어 커뮤니티와의 공간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들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 책은 현재 진행중인 작업들의 한 부분을 묶은 것이다. Jin Jung born in South Korean, and studied visual communications at Kookmin University. After graduating from school, he focused intently on personal experience of memory and language. It was the main part of projects as ‘Absent(2001)’, ‘Imagelogue(2003)’, and ‘List of Something(2005)’. Currently he is studying at Yale School of Art(MFA), and has interested in the identity of community and space. This book is a part of his current studies. www.therewhere.com

We live off our wits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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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live off our wits 01 우리는 위트로 먹고 살아요 01 Project Zine by Park Daham, Gu Insoo Publication date: July, 2007 Out of Stock

Small Packet zine fair vol.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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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PACKET zine fair vol. 1 at gallery Ro, Seoul 6 August – 8 September, 2007 Organized by manual & mediabus Zine(소규모 개인 출판물)이라는 것은 사실 어느 시대에나 그 규모와 형태, 매체를 달리하면서 존재해 왔다. 거의 모든 정치적 격변의 상황에서 이러한 Zine들은 선동 또는 이해를 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능했고 그 표현 양식은 여러 문화적 조건들과 관계를 맺어왔다. 현재의 한국 사회는 총체적인 디지털 기반의 환경이 빠른 속도로 유입이 되고 있고 거의 모두가 잠재적으로 사회적 파급효과를 지니고 있는 개인이 되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갈증을 느끼는 것은 내용에 입각환 환경의 변화라기 보다는 자본의 요청에 의한 환경의 변화가 우선시 되고 있고 내용이 거기에 맞추어 자본의 필요에 따라 움직인다는 위기감에 기인한다. 매뉴얼(Manual)과 미디어버스(Mediabus)는 2007년에 이러한 갈증을 느끼는 아티스트와 큐레이터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소규모 자주 출판물을 취급하는 회사이다. 매뉴얼은 비주류 음악 장르와 개인 출판물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미디어버스는 기존의 문화유통구조에서 벗어난 존재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Zine’ 출판의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이 두 비주류 출판사, 레이블은 문화 자본 사회에서 저항의 방식이 아닌 구체적인 설득의 방식을 어떻게 디자인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스몰 파켓(SMALL PACKET)은 이러한 설득의 방식을 디자인하기 위해 선행적으로 필요한 경험의 축적과 발언의 방식들에 대한 실험. 동시에 적극적인 홍보와 유통의 방식을 시도해보기 위해 진행되는 Zine 을 중심으로 하는 전시이다. 2007년 초부터 활동을 시작한 두 소규모 출판사는 작지만 한국적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소규모 출판물의 제작과 작가들과의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에 애를 쓰고 있고 이번 전시를 통해 몇몇 외국의 출판사, 레이블들, 작가들과의 교류를 시도한다. 이번 페어는 당장의 기대적 성과보다는 소규모의 인프라 구축과 사소한 정보의 오픈된 공유 그리고 이러한 접근방식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실험의 장소가 될 것이다. smallpacket.blogspot.com [download]

Ryu Hank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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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s Zine by Ryu Hankil 
Publication date: June, 2007
 Format: 180x240 mm, 32 pages + 1 CD 
Design: Jin Jung 
Edition of 200 
Out of Print 류한길은 즉흥 음악 공연인 릴레이의 기획자 가운데 한 명으로 사운드 아티스트이자 기획자, 출판가로 활동하고 있다. MAP Ryu Hankil 01은 이메일 인터뷰와 디자인 결과물 그리고 공연 샘플 음반을 담고 있다. Ryu Hankil is an artist living in Seoul, Korea. He refers himself as a professional artist, and produces records and publications in a small scale through an established label named ‘Manual.’ MAP Ryu Hankil 01 is about a Relay project which involves Ryu Hankil and various artists through cooperative enterprise. www.themanual.co.kr

