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3층에서 더 북 소사이어티 2호점을 운영했습니다. From September 2016 to September 2018, we had run the second bookshop of The Book Society on the 3rd floor of the main building of Seoul Museum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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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A x The Book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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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O 001 - DLO Identity
DLO Identitiy
Experimental Jetset, 2013
DLO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익스페리멘탈 젯셋의 아이덴티티 작업으로 2003년 이들이 아르티모Artimo 출판사/서점을 위해서 작업한 아이덴티티를 재활용한 것이다. 아르티모는 인터넷이 활성화 되기 이전에 뮨을 닫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아르티모에 대해 긍정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었고 이들이 네덜란드 예술 책과 디자인에 미친 영향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나는 폴 엘리먼의 글 <과잉 정보>에서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고 이후 2009년 3월 당시 뉴욕의 뉴뮤지엄 큐레이터였던 주은지가 아트선재센터 1층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인
“어떤 나눔: 공공재원”에서 아르티모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이들이 만든 아름답지만 쓸모 없는 책에 대한 강한 인상을 받았다. 오래된 기억이라 확실하지 않지만 나는 아르티모의 발행인이 책을 만듦에 있어서 디자이너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책을 만들거나 전시를 기획할 때 우리는 수 많은 선택을 강요당한다. 그리고 우리의 선택은 대중이나 소비자라는 우리는 소비자라는 실체 없는 위치에서 책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의 선택을 정당화시키는 유령 같은 존재일 뿐이다. 단순히
왜 이들은 별 쓸모없이 돈만 들어가는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그것은 책이 가진 합리성이나 자본주의의 효율성과는 분명히 거리가 먼 것이었다.
이후 내가 만드는 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쓸모없는 아름다움useless beauty’이라는 말을 종종 썼는데(이 말도 분명히 누군가에게 듣거나 어느 책에서 보았을 것이다), 내가 아르티모 책을 내가 처음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후 내가 미디어버스를 통해서 책을 만들고 그것을 유통하려고 했을 때, 최소한 이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누군가가 욕망하지 않는 어떤 사물로써 책, 필요에 의해서 책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낯설고 신기한 사물로써의 책. 그 책이 어떤 이미지와 텍스트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이 소비자라는 위치에서 최대한 멀어질 수 있을까?
책을 만들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판매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어떠한 가치도 담보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때 나는 책을 만들 생각을 한다. 만약 미디어버스가 부도가 나고 우리의 책이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 버려진다면 그것은 누구에게 어떤 가치로 유통될 것인가? 그 책을 보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누군가 감동을 받고 책을 만들고 판매해야 겠다는 생각을 이들이 암스테르담에 서점을 오픈하고 몇 년 뒤에 부도가 났다는 것은 아르티모가 만든 책과 서점이 정말 이러한 원칙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가장 명백한 증거일 것이다. 2003년 익스페리멘탈 젯셋은 아르티모의 아이덴티티와 리플렛, 포스터, 명함 등을 디자인 했고 나는 이들에게 이것에 기반한 프로젝트 아이덴티티를 의뢰했다. 데드레터 오피스는 우리가 다시 재고할 가치가 있는 (혹은 없는) 어떤 계기들을 포착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어떤 시대가 될 수도 있고, 개념이 될 수도 있으며, 당연히 책이나 장소나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왜 과거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가? 과거를 기억하거나 그것을 추모하거나 현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면, 과거는 어떤 가치를 지니는가?
매우 사적인 이 프로젝트를 처음 생각했을 때 아르티모를 떠올린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다시 이들을 방문하는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다.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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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O 001 - Revisiting Artimo
DLO Identitiy - Revisiting Artimo
Experimental Jetset, 2013
DLO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익스페리멘탈 젯셋의 아이덴티티 작업으로 2003년 아르티모Artimo 출판사/서점을 위해서 작업한 아이덴티티를 재활용한 것이다. 아르티모는 인터넷이 활성화 되기 이전에 문을 닫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아르티모에 대해 긍정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었고 이들이 네덜란드 예술 책과 디자인에 미친 영향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나는 폴 엘리먼의 글 <과잉 정보>에서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고 이후 2009년 3월 당시 뉴욕의 뉴뮤지엄 큐레이터였던 주은지가 아트선재센터 1층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인
“어떤 나눔: 공공재원”에서 아르티모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이들이 만든 아름답지만 쓸모 없는 책에 대한 강한 인상을 받았다. 오래된 기억이라 확실하지 않지만 나는 아르티모의 발행인이 책을 만듦에 있어서 디자이너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책을 만들거나 전시를 기획할 때 우리는 수 많은 선택을 강요당한다. 그리고 우리의 선택은 대중이나 소비자라는 우리는 소비자라는 실체 없는 위치에서 책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의 선택을 정당화시키는 유령 같은 존재일 뿐이다.
아르티모는 내가 무언가를 제작하고 생산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던져야 하는 질문 중에 하나인 이 책의 독자는 누구인가? 에 대해서 다른 방식의 답변을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추상적이고 모호한 대중 대신에 작지만 어떤 가치를 인식하고 그것에 반응할 수 있는 서클이 그것이다. 동시에 그러한 서클은 같은 시공간에 위치할 필요는없다. 어떤 서클은 어떤 가치를 공유하면서 함께 공존한다. 어떤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들이 책에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만들어낸 책에 대해 신뢰 이상의 감정을 가졌다.
<어둠의 왼손>에서 어슐르 르 귄은 지금 보아도 이상한 의사소통 수단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종의 양자역학 원리에 기반한 듯한 이 기구는
왜 이들은 별 쓸모없이 돈만 들어가는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그것은 책이 가진 합리성이나 자본주의의 효율성과는 분명히 거리가 먼 것이었다.
이후 미디어버스가 만드는 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쓸모없는 아름다움useless beauty’이라는 말을 종종 썼는데(이 말도 분명히 누군가에게 듣거나 어느 책에서 보았을 것이다), 내가 아르티모 책을 내가 처음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후 내가 미디어버스를 통해서 책을 만들고 그것을 유통하려고 했을 때, 최소한 이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누군가가 욕망하지 않는 어떤 사물로써 책, 필요에 의해서 책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낯설고 신기한 사물로써의 책. 이러한 책은 소비자라는 위치를 밀어낸다. 소비자라는 위치에서 이 책을 소비하려는 순간 이 책은 이들을 밀어낼 것이다. 책을 만들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판매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어떠한 가치도 담보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때 나는 책을 만들 생각을 한다. 이 책들은 귀중하거나 비싸지 않고,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사실은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2003년 익스페리멘탈 젯셋은 아르티모의 아이덴티티와 리플렛, 포스터, 명함 등을 디자인 했고 나는 이들에게 이것에 기반한 프로젝트 아이덴티티를 의뢰했다.
Images: Experimental Jetset
데드레터 오피스는 우리가 다시 재고할 가치가 있는 (혹은 없는) 어떤 계기들을 포착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어떤 시대가 될 수도 있고, 개념이 될 수도 있으며, 책이나 장소나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왜 과거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가? 과거를 기억하거나 그것을 추모하거나 현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면, 과거는 어떤 가치를 지니는가? 사실 데드레터 오피스는 과거를 방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어떤 시대나 사건, 사물이나 책을 다시 방문한다는 것은 이걸 다시 현재화시키는 것보다, 마치 르 귄이 구체화시킨 의사소통 수단처럼, 존재했지만 지금은 작동하지 않는 무언가와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행위이다. 르 귄의 소설에서 답변은 즉각적으로 주어진다. 하지만 그것은 꼭 우리가 의사소통을 하려고 했던 대상의 답신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답변은 우리가 예상하는 형식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배달되지 않은 우편물을 다루는 우체국 부서인 데드레터 오피스는 왜 우체국에 있을까? 물론 보관의
1922년 워싱턴 DC의 데드레터 오피스 위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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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큘로OKULO 008: A Critical Dictionary of Virtual Reality
오큘로OKULO 008: A Critical Dictionary of Virtual Reality
편집: 김보년, 이도훈, 이한범, 전효경
지은이: 오큘로 편집부 발행일: 2019년 3월 22일크기: 180 x 240 mm페이지: 128ISBN: 978-89-94027-97-5 93680
가격: 12,000원
책 소개
이번 호에서 마련한 특집은 두 개다. 그 첫 번째는 「A Critical Dictionary of Virtual Reality」로, 영상 매체로서 VR이 지닌 예술적 특성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비롯되었다. VR 산업은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의 상용화 이후 짧은 시간 만에 디바이스와 관련된 기술이 크게 발전했고, 콘텐츠와 그것을 유통시키는 플랫폼이 그에 보조를 맞추어 시장을 넓혀 나가고 있다. 대부분의 VR 콘텐츠는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생산되고 유통되지만, 최근 미술관이나 영화제를 찾은 관객이라면 VR 작품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오큘로』 편집부는 그간 VR에 꾸준한 관심을 두고 작품을 찾아보며 논의를 이어왔다. VR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주제로 꼼꼼히 따져볼 만한 작품은 아직은 요원했지만, 편집부는 VR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그 시각적 체계의 특성을 짚어볼 수 있을만한 경험이 일반적인 수준에서 축적되었다고, 또 그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여 이번 특집을 마련했다. 편집부는 예술 매체로서의 VR이라는 관점을 유지하며 최대한 다각적이고 다층적인 면면을 살펴보기 위해 ‘사전’을 서술의 형식으로 선택했다. A부터 Z까지 26개의 글자를 펼쳐놓고 그것의 고고학적 이해(‘Archaeology’)부터 공간성과 장소성에 대한 사유(‘Zone’)까지 채워 넣었다. 이 사전은 원칙적으로 계속해서 수정되고 갱신될 수 있으며, 또한 더 많은 용어(terminology)가 점진적으로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의 역사와 영화의 역사가 그러했듯 새로운 기술적 매체가 등장했을 때 그것의 예술적인 가능성을 비평적으로 가늠하기에 유용한 방법은 그것을 기존의 예술적 매체와 나란히 두고 비교해보며 그 시각적 체계의 원리와 특성을 도출해보는 것일 테다. 이는 새로운 예술에 대한 규범을 항목화 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시각적 체계의 작동이 촉발하는 광범위한 논의를 위해 장을 마련하고 최소한의 준거를 세워보는 일이다. 또한 동시에 이와 같은 시각적 체계가 스며들 세계가 요청하는 윤리에 대한 숙고이자 도래할 개별 작품에 대한 비평적 수행이라는 다음 국면의 임무에 대한 예비이기도 할 것이다. 기대에 들뜬 전망과 냉소의 눈초리 모두 아직은 섣부르다. 「A Critical Dictionary of Virtual Reality」 특집과 긴밀히 이어질 수 있도록 이번 호에서는 권하윤 작가에 대한 인터뷰를 마련했다. 권하윤 작가는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의 관객들에게 완성도 높은 VR 작품을 선보여 왔으며, 그의 작품에서 VR의 예술적 특성은 재현하고자 하는 대상과 그것을 위한 서사 구조 안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현소영 큐레이터가 권하윤 작가의 전반적인 작품에 대해, 그리고 VR에 대한 그의 이해 방식에 대해 질문해 주었다.
두 번째 특집은 지난 해 10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다원예술 프로그램 ‘아시아 포커스’ 섹션의 다섯 작가 로이스 응, 호추니엔, 남화연, 고이즈미 메이로, 다이첸리안에 대한 리뷰와 인터뷰이다. 다섯 작가는 모두 다원예술 프로그램의 프로덕션을 통해 신작을 제작했으며, 각각의 작품을 다섯 필자가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최근 국제적인 시각예술 영역에서 ‘아시아’라는 단어가 우려스럽다 싶을 정도로 쏟아져 나온다. 2022년 개최 될 제15회 카셀도큐멘타의 디렉터로 인도네시아의 아티스트 콜렉티브 루앙루파(ruangrupa)가 선정된 것에 대해서도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다. 그 우려의 근저에는 ‘대상화된 아시아’라는 새로운 식민주의의 귀환이, 기대의 근저에는 ‘방법으로서의 아시아’라는 급진적 사유에 대한 믿음이 있을 것이다. 지역적 특이성, 지리적 장소성이 아닌 대안적 방법으로서의 아시아라는 이론적 틀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아시아 포커스’에 참여한 다섯 작가의 생각을 톺아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들이 주목하는 대상과 재현에 대한 이해 방식, 그리고 그러한 이해에서 비롯되는 서사의 구조 등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주의 깊게 살펴보기를 바란다. 방법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되는 형식이며, 하나의 입장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한범)
목차
Front
003 이한범
특집 1: A Critical Dictionary of Virtual Reality
006 오큘로 편집부
●Archaeology ●Brand ●Controller ●Dense ●Emotion ●Frame ●Gear ●Horror ●Immersion ●Judder ●Key & Kiss ●Long Shot ●Montage ●Narration ●Off-Screen ●Point-of-View ●Quantum Story Theory ●Reverse Shot ●Subtitles ●Time ●User Interface ●Voice ●Wunderkammer ●eXtended Reality ●Yaw ●Zone
Interview
048 현소영 도달할 수 없는, 불가능한, 그리고 실재하지 않는: 권하윤과의 대화
특집 2: Performing Arts ‘Asia Focus’
062 남선우 역사의 서사에 누락된 각주 달기: 로이스 응의 <조미아의 여왕>
072 유운성 Something or Many Things: 호추니엔과의 대화
087 김재리 안무적 시간: 남화연의 <궤도 연구>
091 이한범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고이즈미 메이로의 <희생>
106 김정구 무대 위의 그림자와 스크린 위의 퍼포먼스가 만들어 낸 세계: 다이첸리안의 <동에서 온 보랏빛 상서로운 구름, 함곡관에 가득하네>
120 서현석 황혼과 여명 사이에서
책 속에서
“가상현실은 이용자에게 현존감(sense of presence)을 전달하고, 이용자는 그 세계의 시민이 된다. 그리하여 자신이 의존하고 있는 장치와 미디어의 존재감마저도 잊는다. 오늘날 컴퓨터 그래픽(CG),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혼합현실(MR, Mixed Reality),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등은 모두 그러한 투명성의 비매개를 지향하면서 이용자의 몰입감을 끌어낸다. 역사적으로 미디어가 자신을 지움으로써 투명성을 획득한 사례는 다양하다. 선사시대의 동굴벽화, 르네상스의 원근법 회화, 중세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18세기 말의 매직랜턴, 19세기의 사진과 영화 모두 이미지와 관람자 사이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감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초기 영화의 경우 말하기(telling)보다는 보여주기(showing)를 더 강조했는데, 그것은 관음증적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관객의 시선을 매혹적인 볼거리로 끌어당겼다는 점에서 어트랙션 영화(cinema of attraction)로 명명되고 있다. 이 시기의 영화 관객들은 정지된 이미지가 살아 움직인다는 것 자체에 흥분했다. 몰입 미디어의 전사라고 할 수 있는 초창기 어트랙션 영화는 드라마틱한 이야기 구조가 있는 서사영화보다는 움직이는 이미지를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엔터테인먼트에 더 가까웠다.“
(오큘로 편집부, “A Critical Dictionary of Virtual Reality”, ‘Archaeology’ 중에서)
“선택이라는 행위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영상의 서사를 구성하는 양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넷플릭스는 몇 년 전부터 <장화 신은 고양이: 동화책 어드벤처>(2017), <스트레치 암스트롱: 도시를 구하라>(2018)와 같은 어린이용 인터랙티브 드라마를 꾸준히 선보여 왔는데, 최근에는 성인용 콘텐츠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2018)를 통해 인터랙티브 기반 서사물이 상당히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선택이 실질적으로 새로운 서사 양식일 수 있을지는 사실 모호하다. 기존의 인터랙티브 기반 서사는 대체로 일종의 미로 구조와도 같다. 두 갈래의 길목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거기서 돌아 나가야 한다. 무수히 많은 선택들에 의해 이동 경로가 임의적으로 정해지는 듯하지만, 결국 되돌아봤을 때 그것은 이미 정해진 경로이며 단 하나의 출구로 이어진다. 이는 분명 로베르트 발저가 그려내는 우발적 이야기를 품은 산만한 “산책”과는 대척되는 걷기의 방식일 것이다.”
(오큘로 편집부, “A Critical Dictionary of Virtual Reality”, ‘Controller’ 중에서)
“VR 영상에서는 하나의 숏이 시작하는 순간 그 공간은 이미 하나의 완벽하게 단일한 돔 형태의 공간으로 제시된다. 데쿠파주의 기반이 되는 정교하게 계산된 상상선과 심도는 이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를 쓴 관람객의 자유로운 고개돌림으로 대체된다. 그렇다면 데쿠파주는 VR 영상에 이르러 드디어 완성된 것일까? 아니면 적어도 VR 영상에서는 완전히 쓸모없는 개념이 되고 만 것일까? 어떤 면에선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초기영화(early cinema)가 편집을 활용한 영화적 공간의 창조와 관련해 겪었던 지각의 문제가 오늘날 VR 영상에서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VR 기술이 몽타주를 통한 새로운 가상현실 공간의 창조라는 문제를 어떻게 돌파하느냐에 이 기술의 예술적 가능성이 걸려 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VR 시대의 에이젠슈타인이라 불릴 만한 인물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큘로 편집부, “A Critical Dictionary of Virtual Reality”, ‘Montage’ 중에서)
“VR이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세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물음은 이 세계가 어떤 장소(정체성, 관계성, 역사성)와 접속되어 있으며 또 접속하려 하는지에 대한 물음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한 접속이 없이 오롯이 나름의 방식으로만 움직이는 곳은 ‘구역(zone)’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VR이 제공하는 세계란 구역일 뿐이라고 속단할 필요는 없다. 다만 지금은 이 세계의 성격을 두고 여전히 경합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며, 이때 ‘VR Experience Zone’과 같은 말은 이 세계에서의 주도권을 행사하려 드는 산업의 조급증이 낳은 모순어법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왜냐하면 구역이란 오직 경험의 파괴만이 있는 곳을 가리키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오큘로 편집부, “A Critical Dictionary of Virtual Reality”, ‘Zone’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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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서점 Common Bookshop
공유서점 Common Bookshop
기간: 2017년 9월 2일 ~ 11월 5일장소: 돈의문박물관마을
공유서점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전시장인 돈의문박물관 마을 안에 위치한 임시 서점으로 비엔날레 기간 동안 운영되었다. 건축을 중심으로 어버니즘과 생태학, 독립출판 등 다양한 장소에서 만들어지는 책을 열람하고 구입할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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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룸 Reading Room
리딩룸은 강독회가 아니다.
리딩룸은 오히려 공동의 무기고다.
여기서는 각자의, 그리고 또한 공통의 이론적/실천적 무기를 만들기 위한
독서와 논쟁, 협력과 불화만이 허용된다.
리딩룸의 참여자는 언제나 하나의 텍스트를 공유할 것이지만
각자의 관점, 경험, 배경, 방법의 이질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우정'의 표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MEASURING WAVES (파장 측정하기)
기간4월 10일부터 6월 26일까지
장소더북소사이어티 (상수동)
참가조건영문 독해가 가능한 분(단 영문 독해가 가능하지 않은 분들이 참여하실 경우, 텍스트 일부가 조정될 수도 있음)
Reading Schedule
Contemporary
1회 (4/10)- Hal Foster, “Contemporary Extracts” (from OCTOBER 2009, fall Questionnaire on Contemporary), e-flux Journal, What Is Contemporary Art? - Hans Ulrich Orbist, “Manifesto for Future”, e-flux Journal, What Is
Contemporary Art? - Boris Groys, “Comrades of Time”, e-flux Journal, What Is Contemporary Art?
Relational Aesthetics
2회 (4/17)- Nicolas Bourriaud
3회 (4/24)- Claire Bishop, Antagonism and Relational Aesthetics, OCTOBER 110, Fall 2004,
pp. 51~79
Space, Participation
4회 (5/8) - Celine Condorelli, Eyal Weizman, “Support, Participation, Equity”, The
Violence of Participation (2007), Sternberg Press- Andrea Phillips, “Doing democracy”, Local operations at Serpentine Gallery,
may 20075회 (5/15)- Hans-Ulrich Obrist, “Preface: Participation Lasts Forever”, Did Someone Say
Participate? An Atlas of Spatial Practice (2006, The MIT Press)- Michael Hirsch, “The Space of Community: Between Culture and Politics”,
Did Someone Say Participate? An Atlas of Spatial Practice (2006, The MIT Press)
Design
6회 (5/29)- Boris Groys, Marx After Duchamp, or The Artist’s Two Bodies, e-flux journal
#19 N october 2010 - Boris Groys, The Obligation to Self-Design, e-flux journal #0 7회(6/5)- Tom Holert, Hidden Labor and the Delight of Othersness: Design and
Post-Capitalist Politics - Boris Groys, Self-Design and Aesthetic and Responsibility
Knowledge, Community
9회 (6/19)- Grant Kester, Dialogical Aesthetics10회 (6/26) - Anton Vidokle, School as Exhibition Nikolas Hirsch, Markus Miessen, United
Nation Plaza: Building Knowledge- Tom Holert, Art in the Knowledge based Polis, e-flux journal #3 february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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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ng
Moving
Hanmin김한민
Design Mat-kkal
Printing Animal Press(Sung-hee SEO, Jinhee Han), Seoul
52pages
ISBN
978-89-94027-99-9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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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Sculptures 스몰 스컬프처스
Small Sculptures 스몰 스컬프처스
Osang Gwon 권오상
2019년 5월 15일
글: 추성아
번역: 백한나
편집 · 디자인: 신신(신해옥 · 신동혁)
스티커 디자인(일러스트레이션): 이광무
인쇄 · 제본: 문성인쇄
크기: 175x260mm
페이지수: 120ISBN: 979-11-966934-0-4 92600
가격: 25,000원
1:43의 비율로 축소된 이 조각들은
인터넷에 검색해 얻어낸 이미지와 제원을 바탕으로 재현되었다. 손에 쥘만한 크기의 이 작은
형태들은 그 자체로 조각이기를 희망한다. 자연을 닮은 수석이나 분재를 바라보듯이 이 조각들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 작품의 1차 감상법은 카메라를 통한 사진을 보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온 도판들은 실물을 눈으로 보는 영역을 넘어서 있다.