Data Compo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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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 Composition   저자: GRAYCODE, jiiiiin 그레이코드, 지인 미디어버스 발행 2021년 7월 25일 발행 ISBN 979-11-90434-16-4 [93670] 165x275mm / 128페이지 / 디자인 김영삼 값 24,000원 책 소개 2021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지금의 세대는 데이터가 주도한다. 데이터로 산업과 문화가 바뀌며 오늘의 순간이 이룩된다. 사운드 아티스트 듀오 GRAYCODE, jiiiiin(조태복, 정진희)의 <Data Composition>은 오늘날 데이터로 변화되는 시간에 관하여 생각한다. 그것은 1분 1초의 시곗바늘처럼 흐르는 시간은 아니며, 순서에 따른 선형적 처리에서 동시적인 데이터 처리 방식으로의 변화가 만드는 시간을 이야기한다. Data Composition은 이처럼 데이터로 구성된 시간에 관한 작품으로, 데이터와 전시 그리고 음악, 3부로 구성된 작품을 서적으로 정리하였다. 2021년 1월부터 시작하여 50일간의 전시 기간 동안 Data Composition 전시에서는 방문객들의 참여로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책의 첫 부분에서는 수집된 데이터를 처리한 방법에 관한 작용 원리 및 구조가 설명되어 있다. 이후 Sound와 Exhibition에서는 처리된 데이터로 작곡된 음악 작품과 전시 작품들을 소개한다. Data Composition 전시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의 기획전으로 제작되었으며, 서적에는 정가희의 전시 서문과 김남시, 김윤철의 전시 비평글이 수록되었다. 차례 작가 노트 시간                                                                     Description of Data Composition                    Data collection                                Data sound synthesis                           사운드                                                                   The core idea of music composition                    Music album                                                 전시                                                                      on illusion of time                                          now slice                                                     frameworks of Data Composition             도면                                            전시전경                                     서문 / 비평                                                     Data Composition: 과거, 현재, 미래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예술적 시도 – 정가희            데이터로 구성되는 시간 – 김남시            Data Composition – 김윤철 크레딧 필자 소개 저자 소개 GRYACODE, jiiiiin (조태복 1984-, 정진희1988-) 개별 전자음악가이자 사운드-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으로서 장르의 제약 없이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2019년 독일의 ZKM에 게스트 아티스트로 초대되어 작품 제작 및 발표를 하였으며, 2018년 YCAM InterLab 참여를 비롯하여, 프라하 국립 미술관(2018), 독일 한국 문화원(2019),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2020), 세종문화회관 미술관(2021), 체코 런치밋 페스티벌(2018) 등에서 전시와 연주를 진행했다. 2018년 독일 ZKM ‘기가-헤르츠 어워드’ 작품상을 수상했다. graycodejiiiiin.kr @graycode.jiiiiin 책 속에서 “그레이코드와 지인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2인조 전자음악 작곡가 및 사운드미디어 아티스트이다. 이들의 예술 행위는 다채로운 측면을 지닌 시간 개념의 시각화, 나아가 이러한 개념을 반영하는 소닉랜드스케이프의 창조를 모색한다. 이번 전시는 특히 전시, 웹사이트, 사운드 앨범의 삼부로 구성된(tripartite) 프로젝트이다. 시간에 대한 자신들의 이해를 제시하기 위해 작가들은 왼쪽 및 오른쪽 채널에 각각 다른 주기의 파편적인 사운드를 반복 재생하여 다량의 진동을 생성시키고, 동시에 추상적인 대형 흑백 영상을 사영(project)함으로써 또 다른 차원의 개방을 시연하는 전략을 택했다. 관람객은 작가들이 세심히 구축한 전시 구조를 탐험하며 신체적 및 감각적으로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웹사이트에 방문한 관람객들은 불가해한 듯 보이는 시각적 정보를 마주하게 되며, 이들의 온라인 참여(개개인이 웹사이트에 로그인한 시각, 콘텐츠를 관람한 기간 등)가 정보의 원천 역할을 수행한다. 수집된 정보는 최종적으로 50일간의 전시 이후 제작될 그레이코드와 지인의 사운드 앨범 data composition의 재료로 사용된다.” (100쪽, Data Composition: 과거, 현재, 미래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예술적 시도, 정가희) “관객이 전시 웹페이지에 접속했던 시간만으로 생성되는 데이터, 그렇게 모인 데이터에 기반해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이 물음을 위해 오늘날 우리에게 데이터와 정보가 갖는 위상을 생각해보자. 필요한 정보를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검색하고, 물건은 인터넷 몰에서 구매하고, 음식은 인터넷 플랫폼에서 주문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건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페이스 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리트윗하고, 댓글을 달거나, 스마트폰으로 QR 체크인을 하고, 맛집을 검색해 찾아다니는 것도, 넷플릭스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자동 재생되는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생각해보면 하루 24시간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시간을 우리는 네트워크에 접속해 생활하고 있다. 우리가 네트워크에 접속해 있는 시간, 네트워크 위에서 벌이는 모든 일들은 의식하든 못하든 끊임없이 데이터를 생산한다. 심지어 스마트 워치 같은 디바이스는 걸음이나 수면시간은 물론 혈압과 심박수 등 ‘행위’라 말하기도 힘든 우리의 생명활동마저 데이터화한다. 우리는 이렇게 모인 데이터들이 “현재 이 순간의 노동과 경계,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실제를 만든다”는 걸 알고 있다.” (103쪽, 데이터로 구성되는 시간, 김남시) “몰입된 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Immersive art)은 최근 디스플레이와 그래픽 기술의 발달과 대중화로 인해 더욱 극대화되었고, 강한 시청각적 체험을 제공하는 작품들은 실제와 가상, 관람자의 몸과 감각을 하나의 과잉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스펙터클의 과잉은 여기, 지금(hic et nunc) 다시 말해, 시간과 공간에 현존하는 개별자로서의 자신을 잊게 하는 원근법적 구도의 소실점을 향해 우리를 미끄러지게 한다. 이러한 사운드 아트의 장르적 위상과 오늘날 거대한 스펙터클의 과다하게 노출되어 번아웃(burn out)된 우리에게 몸, 그리고 물리적으로 반응하는 음향이 출렁이는 GRAYCODE와 jiiiiin의 전시 ‹데이터 컴포지션›의 공간은 가히 낯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낯설음은 단지 위에 서술한 이유와는 별개로 그들이 추구하는 예술적 실천의 핵심에서 유발된 것일 수 있다. 나는 이 핵심을 크게 추상성(abstractness), 비대상성(non-objectivity)그리고 정동성(affectiveness)이라는 세 가지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108쪽, Data Composition, 김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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