The
sculptures reduced to the proportion of 1:43 were produced based on the images and
dimensions searched on the Internet. These petite forms, which could be held in one
hand, stand independently in aspiration to be sculptures on their own. It is anticipated
for the viewers to see sculptures the way they admire suiseki (viewing stone) or bonsai
in resemblance to nature. However, the primary step to appreciate this work is to
observe the photographs first. The images in this book are beyond the experience of
seeing the works in person.
작가 소개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홍익대학교 조소과와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했다. 1999년 작가로 데뷔했고 사진을
이용한 조각과 조각 그 자체를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평촌에서 작업중이다.
Osang Gwon was born in Seoul, Korea
in 1974 and he received B.F.A and
M.F.A from Hongik University Department of Sculpture. Gwon began
his career in 1999 and continues to
explore his unique photo-sculptures as
well as the essence of sculpture itself. He currently works in Pyeongcho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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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페미니즘: 소외를 위한 정치학
제노페미니즘: 소외를 위한 정치학
라보리아 큐보닉스 지음
아그라파 소사이어티 옮김양민영 디자인
미디어버스, 아그라파 소사이어티 발행
2019년 5월 31일 발행
ISBN: 979-11-966934-1-1
93600
한글, 영어 / 105x210mm
/ 102페이지
값 10,000원
자연이 부당하면, 자연을 바꿔라!
「제노페미니즘: 소외를 위한 정치학」은
2014년 피터 볼펜달과 레자 네가레스타니가 베를린 세계문화의 집에서 기획한 컨퍼런스에서
만난 여섯 명이 공동 집필한 선언문이다. 기술적 담론과 페미니스트적 사유와 실천 사이의 연계를 고려해
두고 쓰여진 이 선언문은, 지금까지 13개의 언어로 번역되고
배포되었다. 이들은 기술을 미래의 페미니즘 철학을 현실화하는 가장 최적의 도구로 생각했고, 20세기 초 프랑스 출신의 수학자 그룹인 니콜라스 부르바키 이름을 애니그램으로 재배치해 라보리아 큐보닉스라는
일종의 에이전트이자 아바타를 만들어 선언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짧은 선언문이지만 인간이 역사적으로 성취한 기술적 발전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그것이 가진 전체주의적이면서 해방적인 가능성을 페미니즘적
실천 안에 어떻게 절합시킬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3명의 기획 출판 콜렉티브인 아그라파 소사이어티가 번역하고 미디어버스와 공동으로 출판하였다. 또한
아그라파 소사이어티와 라보리아 큐보닉스가 진행한 서신 인터뷰 내용도 함께 들어있어서 책의 배경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목차
제로
인터럽트
트랩
패리티
어드저스트
캐리
오버플로우
라보리아 큐보닉스 인터뷰: 제노페미니즘의 새로운 경로
저자 소개
라보리아 큐보닉스 Laboria Cuboniks
라보리아 큐보닉스는 다이앤 바우어, 카트리나 버치, 루카 프레저, 헬렌
헤스터, 에이미 아일랜드, 패트리샤 리드 6명의 다국적 여성으로 구성된 예술가 그룹이자 사이버페미니스트 아바타다.
2015년 「제노페미니즘: 소외를 위한 정치학」을 공동으로 저술해 발표했다. 13개의 다른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공유되고 있는 제노페미니즘
선언의 주된 내용은 정치적 불평등성을 엄호하는 자연의 폐기와 젠더의 해체이다. 그룹명이자 가상의 인격체로서
여성으로 간주되는 라보리아 큐보닉스의 이름은 20세기 초 프랑스 출신 수학자 그룹 니콜라스 부르바키Nicolas Bourbaki의 철자를 애니그램으로 재배치하여 만들었다.
역자 소개
아그라파 소사이어티
아그라파 소사이어티Ágrafa Society는 김진주, 이연숙, 이진실로 구성된 기획 & 출판 콜렉티브다. 아그라파ágrafa는 ‘문맹의’ 또는 ‘문자 체계가 없는’을
뜻하는 스페인어 형용사의 여성형으로, 아그라파 소사이어티는 문법 없이도 가능한 쓰기의 사회를 꿈꾼다. 리서치 기반의 프로젝트에 주목하여 시각 문화와 동시대 예술에서의 의미심장한 신호를 포착하고자 하는 활동으로서
웹저널 〈SEMINAR〉를 발간하고 있다.
www.zineseminar.com
책 속에서
“제노페미니즘은 젠더폐지론자들이다. ‘젠더폐지’는 현재 인간 집단에서 ‘젠더화된’
특징으로 간주되는 것들을 완전히 근절하기 위한 코드가 아니다. 가부장제 아래에서는 그러한
어떤 프로젝트도 재앙을 의미할 뿐이다. ‘젠더화된’ 것이라는
개념은 대개 여성적인 것에만 들러붙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록 이러한 균형을 바로잡는다 하더라도, 우리의 관심사는 세계의 다양성을 성차로 환원시키는 것이 아니다. 100가지
성들이여 피어나라! ‘젠더 폐지론’은 현재 젠더를 규정하고
있는 특질들이 더 이상 권력의 불균형적 작동을 위한 비교 기준이 되지 않는 사회를 구축하려는 야망의 약칭이다.
‘인종 폐지론’도 유사한 공식으로 확장된다. 그
투쟁은 현재 인종화된 특징들이 더 이상 차별의 근거가 아니라 그저 누군가의 눈동자 색에 지나지 않을 때까지 지속되어야 한다. 우리가 투명한 형태로, 또 탈자연화된 형태로 억압을 마주하게 되는
자본주의 체제 이래로, 궁극적으로 모든 해방적 폐지론은 계급 폐지의 지평을 향한다. 당신은 임금노동자이거나 가난하기 때문에 착취당하고 억압당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착취당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이거나 가난한 것이다.” (19페이지)
“초기 텍스트 기반의 인터넷 문화의 잠재력은 억압적 젠더체제에 맞서 주변화된 공동체들의
연대를 만들어냈다. 90년대 사이버페미니즘을 점화시키며 그렇게 새로운 실험 공간을 창출해낸 인터넷 문화의
잠재력은 21세기에 들어서자 시들해졌다. 오늘날 온라인 인터페이스에서
시각성의 지배는 정체성 정치와 권력관계, 그리고 자기-재현적
젠더규범이라는 익숙한 방식들로 복귀하고 있다. 그렇다고 사이버페미니즘의 감수성이 오직 과거에 머물러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웹에 잠복해있는 억압의 가능성에서 전복의 가능성을 추려내면서, 페미니즘은 오랜 권력 구조의 은밀한 복귀에 대해 민감하게 대처해야 하는 반면,
그러한 잠재력을 요령껏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그것들을 보증하는
물리적 현실과 분리될 수 없다. 즉 이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각기 다른 목표를 위해 대체될 수 있다. 제노페미니즘은 물질보다 가상이 우선이라고 주장하거나 가상이 물질보다 우선이라고 주장하기보다, 물질과 가상이 함께 구성된 우리의 현실에 이러한 지식을 효과적으로 개입시키기 위해 권력과 권력없음이라는 두
지점을 모두 확보한다.” (26페이지)
“우리는 ‘젠더 해킹’이라는 용어가 장기적인 전략으로 확장 가능한지, 아니면 해커문화가
소프트웨어에서 이미 이룬 업적과 유사한 웨트웨어wetware를 위한 전략인지 질문한다. 완전히 자유로운 세계이자 오픈소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은 우리가 보아온 것들 중 실행가능한 코뮤니즘에 가장
가까운 작업이다. 3D 프린팅을 이용한 제약기술(리액션웨어), 풀뿌리 원격의료 낙태클리닉, 젠더 핵티비스트, DIY-HRT 포럼 등이 우리 앞에 배아 상태의 전망들로 이제 막 열리고 있다. 과연 우리는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무모함 없이, 이러한 전망들과
자유로운 플랫폼 및 오픈소스 약품을 조합하며 잘 기워갈 수 있을까?” (29페이지)
“제노페미니즘은 유동적인 지도 위에 승전의 X로
이질적인 미래를 구축하고자 하는 욕망의 표식을 그린다. 이 X는
운명을 표시하지 않는다. 이는 새로운 로직의 형성을 위한 위상학적-키프레임을
삽입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반복에 매여있지 않은 과거를 긍정하면서, 좁은 통로, 조립 라인, 공급용
배관보다 더 풍부한 기하학적 구조를 지닌 자유의 공간을 확충할 능력을 위해 싸울 것이다. 우리는 자연화된
정체성에 맹목적이지 않은 새로운 지각과 행동의 장비affordances가 필요하다. 페미니즘의 이름에서, ‘자연’은
더 이상 부당한 도피처가 되어서는 안 되며, 그 어떤 것도 정치적 정당화를 위한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연이 부당하면, 자연을 바꿔라!” (34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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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살기 Killer Move
필살기 Killer Move
잭슨홍 지음
옐로우 펜 클럽 글
신신 디자인
한국어/영어
2019년 10월 9일 발행
ISBN 979-11-966934-5-9
(93600)
200x305mm /
106 페이지
값 25,000원
책 소개
취미가에서 열리는 잭슨홍 개인전 《필살기》(2019.10.9~11.6)의 일환으로 발행된 책이다. 잭슨홍은 디자이너
출신의 현대 미술가라는 별칭에 걸맞게 완성도 높은 시각적 결과물을 선보여왔다. 개인전 《Autopilot》과 《ECTOPLASMA》의 깔끔한 마감의 작품들은
마치 공산품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 없는 아름다움만 남겨 놓은 듯이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쿨’한
작업의 완성도와 상반되는 농담이나 장난에 가까운 어조도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왔다. 잭슨홍의 농담은 기묘한
기운의 인체 조각으로 구현되거나 절반만 완성된 자판기, 잡지 가판대를 흉내 낸 동인지, 삶을 예찬하는 트로피, 어설프게 디자인된 로봇까지 다채롭다. 이런 작품의 감상 방법은 제작자의 의도보다는 감상자 개인의 독해로 귀결된다.
같은 대상을 보며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것이다. 완벽하게 대비되는 지점에서 소비할 수
있는 아슬한 경계를 만든다. 그 경계 밖에서 희미하게 미소짓고 있는 미술가가 바로 잭슨홍이다.
이번 전시 《필살기》에는 잭슨홍이 미술을 대하는 행보가 스며있다. 각종 장르 속 ‘필살기’라는
단어를 연상하게 만드는 요소가 무채색 조형물이 되어 공간을 점거하고 있는데 이것들은 극적인 긴장감을 연출한다기보다는 살의 하나 없이 모호하게 부풀려진
스케일로 벽면을 가득 채운다. 잭슨홍이 선택한 필살의 기술은 상대를 제압하는 강력한 의지라기보다는 추락하는
듯이 보이는 불새의 모습처럼 ‘탈출과 자폭’에 가까운 서늘한 온도의 웃음 같다. 작품을 대하는 섬세한 손길은 “도면이 있기에 다시 제작할 수 있다”라는
작가의 입버릇과 모순처럼 보인다. 하지만 낯익은 풍경도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현대의 삶 속에서 개인이
추구하는 애정과 냉소는 이 시대를 반영한다. 이성적인 설계에서 출발한
‘질주하는 관’이 모노톤의 풍경에 당도하였을 때, 전에는
공존하기 어려웠던 잔잔한 애정을 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목차
전시소개
설치장면
“어셈블”을 기다리며 – 루크
설치장면
Every Man has His Humor – 총총
설치장면
우리 언니의
킬링 파트: 케이팝 유니버스의 필살기 – 김뺘뺘
설치장면
작품정보
저자 소개
잭슨홍
작가 혹은 제품 디자이너.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산업디자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크랜브룩아카데미오브아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개인전으로 (갤러리2, 2010), (김진혜갤러리, 2008), (Gallery 2, 2008) 등이 있고, 단체전으로는 <대학로 100번지>(아르코미술관, 2009), (메종에르메스도산파크, 2009), (두아트서울, 2008) 등이 있다.
책 속에서
“필살기란 무엇인가. 오의, 궁극기, 즉사기라고도 불리며, 적에게 가장 큰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자신만이
가진 특별한 기술이다. 필살기는 가장 화려하고 강력하며 그렇기 때문에 사용 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최후의
순간까지 아껴두는 어떤 것이다. 어린 시절 로봇 만화에서 주인공이 계속 악당에게 두들겨 맞다가 마지막
순간에서야 합체하고 필살기를 사용하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지곤 했을 것이다. 그냥 처음부터 필살기를 썼으면
금방 끝날 텐데 굳이 저 고생을 하는 이유가 뭘까. 답은 간단하다. 그래야
필살기가 진정 멋지고 강력하게 보이니까. 그래서 사실 필살기의 핵심은 기다림이다. 손오공이 지상의 생명체들에게 기를 나누어 받아 원기옥을 만들어 최후의 일격을 날리듯 조금씩 쌓아온 시간들에
결실을 주는 순간이다.”
- 『어셈블』을 기다리며, 27페이지
“잭슨홍 개인전 《필살기》는 주로 영화, 일본 만화 등에서 유래한 무기의 구조를
재현한다. 불주먹, 미사일, 기폭장치 같은
무기는 여러 서사에서 반복적으로 변주되며 등장하여 클리셰가 된 것들이다. 잭슨홍은 서사에서
그것들만 추출하여 정교하고 매끈하게 만든다. 만화책에서 바로 튀어나온 것 같은 흑백의 구조물은 과도하게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서사 안에만 존재하던 상상의 물체를 실제로 사용가능하게 제작한 것처럼 보인다. 팔에 달린 미사일은 당장이라도 발사될 것처럼 완벽한 제품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표면은 매끈하게 정리되어 있고, 로켓을 받치고 있는 거치대는 정교하게 움직인다. 기폭장치에는
토글스위치 6개와 버튼스위치가 이중으로 장착되어 있다. 안전과 직결된
만큼 정교하고 세심하게 고안된 기계의 스위치는 한번 ‘딸깍’ 올려서
그 성능을 시험해보고 싶게 한다. 이로써
잭슨홍은 서브컬처의 관습적인 장치를 현대미술 전시의 문법으로 전환시키면서, 2차
창작이라는 서브컬처 특유의 문화를 재맥락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테다.”
- Every Man
has His Humor, 54페이지
“케이팝 산업이 물이 오르다 못해 과잉 팽창된 현재, 매주 새로운 아이돌이 데뷔하고
기성 아이돌이 컴백한다. 시청자가 결코 잊지 못하는, 투표를
하고 돈을 쓰고 짤을 찌고 ‘좋아요’를 누르게 하는 모멘트는
생존과 직결된다. 수많은 경쟁자 사이에서 ‘차트인’ 하기 위해서는 이번이 마지막 활동이라는 심정으로, 매 컷마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달려 있다는 각오로 임해야만 한다. 그
노력이 가장 돋보이는 방식으로 촬영, 편집되어 적절한 인터페이스에 안착해야 활성화되는 스타성은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아이돌의 필살기는 간절한 몸부림에서 시작하여 프로듀서와 소비자의 은혜에 힘입어
꽃핀다. 킬링파트는 애잔하고 눅눅하다.”
- 우리 언니의 킬링 파트: 케이팝 유니버스의 필살기, 7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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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선언문 출판하기 Publishing Publishing Manifestos
출판선언문
출판하기 Publishing Publishing Manifestos
미할리스 피힐러 지음
임경용 옮김
미디어버스 발행
2019년 10월 17일 발행
ISBN 979-11-966934-6-6
105x210mm /
국영문 / 152페이지
값 10,000원
책 소개
미디어버스 선언문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독일 출신의 작가이자
베를린아트북페어 미스 리드(Miss Read)의 공동 창립자인 미할리스 피힐러가 편집한 『출판 선언문』(MIT Press, 2018)의 서문만 번역한 것이다.
이 서문은 10개의 짧은
글로 이뤄졌는데, 여기에 모은 87개의 선언문이 속한 역사적인
배경에 대한 설명부터 실천으로 출판의 필요성과 의미, 새로운 출판 운동이 상업 갤러리나 기업, 기관에 의해 원래의 활력을 상실하게 되는 과정들에 대한 우려 등 다양한 이슈를 다룬다. 또한 포스트디지털 시대 POD와 같은 기술적 가능성을 비롯해 새로운
책 공간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아트북페어 등도 짧게 설명하고 있다.
원래 책의 본문에 해당하는 87개의
선언문이 빠져 있는 대신 선언문의 목록과 함께 한국 독자들을 위한 저자와의 인터뷰가 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목차
소외에 저항하며
진지한 더미들
역사적 긴장의
궤적을 지나가는 가벼운 산책
물질적 애정
공론장으로서
아트북페어
이 책을
제작한 물질적 조건들
「출판 선언문」에 수록된 선언문 목록
아티스트
북이라는 용어는 의심스러운데가 있다
패러다임의
변화와 포스트디지털 전회
「출판 선언문」을 통해 갈 수 있는 길
우리는 승리했는가?
부록
「출판 선언문」에 수록된 선언문 목록
미할리스
피힐러와의 인터뷰
저자 소개
미할리스 피힐러
미할리스 피힐러는 베를린에 거주하는 예술가이자 작가이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보존 구역에서 조각가로 교육받았으며, TU 베를린에서
건축과 베를린 바이센제 예술학교에서 미술로 학위를 받았다. 2013년
‘컨셉츄얼 포에틱 데이’를, 2009년에는 베를린
아트북페어인 미스 리드를 공동으로 설립했다. 2019년에는 아테네 아트북페어를 시작했다. 최근 뉴욕의 프린티드 매터와 밀라노 예술협회에서 개인전을 했다. 2015년
프린티드 매터와 스펙터 북스에서 공동으로 그의 모노그라프인 「13년: 2002년부터 2015년까지 개념의 물질화」를 출판하였고, 2019년에는 미스 리드와
MIT 프레스를 통해 자신의 앤솔로지인 『출판 선언문』이 출간되었다.
역자 소개
임경용
2007년 소규모 출판사인 미디어버스와 2010년 서점이자 프로젝트 스페이스인 더 북
소사이어티를 구정연과 공동으로 설립했다. 《제록스 프로젝트》(백남준
아트센터, 2015), 《예술가의 문서들: 예술, 타이포그라피 그리고 협업》(공동기획, 국립현대미술관, 2016), 서울미디어시티 비엔날레 2018(콜렉티브 디렉터, 서울시립미술관, 2018) 등의 전시나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포스트디지털 프린트」(알레산드로
루도비코, 미디어버스, 2017) 등을 번역했다.
책 속에서
“출판의 경제학은 제작과 유지라는 측면에서 볼 때 걱정거리가 된다. 인쇄비를 낼
돈이 있나? 작업실뿐 아니라 집세는 낼 수 있을까? 책이나
작품을 만들 때 사람들은 그것을 위해 사는가? 아니면 그로부터 생계를 유지하는가? 왜 모든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출판 활동으로 그 돈을 모두 지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을까? 최소한 제작비는 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가? 이러한 욕망은
그냥 낙관주의에서 나오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순진한 것인가 아니면 이것은 자기 표현의 충동을 져버리게 하는가? 타우바
아우어바흐는 이렇게 밝힌다. “재정적으로 잘 운영한다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가치는 아니다. 다만 타협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생존 가능한 사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싶었다.” (5쪽)
“용어로서 “아티스트 북”이 문제적인
것은, 책에 예술이라는 딱지를 붙임으로써 전복적인 잠재성과 일상의 실천에서 격리시키고 게토화하기 때문이다. 로버트 스미스슨은 이러한 상황을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이동가능한
사물 혹은 표면이 외부 세계와 격리된다. 예술 작품이 완전하게 중성화되고 영향력이 없어지며 추상화되고
안전해지고 정치적으로 생기가 없어졌을 때, 사회에서 소비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모든 것은 시각적인 사료와 이동 가능한 상품으로 축소된다.” (22쪽)
“책등이 있는 책은 중철 제본된 책보다 더 심각하다. 큰 출판사는 작은 출판사보다
더 심각하다. 이러한 중력에 저항해 싸우는 몇몇 공동체들은 자신의 반 심각주의적 입장에 대한 미학적
발언을 하곤 한다. 이를테면 POD 플랫폼에서 PDF를 무료로 유통하거나 값싼 재료나 기술적으로 정교하지 않은 기법으로 인쇄된 책을 만드는 자주 출판사도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들은 포스트벤야민 시대의 논리가 “디지털뿐만 아니라
재생산성이 한계의 모든 영역을 배제한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32쪽)
“북페어의 역할은 그러므로 어느 정도 역설적이다. 비평적 논의를 위한 열린 공간을
만드는 것과 신자유주의적 이벤트의 중요한 사례에서 흔들리고 있다. 동시에 더 큰 아트 페어들은 점점
더 북페어 섹션을 포함시키고 싶어하고, 미술관들은 이러한 페어들을 유치함으로써 방문자와 함께 이들이
가진 에너지를 가져오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다.” (38쪽)
“우리는 출판사나 북페어를 운영하는 것이 예술 작업이 될 수 있는 특별한 역사적 순간에 도달했다. 동시에 이것은 사회적 작업이다. “제작 양식은 물질적 제품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을 만드는 것과 유사하다.”(세스 프라이스) (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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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 이미지 전시하기 Exhibiting the moving image
무빙 이미지 전시하기: 다시 본 역사 Exhibiting the moving image: History Revisited
프랑수아 보비에, 아디나
메이 (엮음)
김웅용 옮김
워크룸 디자인
2019년 10월 31일
ISBN
979-11-966934-3-5
ISBN
979-11-966934-2-8 (세트)
130x185mm /
264페이지
값 18,000원
책 소개
무빙 이미지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기획
미디어버스는 영화 연구자이자 전시기획자인 프랑수아 보비에와 아디나
메이가 영화학자, 미디어학자 그리고 미술 이론가들의 글을 선별하여 엮은 책 『무빙 이미지 전시하기: 다시 본 역사(Exhibiting the Moving Image:
History Revisited)』를 출간한다. 이 책에 수록된 여덟 편의 글은 영화사와
미술사에서 배제되었던 “사건들로 전시”를 통해 움직이는 이미지의
확장된 세계를 탐구한다.
우리는 움직이는 이미지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모니터와
프로젝션을 통해 드러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언제부터 이러한 이미지들이 공공장소와 내밀한 개인적 공간에서
폭발하듯 쏟아진 것일까? 이런 궁금증은 움직이는 이미지의 역사를 영화나 미술이 형성한 분할된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바라볼 때만 적절히 답할 수 있다.
이 책을 편집한 프랑수와 보비에와 아디나 메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전시’와 ‘무빙 이미지’라는 개념을 나란히 놓고, 그 기저에서 행한 관습과 담론을 비교하며, 거기에서 발견된 새로움을
살펴보기 위해 구성된 것이다. 한편으론 전시와 큐레이팅의 전반적 확장과 아트 스페이스에서 무빙 이미지가
급격히 증가한 지점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한편으론 변화된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들을 뒷받침하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최근 몇 십 년 사이에 등장한 예술의 동시대성에 관한 특징을 정리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제도적 차원의 전시뿐만 아니라 게임이나 아방가르드
극장, 비디오 전시처럼 확장예술의 퍼포먼스가 이루어지는 장소와 비제도적 공간까지 그 대상에 넣고 있다. 또한 정해진 시간에 따라 상영하는 영화관이나 연속적인 전시와 다르게 일시적으로 상영되는 영화제도 연구 대상에
포함시킨다. 즉 이 책은 유통과 순환으로 구조화된 예술은 물론이고 영화의 제도적 관행이 사라진 곳에
남겨진 공공 장소까지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왜 무빙 이미지인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내내 전개되어 온 영화나 미술의 비규범적 사건들이 왜 최근에
무빙 이미지라는 개념으로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영화와 미술에 대한 역사적인 순간에 대한 특별한 질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이것에 대한 대답은 하나의 계기가 아니라 무빙 이미지가 서로 다른 용어와 개념으로 불렸던 과거의
여러 사건들을 연결하여 바라볼 때 가능하다고 제안한다.
이미지가 움직인다는 것에 대한 생각은 단순히 움직임이 나타난 화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는 어떤 사물을 기록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움직이는 거대한
그림을 설치하고 그것을 배에 올라타서 가상으로 경험하도록 만든 마레오라마와 같이 필름 영화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다양한 갈래의 움직이는 이미지가
드러났던 사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무빙 이미지에 대한 확장
이 책은 무빙 이미지를 바라보는 시야를 확장한다. 영화나 비디오로 규정되는 영상 문화가 정해진 길을 따라 발전되어야 한다던가 혹은 결정된 미래로 나아갈 것이
아니라, 자신의 흔적을 돌아보며 더 넓은 시간 안에서 사유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과거를 통해 현재가 규정되는 일방적이고 교훈적 역사관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과거와의 상호 반응을 통해 과거와 연결된 지점뿐만 아니라 단절된 지점까지 함께 파악해야 한다. 여기 수록된 글들은 그러한 과거를 가리키면서 오늘 날 존재하는 무빙 이미지의 모습을 투영한다.
목차
프랑수아 보비에, 아디나
메이 - 서문
줄리 라이스 - 기계
시대 말기에서 본 무빙 이미지
막사 졸러 - 회고를
통한 전망: «프로스펙트 71: 프로젝션»
줄리아나 브루노 - 움직이는
파노라마: 예스퍼 유스트의 디지털 확대경
케이트 몬들로흐 - 매체는
눈알 마사지다
에리카 발솜 - 영화적
전환 이전의 상황: 1970년대 비디오 프로젝션
그렉 드 퀴르 - “GEFF(장르실험영화제)”에 관하여
프랑수아 보비에 - 공공
장소의 영화: 대영제국 판매국의 포스터 영화
매브 코놀리 - 트레일러
시간: 영화적 기대감 그리고 현대미술
역자 후기
편집자 소개
프랑수아 보비에François
Bovier
스위스 로잔 예술디자인대학교 연구소장이며 로잔대학교 영화이론과 부교수이자
실험영화, 전쟁영화, 예술가 영화에 관한 다수의 글을 썼고, 무빙 이미지 분야에서 독립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영화저널 『데카드라주』(로잔, 2003)의 공동 창간 편집자이다. 저서로는 『풀: 영화관에서 ‘상영된’ 아방가르드 문학』(라주돔,
2009)가 있다. 『1974년 스위스 불어권에서의
초기 비디오 아트와 실험영화 네트워크: ‘소수 역사’의 사례』(로잔 예술디자인대학교/프레스뒤레알,
2017)를 편집했으며, 르네 베르제의 『비디오 아트』(JRP,
2014)와 『확장된 영역에서의 영화』(JRP, 2015)를 아디나 메이와 공동 편집했고, 마크 루이스의 『불/가능한 영화』(메티스
출판부, 2016)를 하미드 타이엡과 공동 편집했다.
아디나 메이Adeena Mey
스위스 로잔 예술디자인대학교에서 박사 후 과정과 강의를 하고 있고, 독립 전시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2013-15년 런던 센트럴
세인트마틴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있었고 프랑스와 보비에와 공동으로 르네 베르제의 『비디오 아트』(JRP,
2014)와 『확장된 영역에서 영화』(JRP, 2015)를 편집했다. 현재 『사이버네틱스 전시: 매체로서의 실험영화와 전시』를 출간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옮긴이 소개
김웅용
결핍에 관한 기록과 내러티브를 무빙 이미지로 재구성 하여 작업하고
있다. 영상 매체의 변형에서 파생된 현상과 역사성에 관심을 두고 영화미디어를 공부한다. 문래예술공장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리얼타임 비디오 퍼포먼스 ‹오호츠크해
고기압›, ‹피부 밑에 숨은 이름들›을 선보였고, 백남준아트센터,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내외에서 개최된 전시에 참여했다.
책 속에서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무빙 이미지 전시의 진정한 다양성에 관한 고찰을 담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총망라한 것은 아니지만 수록된 글들은 “화이트 큐브”가 점유한 공간을 문제의 대상에 넣었고, 움직임을 나타내거나 투사된
이미지에 대한 다양한 방식까지 포함한다. 이는 게임이나 아방가르드 극장 등 비디오 전시처럼 확장예술의
퍼포먼스가 이루어지는 장소뿐 아니라 비제도적 공간을 포함한다. 우리는 또 정해진 스케줄을 따르는 기존의
영화관이나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전시와 달리 기한을 두고 열리는 영화제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결국
유통과 순환으로 구조화된 예술과 영화의 제도적 방식을 제거한 곳에 남겨진 공공 장소가 그 대상이다.” (20쪽)
“«기계»는 당시로서는 모마에서 두 번째로 열린
‘기계’ 주제의 전시였다. 그 첫 번째인 «기계예술»은 1934년에
개최되었다. 공구와 가사 도구를 비롯해 미국의 공장에서 제조된 기계 부품 같은 물건들이 일반적인 조각
작품을 전시하는 방식으로 전시실에 설치되었다. 필립 존슨이 기획한 이 전시에서 강조한 부분은 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기계로 제작된 제품의 아름다움과 그 상품 가치였다. 일부 모순되는 점에도 불구하고 전시
기획의 전제는 기계적으로 생산된 사물을 기념하는 것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기계»는 기계에 의해 생산된 사물이라기보다 기계를 대하는 태도의
역사적 검증이었고, 개방적 태도로 그 양가성을 받아들인 전시였다.”
(33쪽)
“영화가 이미지에 가까이 다가가 그것을 움직이게 만들기 이전에, 정원은 사람을
그림뿐만 아니라 그 그림을 통해 물리적으로 움직이게 해 주었고, 그것은 내부의 지평을 열어 주었다. 그것이 우리를 쇼몽공원을 드나들게 만들었고, 동시에 스크린과 공간의
디스플레이는 근대성의 이 특별한 움직임을 재연하여 우리를 바로 그 풍경 속에 있게 한다. ‹이 이름
없는 스펙터클›에 있는 파리 지역 공원을 이동하면서 작가는 실재하는 계보의 방향을 서술한다. 바로 풍경 디자인에서 영화적 공간으로의 이동을 감각적으로 동원하는 방식이다.
정원 공간은 영화적 공간과 달리 불연속성의 미학을 지니며, 이는 다중적 시점과 비대칭적
관점을 동원한 편집을 통해 드러난다. 예스퍼 유스트는 외부와 내부 풍경을 연결하는 비대칭적 움직임을
작품 속에서 강화하며 이 특별한 “현장”과 함께 작업한다. 감각 기관의 즐거움을 위한 기억의 극장, 풍경은 이곳에서 촉각적
공간으로 다시 활성화되고 이동하는 영화가 된다.” (73쪽)
“아방가르드 영화제의 역사는 방해와 공백 그리고 중단으로 가득 찬 분열된 사건이다. 이
조각난 역사는 1929년 여름 영화에 사운드가 도입된 시기와 함께 시작되었으며, 거기엔 말테 하게너가 “아방가르드 발전의 정점”이라고 본 두 가지 사건이 있다. 첫 번째는 독일공작연맹이 조직하고
아방가르드 작가 한스 리히터 가 기획하여 슈투트가르트에서 개최한 «영화와 사진Film und Foto»이다. 이 전시는 처음으로 영화 예술과 문화에
초점을 맞춰 등장했고, 따라서 영화의 표현 방식을 진지하게 다룬 첫 번째 전시였다. 두 번째 사건은 같은 해 9월 스위스 라사라즈에서 개최된 국제독립영화회의였다. 이 아방가르드 회의는 대안 영화 운동의 주인공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곳에서 영화가 상영되었고, 강연과 토론이 진행되었으며, 심지어 현장에서 영화를 공동 제작하기도 했다.” (1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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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옴여름가을겨울
보옴여름가을겨울
호상근
엮은이 박가희, 호상근
글쓴이 김봇자, 남선우, 이기준, 임진아
미디어버스 발행
2019년 12월 13일 발행
ISBN 979-11-90434-01-0
(93600)
167x210mm /
576페이지
값 40,000원
책 소개
시선을 거두어도 흩어지지 않고 잔상으로 남는 장면이 있다. 대체로 이러한 장면은 아주 거창하지도 유별나지도 않은 흔한 일상, 그
일부일 뿐이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누군가의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아 손바닥 만한 규격에 담긴다. 장면은 이야기를 풀어내며 관계를 만들고, 이 관계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는
다시 장면이 되어 돌아온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지난 시간 호상근 작가가 이야기를 매개로 규격에
담아온 관계와 일상을 엮어낸 풍경집이다. 계절에 따라 펼쳐지는 책 속의 풍경은 김봇자, 남선우, 이기준, 임진아와
만나 새로운 이야기와 장면을 만든다.
목차
들어서며
보SPRING옴
쾌속정의
물보라, 주홍빛 등대, 물보라 · 김봇자
여SUMMER름
쭉쭉 더
쭉쭉 · 남선우
가AUTUMN을
가을이 영원해
진 날 · 이기준
겨WINTER울
겨울밤은
낯설다 · 임진아
대화 · 박가희, 호상근
저자 소개
호상근
1984년 5월에 태어나 어머니가 칭찬한 그림 실력을 붙잡고 지금까지 뭔가를 계속 그리고
있다. 현재 용인과 서울을 오가며 꼬박 3시간 정도를 길
위에서 보내며 여전히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다.
김봇자
김봇자는 스튜디오 도구의 쫄보 에디터 김홍구가 자신감이 필요할 때
쓰는 이름이다. 다소 산만한 방식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소개하고 있다.
남선우
큐레이터. 생각과 입장들이
언어라는 형태를 입을 때, 언제나 남겨지는 나머지 부분들에 관심이 있다. 그럼에도 미술에 대한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한다.
이기준
그래픽 디자이너. 잡다하되
자질구레 하지 않은 관심거리를 모아 산문집 『저, 죄송한데요』를 지었다.
임진아
누군가의 어느 날과 닮아 있는 일상의 우연한 순간을 그리거나 쓴다. 그림과 글을 짓는 태도는 ‘친숙 하게, 하지만 전에 없는 듯 새롭게’의 마음으로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아직, 도쿄』 『실은 스트레칭』이
있다. imyang.net
책 속에서
“어릴 때부터 말이나 글로 상대방에게 공감을 일으킬 만하게 표현을 잘 못해서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줬어요. 처음에는 친구나 부모님에게요. ‘내 말이 맞지 않느냐’ 내지는 ‘무슨 느낌인 줄 알지’ 등 제 말에 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는 것처럼요. 그렇다고 아주 똑같이 그려내지는 않지만 부족한 부분은 말과 글로 메우는 거죠.
(웃음) 그리고 늘 두리번거리면서 걷는 편이었어요. 내가
사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이 동네가 처음인 것처럼요. 그래서 그런지 동네 무서운 형들에게 돈을 자주
빼앗긴 기억이 나네요. 아직 그 형들의 옷차림도 기억나요. 관찰하는
어린이, 맞았던 것 같아요. (웃음) 여하튼 줄곧 제 주변을 관찰하고 그걸 그림으로 전달하려 고 했던 것이 자연스럽게 제 작업의 큰 줄기가 되었네요.” (567페이지)
“너무 특이한 모양으로 아무렇지 않게 서있는, 그러니까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
물건도 있어요. 예를 들면 주차금지 표지물이나 나무 모양을 낸 시멘트 테이블 같은 것 말이에요. 아, 그런데 왜 야외 테이블이나 벤치, 쓰레기통을 만들 때 굳이 시멘트란 소재를 쓰면서 기껏 나무 무늬로 디테일을 낼까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종종 산책로나 정류장에서, 서울보다는 지방 쪽으로
갈수록 자주 보이는 것 같아요. 어찌 되었든 그것을 만드는 사람을 생각하면 너무 대단하고 멋지지만 수고스러운
작업이겠다, 뭐 그런 생각이 동시에 들어서 ‘아무래도 기억나는
사물’이 됩니다. 사회에 녹아드는 조각, 너무 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셨던 걸까요? 주워들은 이야기로는
굉장히 숙련된 미장기술로 만든다고 하던데, 그걸 만든 분은 자랑을 하고 싶었던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웃음)” (569페이지)
“작가에게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게 돼요. 이 대화에서 더 명확해진 것은
호상근 작가의 작업은 이야기 그 자체를 재현하려는 데에 방점이 있다기보다는, 이야기를 매개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관계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속의 감정이나 분위기로 드로잉에
남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 감정이 다시 이야기를 촉발하며 순환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앞으론 호상근 작가의 작업을 마주하게 되면 이야기를 들으며 감정이 담긴 장면을 상상하는 작가와 이야기를
하면서 당시를 회고하는 혹은 그려진 장면 속의 인물, 두 사람의 모습을 같이 그려볼 것 같아요.” (57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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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총서 4] 유닛의 세계 – 사용자 경험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들
[한시간총서 4] 유닛의 세계 – 사용자 경험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들
권시우 지음
미디어버스 발행
강문식 디자인
2019년 10월 31일 발행
ISBN 979–11–966934–8–0
04600
978–89–94027–74–6
(세트)
100x150mm /
96페이지
값 10,000원
책 소개
미술 비평가 권시우가 자신의 비평에서 중요한 위상을 가지고 있는
유닛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201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에서 두드러지는 어떤 경향을 설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개념을 선택하고 정교화시킨다. 새로운
디지털 환경과 같은 테크놀로지 변화나 신생공간 같은 특정한 장소성의 등장은 유닛이라는 개념이 형성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지만, 박아람, 김정태, 김희천, 강정석, 김효재와 같은 작가들의 작품들 안에서 구체성을 획득한다는
의미에서 작품에 개입할 수 있는 유효한 비평적 개념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권시우
웹진 '집단오찬'을 운영하고 있다. 한때 '흔들리는
죠'라는 예명을 사용하며 비평적 관객을 지향했다. 지금은
비평가로서 디지털의 조형성과 사용자라는 정체성에 관심을 둔 채 그와 관련한 작업들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책 속에서
“유닛이란 무엇인가? 유닛은 사용자–주체가
동기화할 수 있는 가상의 주체를 의미한다. 이를테면 그것은 지도 인터페이스 상에서 명멸하는 GPS객체일 수도 있고, 각종 소셜 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유무형의 계정들일
수도 있으며, 게임 캐릭터/아바타일 수도 있고, 심지어 사용자 자신일 수도 있다. 그 외의 사례들을 얼마든지 언급할
수 있지만, 그런 식으로 유닛을 목록화한다고 해서 앞선 질문에 대한 충분한 답변을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사례, 즉 유닛이 ‘사용자 자신’이 될 수 있는 여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사용자–주체는 디지털 환경과 조응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유닛들에게 스스로를 대입하지만, 이는 단순히 익명성의 가면을 편의적으로 탈착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주체에게 유닛에 대한 몰입의 순간을 허용한다. 즉 사용자–주체는 일시적으로 유닛이 됨으로써 비로소 디지털 환경에서의
시야를 확보하게 된다.” (5페이지)
“유닛은 모든 불화의 지점들을 해소할 수 있는 전능한 매개체가 아니라, 단지 사용자 – 주체가 감각적인 과부하에 시달리지 않은 채, 지금의 불확실한 세계를
대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지를 마련할 뿐이다.” (91페이지)
“유닛으로서의 존재는 비록 세계의 총체를 조감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고유한 시점을
통해 세계를 응시한다. 유닛의 시점으로 수렴하는 세계는 가상과 현실의 모호한 접경지대, 이를테면 ‘사이의 공간’이다. 우리가 ‘사이의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은 세계로부터 돌이킬 수 없이 소외됐다는 사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이의 공간’은 지금까지 공란으로 남은 사용자 – 주체의 지각적인 경험을 상연하기
위한 일종의 무대다.” (94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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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총서 5] 새로운 질서
[한시간총서 5] 새로운 질서
민구홍 지음
미디어버스 발행강문식 디자인
2019년 11월 14일 발행
ISBN 979–11–966934–9–7
04600
978–89–94027–74–6
(세트)
100x150mm /
128페이지
값 10,000원
책 소개
윤원화의 『문서는 시간을 재/생산할
수 있는가』를 시작으로 2017년부터 미디어버스에서 펴내는 ‘한
시간 총서’의 다섯 번째 책 『새로운 질서』는 워크룸 편집자 겸 민구홍 매뉴팩처링 운영자 민구홍이 혼자
또는 마음이 맞는 동료와 함께, 시기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진행해온 동명의 교양 강좌를 간추린 결과물이다.
크게 공유(강의와 대화), 실천(연습과 실습), 비평으로
이뤄진 강좌는 컴퓨터 언어, 특히 HTML, CSS, 그리고
약간의 자바스크립트(JavaScript)를 도구 삼아 정보의 새로운 질서를 탐구한다. 수강생은 자신의 관심사에 관한 목록을 작성하고(질서 1), 여기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해 웹사이트로 치환한 뒤(질서 2), 여기에 또다시 새로운 질서를 부여해 특정 공간에 선보이게 된다.(질서 3) 이 과정에서 수강생은 몇몇 성공을 통해 실패에 익숙해지며 단계별로 매체가 변모하는 국면을 주도해보는 방법을
익힐 것이다.
책은 강좌의 순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목록에서 시작해 웹을 이루는 대표적인 컴퓨터 언어인 HTML, CSS를
가로지른다. 단, 언어의 면면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대신 원리와
접근법, 그리고 곱씹을 거리를 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은이의
말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기술을 인쇄물로 박제하는 것은 공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원리를 이해해 실제로 이를 적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 있다.
학교가 어색함 없이 질문할 수 있는 곳이라면, 책은 궁금증을 환기하지만 정작 물리적으로 질문에 대응할 선생이 없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는 온전한 학교가 될
수 없다. 유년 시절 정식으로 몬테소리(Montessori) 교육을
받았다는 지은이는 책의 태생적 약점을 보완하고자 자신이 경험한 정신을 살려 몇 가지 간단한 장치를 마련했다. (초등)교육자의 자세로 되도록 표준 용어를 사용하고, 이미 전한 말을 연거푸
반복하는 한편, 곳곳에 내용과 관련한 연습 및 실습 도구를 제공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그렇게 독자는 실제로, 또는 머릿속에서 자신만의 웹사이트를 만들어보거나
떠올려보며 자신만의 새로운 질서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실용서의 형식을 띤 문학 작품?
강좌를 간추렸다는 점에서 이 책은 학습서로 기능하기도 하지만, 지식을 가장하는 사변적인 정보, 명사와 동사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형용사나 부사, 더러 눈에 띄는 은유나 환유는 그와 거리 두기를 시도하고 있다. 감히 말하건대 이 책을 단순히 실용서로만 대한다면 대단히 중요한 뭔가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미리 말해두지만, 어떤
대목이 교육적으로 읽힌다면, 이는 결코 지은이 책임이 아니다. 독자에게
권하는 책을 온전히 읽는 방법 하나는 장마다 책의 제사(題詞, 책
첫머리에 적은 책과 관계된 노래나 시), 즉 미국 드라마 시리즈 『트윈 픽스(Twin Peaks)』의 등장 인물 루시 모런(Lucy Moran)의
역사적 첫 대사를 되새기는 것이라고 한다.
“보안관님, 피트 마텔(Pete Martell)
씬데요, 음, 전화 돌려드릴게요. 빨간색 의자 옆 테이블에 놓인 전화기로요. 벽에 붙은 빨간색 의자요. 테이블 위엔 램프가 있고요. 그 왜, 전에 우리가 저쪽 구석에서 옮긴 램프 있잖아요. 전화기는 검은색
말고, 갈색이요.”
한 시간 총서
미디어버스에서 펴내는 ‘한
시간 총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언어를 책이라는 견고한 물질로 만들어왔습니다. 지은이는 진행해온 강좌의 순간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특별히 제작한 웹사이트를 통해 원고를 정리한 한편, 총서의 디자인 시스템을 고안한 강문식은 형식 면에서 한 차례 완성된 원고, 즉
웹사이트를 인쇄물의 문법을 활용해 책으로 번역했습니다. 총서 발행인 임경용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어쩌면 “웹사이트로 통하는, 부피와 무게가 있는 QR 코드”일지
모릅니다. 쪽 번호 없이 열람하는 기기마다 달라지는 웹사이트를 다시 책으로 치환하는 일은 오늘날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하나의 내용을 웹사이트와 책, 서로 닮았지만
전혀 다른 두 매체를 오가는 데 일조하는 이 “QR 코드”는
내용과 형식을 대하는 접근법 면에서 또 다른 곱씹을 거리를 제공합니다.
목차
머리말
목록
인터넷과
웹
내게 웹사이트는
지식의 강을 따라 흐르는 집이다. 당신은? / 로럴 슐스트(Laurel Schwulst)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기 전에
HTML
CSS
또 다른 CSS
자바스크립트
추억 속으로
저자 소개
민구홍
일곱 살 무렵 매킨토시 LC
III로 처음 컴퓨터를 접했다. 중앙대학교에서 문학과 언어학을, 미국 시적 연산 학교(School for Poetic Computation,
SFPC)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하지만 ‘좁은
의미의 문학과 언어학’으로 부르기를 좋아하는 편이다.)을
공부했다. 안그라픽스를 거쳐 워크룸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실용
총서’ 등을 기획한 한편, 민구홍 매뉴팩처링(Min Guhong Manufacturing)을 운영한다. 지은 책으로
이 책 『새로운 질서』(미디어버스, 2019)가, 옮긴 책으로 『이제껏 배운 그래픽 디자인 규칙은 다 잊어라. 이
책에 실린 것까지.』(작업실유령, 2017)가 있다. 한 인터뷰에 따르면, 과일 가운데 크기 순으로 수박, 멜론, 복숭아, 무화과, 체리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https://minguh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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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목록이 아름다운 까닭은 특정 논리에 따라 배열된 정보의 질서 때문이다. 어떤
글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은 그것이 다름 아닌 글자의, 단어의, 구절의, 문장의, 문단의 목록임을 감지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어떤 웹사이트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은 그것이 다름 아닌 파일의, 태그의, 요소의, 하이퍼링크의, 글의, 이미지의, 영상의, 상자의, 문서의 목록임을 감지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9페이지)
“웹사이트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미 마친 작품을 보관하는
창고는 아니며, 그래서도 안 된다. 작품은 세상에 선보인
순간부터 죽어가기 시작한다. 웹사이트를 포함해 상호작용을 수반한 어떤 것이든 본질적으로 영원한 미완성
상태다. 어딘가 불완전하고 벌레도 몇 마리 꼬일 것이다. 그것이
웹사이트가 품은 아름다움의 요체다. 웹사이트는 살아 있는, 따라서
죽기도
하는 공간이다.” (48페이지)
“하이픈 프레스(Hyphen Press)의 발행인 로빈 킨로스(Robin Kinross)는 『왼끝 맞춘 글: 타이포그래피를 보는 관점(Unjustified Texts:
Perspectives on Typography)』‑에서 독일 출신 스위스 타이포그래퍼
얀 치홀트(Jan Tschihold)를 소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타이포그래퍼는 깐깐해야 한다. 세부만 잘 정리해도 좋은 타이포그래피가 나오기 때문이다.” HTML과 CSS야말로 웹사이트의 고갱이이자 타이포그래피다. 프런트엔드에 한해서는 둘 또는 HTML만으로도 충분히 모자람 없는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 이미 수많은 웹사이트가 그렇게 만들어졌고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눈 높은 누군가는 어딘가 미진한 기분이 들지 모른다.” (10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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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독해법: 사물이 말하지 않은 것 Tilted Reading: What's Untold by Things
기울어진 독해법: 사물이 말하지 않은 것
Tilted Reading: What's Untold by Things
기획: 추성아필자 : 박경신, 최빛나, 추성아번역 : 황선혜사진 : 전명은디자인 : 신신인쇄 : 인타임발행처 : 미디어버스발행일 : 2019 년 12 월 14 일160쪽. 컬러인쇄. 150*230mmISBN 979-11-90434-03-4 93600값 20,000 원
"기울어진 독해법: 사물이 말하지 않은 것(Tilted Reading: What's Untold by Things)"는 조혜진 작가의 «옆에서 본 모양 : 참조의 기술» 전시에 대한 기록과 더불어, 이전 작업에서 참조하고 있는 실용신안문서와 조각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함께 다룬 자료집 형식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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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룸 Reading Room
리딩룸은 강독회가 아니다.
리딩룸은 오히려 공동의 무기고다.
여기서는 각자의, 그리고 또한 공통의 이론적/실천적 무기를 만들기 위한
독서와 논쟁, 협력과 불화만이 허용된다.
리딩룸의 참여자는 언제나 하나의 텍스트를 공유할 것이지만
각자의 관점, 경험, 배경, 방법의 이질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우정'의 표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MEASURING WAVES (파장 측정하기)
기간4월 10일부터 6월 26일까지
장소더북소사이어티 (상수동)
참가조건영문 독해가 가능한 분(단 영문 독해가 가능하지 않은 분들이 참여하실 경우, 텍스트 일부가 조정될 수도 있음)
Reading Schedule
Contemporary
1회 (4/10)- Hal Foster, “Contemporary Extracts” (from OCTOBER 2009, fall Questionnaire on Contemporary), e-flux Journal, What Is Contemporary Art? - Hans Ulrich Orbist, “Manifesto for Future”, e-flux Journal, What Is
Contemporary Art? - Boris Groys, “Comrades of Time”, e-flux Journal, What Is Contemporary Art?
Relational Aesthetics
2회 (4/17)- Nicolas Bourriaud
3회 (4/24)- Claire Bishop, Antagonism and Relational Aesthetics, OCTOBER 110, Fall 2004,
pp. 51~79
Space, Participation
4회 (5/8) - Celine Condorelli, Eyal Weizman, “Support, Participation, Equity”, The
Violence of Participation (2007), Sternberg Press- Andrea Phillips, “Doing democracy”, Local operations at Serpentine Gallery,
may 20075회 (5/15)- Hans-Ulrich Obrist, “Preface: Participation Lasts Forever”, Did Someone Say
Participate? An Atlas of Spatial Practice (2006, The MIT Press)- Michael Hirsch, “The Space of Community: Between Culture and Politics”,
Did Someone Say Participate? An Atlas of Spatial Practice (2006, The MIT Press)
Design
6회 (5/29)- Boris Groys, Marx After Duchamp, or The Artist’s Two Bodies, e-flux journal
#19 N october 2010 - Boris Groys, The Obligation to Self-Design, e-flux journal #0 7회(6/5)- Tom Holert, Hidden Labor and the Delight of Othersness: Design and
Post-Capitalist Politics - Boris Groys, Self-Design and Aesthetic and Responsibility
Knowledge, Community
9회 (6/19)- Grant Kester, Dialogical Aesthetics10회 (6/26) - Anton Vidokle, School as Exhibition Nikolas Hirsch, Markus Miessen, United
Nation Plaza: Building Knowledge- Tom Holert, Art in the Knowledge based Polis, e-flux journal #3 february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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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스트 제어/벤타블랙
로버스트 제어/벤타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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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늘 지음
미디어버스 발행
신신 디자인
2019년 11월 14일 발행
ISBN 979-11-90434-00-3
(90600)
105x148mm /
120페이지
값 15,000원
책 소개
『로버스트 제어/벤타블랙』은
조각가 최하늘이 쓴 2개의 짧은 소설을 모은 소설집이다. 현대미술작가
혹은 조각가로서 최하늘은 이 두 개의 소설을 통해 미술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로버스트 제어
2018년 한 해 동안 두 번의 개인전과 다섯 번의 단체전을 가졌다. 서로 다른 일곱
개의 전시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동시에 느슨하게 혹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때때로 모든 전시의 작품을 만든 당사자로서 나 스스로 방점을 찍은 것들에 대한 정리/해설이 요구됐고 한 해 동안 참여한 전시, 제작된 작업의 궤적을 돌아보면서
다음 스텝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부득이하게 소설의 형식을 빌려왔지만 결과물은 소설의 형식을 띄지
않고 외려 알 수 없는 글쓰기가 되어버렸다. 다만 허구적인 서사가 가미되었다는 점에서 이것은 소설이다.
벤타블랙
미술을 하면서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 창작 과정에서 늘 의식하고 있는 것들을 모아 하나의 픽션으로 작성했다. 그를
통해 나는 내가 사적으로 겪는 것들이 단순히 작가의 자기 고백으로 여겨지며 축소되는 것을 거부한다. 이것은
창작하는 모든 이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관객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목차
로버스트 제어 3
벤타블랙 97
저자 소개
최하늘은 조각가이다.
책 속에서
“어쨌든 나는 이제 다시 혼자 이곳에서 느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가 나에게
준 유산이라면, 이곳에 어떤 전시장이 있고, 어떤 연주회가
열리고, 어떤 디저트가 맛있고, 앉아서 맥주를 마시기에 좋은
곳이 어디인지와 같은 명백한 것들. 이런 실용적인 것들은 그의 부재가 느껴질수록 더욱더 뚜렷한 유산이
되었다. 그를 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많고 많지만 나는 그에게 연락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나는 그에게 있어 그냥 오래된 귀인이고 싶다. 어차피 나도 이번
출장을 마지막으로 이곳과 작별을 고한다. 우리 둘의 시공은 이렇게 마무리가 될 것이다. 이 정도면 내가 꿈꿨던 로맨스에 어느 정도 부합하지 않을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없던 정도 생겨난다고, 나는 이곳이 조금은 그리울 것 같다는 착각에 사로잡혔다. 특히 이곳의 수많은 전시장들. 왜 하필 전시장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곳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것이 같은 경험을 서울에서 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고 싶다. 물론 몇 가지를 제외하면 그 둘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미술은 범지구적인 것이니까. 나는 딱 그 정도만 미술을 경험해왔으니까. 그의 설명이 없이 관람하는 미술은 예전만큼 재미있지 않았지만 나는 마치 사별한 애인이 살아생전 간곡히 부탁한
것처럼 열심히 전시를 살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내가 미술을 대할 때 어떤 관점에서, 어떤 취향을 갖고 이것들을 감상하는지 알게 되었고, 문득 그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여기 없지. 그래
사실은 말이야,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를 많이 봤어. 공부하는
마음으로. 너에게 자랑하려고.” (7쪽)
“S와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그는 나의 의지를 지지해주었다. 또한 흔쾌히 나의
마지막 작업제작을 도와주기로 했다. 사실 이 상황은 철저히 나의 실수에서 비롯되었다.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출품작을 먼저 제작하는 습관을 들였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뭐든 쉬운 일을 먼저 끝내놓고 큰일을 진행하는 습관은 늘 시간을 버는 방식이라고 믿었고, 이것이 나의 큰 자랑거리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착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어쨌든 마지막 작업은 무조건 완성시켜야한다. 전시장 동선의 가장 안쪽에 자리할 이 조각은 내가 생각하는 결말이다. 그
또한 마지막 작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나의 의견을 이해했고, 내가 얼마나 절박한지 알기에 흔쾌히 나를
돕기로 한 것이다. 뼈대를 포함해 대부분의 덩어리가 이미 만들어져있기 때문에 마무리의 과정이 그리 지난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낙관했다. 나는 S에게 나의 눈과 손을 위임했다. 머릿속에서 완성된 마지막 조각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그에게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보다 그리 명료하게 처리될 수 없는 일이었다. 손으로 느끼는 표면의 질감을 언어를 통해 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하여 결국 그에게 위임된 것들 중 손은 다시 내게 돌아왔다. 나는 직접 재료를 만지며
마지막 조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그가 봐주며 천천히 작업을 진행했다.” (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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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드는 새로운 예술(책사회총서 2)
책을 만드는 새로운 예술(책사회총서 2)
울리세스 카리온, 기 스크라에넨 지음
임경용, 이한범, 차승은 옮김
미디어버스
2017년 12월 1일 발행
ISBN
978-89-94027-82-1 (04600)
978-89-94027-76-0(세트)209x297mm / 72페이지
값 10,000원
멕시코를 대표하는 개념 미술가이자 아티스트 북 작가, 서점이자 아카이브 '어더 북스 앤 소'를 운영했던 울리세스 카리온의 대표적인 텍스트 <책을 만드는 새로운 예술>과 <북웍스 리비지티드>의 한국어 번역본을 수록하고 있는 책이다. 카리온의 일생과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텍스트로 카리온의 친구이자 아티스트 북 연구자인 기 스크라에넨의 '우리는 이기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 울리세스 카리온과 그의 활동에 대한 비구조적 접근'도 함께 수록했다. 카리온은 '책'을 하나의 독립적인 매체로써, 다른 것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 만의 고유한 언어로 설명하고자 노력했던 최초의 인물 중 한명이다. 쓰여진지 수십 년이 지난 그의 텍스트는 여전히 새롭고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
목차
울리세스 카리온 ULISES CARRIÓN
책을 만드는 새로운 예술
THE NEW ART OF MAKING BOOKS
북웍스 리비지티드
BOOKWORKS REVISITED
기 스크라에넨 GUY SCHRAENEN
우리는 이기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 울리세스 카리온과 그의 활동에 대한 비구조적 접근
WE DIDN'T THINK OF WINNING – AN UNSTRUCTURED APPROACH OF ULISES CARRIÓN AND HIS ACTIVITIES
책 속에서책이란 무엇인가책은 공간들의 순차이다.이 각각의 공간들은 서로 다른 순간에 인식되므로, 책은 순간의 순차이기도 하다. +책은 단어의 그릇도, 단어의 가방도, 단어의 전달자도 아니다. +일반적인 견해와 반대로, 저자는 책을 쓰는 것이 아니다.저자는 텍스트를 쓴다.텍스트가 책 안에 담겨 있다는 사실은, 오직 그런 텍스트의 차원에서 유래한다. 혹은 연속적으로 이어진 짧은 텍스트들(예를 들자면, 시)의 경우 그것은 텍스트들의 순서에서 유래한다. +책 안에 담겨 있는 문학(산문) 텍스트는 책이 자율적인 시공간의 순차라는 사실을 무시한다. 책을 통해 배포되는 다소 짧은 텍스트(시를 비롯한 여타의 것들) 연작은 순차라는 책의 본성을 드러내는 특별한 질서에 따라 책을 통해 유통된다. 이것은 그것을 폭로한다. 아마 그것을 활용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포함하거나 동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9페이지)
모든 의도는 목적과 유용성을 상정한다. 일상적인 언어는 의도적인데, 말하자면 실용적이다. 그 기능은 설명하고, 주장하고, 설득하며, 도발하고, 용서를 빌기 위해 개념과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오래된 예술의 언어 역시 의도적이다. 즉 실용적이다. 두 언어는 단지 그들의 외적 형식을 통해서만 구분된다. + 새로운 예술의 언어는 일상 언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의도와 효용을 무시하고, 스스로에게로 회귀한다. 시공간적 순서를 낳고, 그것과 결합하고, 그것으로 펼쳐지는 일련의 형식을 탐색하며 자기 자신을 탐구한다. (17페이지)
19. 이 모든 것이 일어난 것을 예술가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왜 그들은 시에서 일어난 일에 주의를 기울어야 했는가? 몇 년 후 플럭서스와 개념 예술가들은 책을 표현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플럭서스에게 책은 지나치게 문화적 위신이 드리워진 사물이었다. 그래서 플럭서스 예술가들은 대부분 카드보드 상자 안에 느슨하게 묶인 카드와 같은 대안적 형태로 출판을 했다. 책과 책의 세계는 바꾸지 않고 말이다. 개념 예술가들은 책이 아니라 언어에 대해서 흥미를 느껴서 최대한 자신의 책을 평범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처럼 플럭서스와 개념 예술가들로 인해 대중들에게 예술가의 출판물은 익숙한 것이 되었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하나의 형식으로서의 책이라는 발전에 대한 기여는 구체시나 시각시보다 인상적이지 않았고 풍성하지 않았으며 다양하지 못했다. 이것이 “아티스트 북”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주저하게 되는 이유이다. 나는 차라리 “북웍스”이라는 용어를 선호하는데, 이것은 예술가들의 전유로부터 책을 자유롭게 하고 동시에 형식이나 자율적인 작품으로 강조하는 것이다. 같은 이유에서 나는 “아티스트 북”이라는 용어를 예술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모든 책을 일컫는 데 사용한다. 도록이나 자서전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48페이지)지은이 소개울리세스 카리온
1941년 멕시코 산안드레아스 툭스툴라에서 태어났고 1989 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사망하였다. 멕시코 국립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한 후 장학금을 받고 파리 소르본느 대학에서 수학했다. 이후 영국과 독일 등지에서 학업을 이어나갔으며 1972 년 암스테르담에 정착하였다. 그 해 암스테르담 최초의 아티스트 스페이스인 ‘인아웃 센터 (In-Out Center )’ (1972 – 1974 ) 를 설립하면서 네덜란드 예술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퍼포먼스와 비디오 아트, 오디오 아트, 시각시, 개념 미술, 아티스트 북 등 당시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한 예술 운동과 개념을 인아웃 센터를 통해 소개했다. 1975년부터 1978년까지 예술가들이 만든 책과 다양한 형식의 문서를 전시하 고 판매하는 서점이자 갤러리 ‘아더 북스 앤 소 (Other Books and So ) ’ 를 운영하였다. 1980 년 서점은 ‘아더 북스 앤 소 아카이브 ’ 로 바뀌었다 . 멕시코 출신으로 유럽 예술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획득한 그는 「 책 만들기의 새로운 예술 」, 「북웍스 리비지티드 」, 「북웍스에서 메일 아트로 」 와 같은 글을 통해 현대적인 아티스트 북의 개념을 정립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최근 그의 글과 활동을 새롭게 발견하는 전시와 프로젝트들이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울리세스 카리온: 우리는 승리했다! 그렇지 않은가 ? (Ulises Carrión: We have won! haven’t we? ) 》 (포도르 뮤지엄, 암스테르담, 1992 ), 《가십, 스캔들과 좋은 매너: 울리세스 카리온의 작품들 (Gossip, Scandal and Good Manners: Works by Ulises Carrión ) 》 (쇼룸, 런던, 2010 ) 등의 전시를 비롯해 2017 카셀 도큐멘타에서는 〈울리세스 카리온의 친구들의 사회 (The Society of Friends of Ulises Carrión ) 〉라는 이름으로 그를 기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기 스크라에넨 GUY SCHRAENEN
벨기에 앤트워프에 갤러리 콘탁(Galerie Kontakt)(1965 –1978)을 설립하고, 러시아 구성주의를 비롯해 시각시, 구체시와 같은 다양한 아방가르드 운동을 소개했다. 1974년 안느 마실리와 함께 ‘소규모 출판물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아카이브 (Archive for Small Press & Communication)(A.S.P.C. )’ 를 운영했으며, 이후 본격적으로 유럽 각지에서 생산된 다양한 예술 문서를 수집하고 연구한다. 1950년대부터 80년대 후반까지 유럽 아방가르드 운동의 전문가로 전시 기획을 비롯해 출판, 유통, 수집, 저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그가 기획한 대표 전시로는 《친애하는 독자들이여. 읽지 마시오. 울리세스 카리온 회고전 (Dear Reader. Don’t Read. Retrospective Ulises Carrión)》(마드리드: 2016, 멕시코 시티: 2017 ), 《울리세스 카리온: 우리는 승리했다! 그렇지 않은가 ? 》, 《디터 로스, 수집된 작품과 기타 등등 (Dieter Roth. Gesammelte Werke u.a.)》(브레멘: 199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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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없는 공간: 근사한 악몽 Answer without Answer
답 없는 공간: 근사한 악몽 Answer without Answer
봄로야 지음
bomroya.com
협업자.
Big baby driver,
Ninaian, Mimyo,
김신식, 김인규,
백종관, 안팎, 임솔아,
책방 만일
닫는 글.
장혜령
기획 및 편집.
봄로야
디자인.
워크룸
인쇄 및 제책.
세걸음
초판 1쇄 발행
2019년 11월 14일
펴낸곳.
미디어버스
이 책은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ISBN 979-11-966934-7-3 94600
(세트) 979-11-966934-2-8
가격 15,000원
책 소개¶ (사념을 피해 건너뛰고)
2019.XX.XX target="_blank">2019.XX.XX
예전 나의 공터를 유예했고 드디어 폐기합니다. 폐기는 짧고 사랑스러우며 반성 없이 짧게 처리할 것입니다.
¶ 2019.XX.XX
꿈을 꾸고 그 꿈을 또 꾸고 또 꾼 꿈을 또 꾸고 그 꿈을 또 꿔서 꿈이 꿈인 걸 알고 깨어납니다. 꿈이 실패입니다. 실패하는 꿈이 아니라 어쩌면 꿈이 실패입니다. 내가 자리를 내어준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집니다. 그곳에 ‘없기 위해’ 움직인다고 생각하니 캄캄하지 않습니다.
-책 글 중 발췌
이 문장을 쓰기까지, 조금은 절절했고,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답 없음’을 반복과 악몽, 도시의 개발과 재개발, 변두리와 중심, 작가의 불안과 두려움으로 엮어 전시했었고, 타인의 악몽을 수집하여 드로잉과 낱말을 이은 문장으로 손바닥 크기의 <누군가의 노트>를 만들었습니다. 무언가 계속 하고 있는데, 나아지지 않는 기분, 작업과 생활 사이의 고민들. 그래서 작업의 완성을 유예했을 때 보이는 소거된 말들을 찾았지요.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며 지나치는 숱한 순간, 생에 대한 막연한 우울과 불안, 강박, 두려움을 유예하며 미완에 머무르는 몸짓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작가 약력
떠나보내거나 상실해야 하는 상념을 붙잡아 드로잉, 텍스트, 흥얼거림 등의 '멜랑콜리아적 해프닝’으로 기록한다. <답 없는 공간: 근사한 악몽>(2016-2018)과 <다독풍경>(2019)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사적 경험이 미술가, 작가, 음악가 등과의 대화 및 협업으로 통과되어 다른 사건이 되는 지점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외 페미니즘 미술 콜렉티브 ‘노뉴워크’ 와 현대 미술과 관련하여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시를 만드는 ‘사유지’의 멤버로 활동하며 작가이자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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