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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학교: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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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함양아
글: 함양아, 박소현, 신현진, 파스칼 길렌, 행크 슬래거, 게이코 세이, 황젠홍, 사샤 카라리취, 마리안느 플로트롱, 권병준, 노경애, 벌레벌레배급(blblbg), 모두의 부엌, 알리 네신, 센 칭 카이, 김현경
발행일: 2016년 12월 23일
페이지: 168
디자인: 헤이조(조현열)
ISBN: 978-89-94027-71-5
가격: 15,000원

책 소개

『모두의 학교: 프로젝트』는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의 커미션으로 진행된 예술 프로젝트와 연계되어 출간된 책이다. 중고등학교 미술교사, 미술기관의 교육 담당자,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예술가 등 예술 교육과 관련된 주체들이 참여한 여름 워크숍, 뒤이어진 아카이브 전시와는 또 다른 결과물이다. 기획자에 따르면 이 책의 제목인 ‘모두의 학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스스로 사고하고 본인의 삶을 결정하는 힘을 키울 수 있는 물질적이거나 비물질적인 배움의 장소를 의미한다.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질문은 ‘교육을 통해 대안적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 그리고 그것이 동시대의 예술과 맞닿는 지점은 무엇인가?’이다. 이를 탐구하기 위해 기획자 함양아는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대안적 교육을 실천하는 교육자들과 예술가, 큐레이터, 이론가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듣고, 그것이 어떠한 실천인지를 묻는다. 『모두의 학교: 프로젝트』는 생활과 직업의 영역에 머물거나 사회 시스템에 의해 관리의 대상으로 남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관점을 관철시키는 좀 더 자율적인 개인과 그것의 공존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의 예술 실천이 지향해야 할 중요한 영역임을 이 책은 제시한다.

“여름캠프 이후 ‹더 빌리지› 커리큘럼의 내용을 토대로 새롭게 쓴 글들을 통해 저자들은 좀 더 자율적이고 민주주의적인 오늘날의 예술과 예술제도, 사회시스템에 대한 강렬한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파스칼 길렌은 현실주의와 실용주의의 지배에서 시민적 행동이 사라져가는 제도권 교육을 대체하여 예술과 예술가들이 시민교육에 어떻게 적극적으로 관여하는지를 보여준다. 신현진은 자본주의와 관료주의 환경에서 자율성이 위협받는 예술계가 딜레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문주의의 배타적인 성격을 벗어나 스스로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지점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책의 후반부에는 대안교육자 알리 네신, 센 칭 카이, 게이코 세이, 그리고 문화인류학자 김현경과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이 인터뷰들은 출판에 적합하도록 비디오에서 글의 형태로 조정되었다) 오랜 시간 창의적인 방식과 헌신적인 태도로 대안교육에 임해왔던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도 ‘창의적인 배움(Creative Learning)’을 통해 어떻게 개인의 삶을 창조하고 변화된 사회를 창조할 수 있을 지 상상하게 되리라 믿는다. 지금도 여러 지역에서 대안적인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 교육자들처럼 ‹더 빌리지› 는 예술 교육을 통한 창의적인 배움을, 배움의 순환을 통한 평등한 교육기회의 파생을, 그래서 가치 있는 정보와 지식과 경험이 손을 뻗은 그 누구에게나 닿을 수 있게 되기를 상상해본다.”

- 함양아


목차

8 모두의 학교를 위한 ‹더 빌리지› 프로젝트
— 함양아
18 예술의 법정은 어디인가: 미술과 관료제
— 박소현
33 전문가주의와 예술계의 딜레마
— 신현진
44 사이에 베팅하라: 예술, 교육과 시민 공간에 대한 몇 가지 단상
— 파스칼 길렌
55 피로의 학교
— 행크 슬래거
65 미술,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 게이코 세이
79 아시아 – 대만의 영화 교육과정
— 황젠홍
86 우리가 더 이상 정치 이야기를 안 해도 돼서 너무 좋습니다. / 우리는 홀로서기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 사샤 카라리취
92 작품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 마리안느 플로트롱
98 자명, 공명, 그리고 공감
— 권병준
102 몸과 움직임의 모양
— 노경애
106 모두의 식탁
— 벌레벌레배급_blblbg_, 모두의 부엌

인터뷰
122 수학 마을
— 알리 네신
136 금요일의 철학
— 센 칭 카이
142 독립 교육자
— 게이코 세이
152 장소와 몸짓, 그리고 사람
— 김현경


책 속에서

하지만 아무리 극장과 미술관과 비엔날레 등 상상력을 위한 제도적 공간이 민주주의 수업을 위한 교육 실험의 산실로 기능한다고 해도, 예술가들이 실제로 시민 공간을 만들어 내려면 합법에 선행하는, 아직 규정되지 않는 간극에 베팅해야만 한다. 미술관 안에서 주어진 공민의 장소 바깥을 탐험하고, 말과 아이디어가 오가는 공공 영역을 넘어설 때에야 비로소 그들은 위험한 시민 공간에 도달할 수 있다. 시민 공간이 위험한 이유는 이곳에 들어서면서 예술가들은 주어진 공민의 역할을 벗어나 예술가로서의 지위 자체를 잃을 위험을 무릅쓰기 때문이다. 벽이나 기차에 그래피티를 그리는 이들처럼, 예술가는 범죄자로 몰릴 각오를 한다. 예술가는 합법성의 최전방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다시는 예술가나 완전한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할 위험을 감수한 채 진정한 시민 영역의 윤곽을 그린다.
(파스칼 길렌, “사이에 베팅하라: 예술, 교육과 시민 공간에 대한 몇 가지 단상” 중에서)

전문 예술가들이 자신의 권위를 증명받기 위해 VIP 취급을 요구하거나, 큐레이터가 직권을 남용해 작가 위에서 군림하거나, 더 나은 예술작품을 제작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예산집행의 방향을 마지막 순간에 틀거나 하는 일은 거의 히스테리에 가깝다. 히스테리를 부리면서 예술인이 얻는 이득은 무엇인가? 예술인은 예술의 자율성을 그리고 궁극적으로 감성의 민주주의와 같은 윤리를 성취한다고 오해하는 듯하다. 실상 이러한 히스테리로 얻어지는 이득은 예술계의 전문가적 위세일 뿐 예술계를 가능하게 하는 자율성과는 관계가 멀다. 오히려 예술계의 전문성이 자본주의에 의해 위협받는 상황은 예술이란 전문가, 혹은 이들의 네트워크인 예술계에 의해서만 보전될 수 있는 무엇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관료주의로 경영되는 조건에도 지속되는 무엇이라는 사회의 믿음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신현진, “전문가주의와 예술계의 딜레마” 중에서)


궁극의 자유가 허용되는 공간으로서 미술은, 바로 우리가 창조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사이버 공간과 많은 공통점을 공유한다. 예컨대 이웃이 시끄럽다고 하자. 직접 이웃을 찾아가 대면하고 조용히 하라고 말하는 대신, 점점 더 많은 도쿄 사람들은 익명으로 시청에 전화를 걸어 이웃의 소란을 신고하는 편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실존 세계에서 온라인 익명성의 효과로 얻는 기대가 겨우 이런 것이었을까? 앞으로 더 많은 작가가 이런 이슈를 들고 나와 이 두 세계가 서로를 지지할 자유를 강화하는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 내기를 바랄 뿐이다.
(게이코 세이, “미술,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중에서)


누군가가 일생에서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이 몇 번이나 될까요? 정말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몇 번이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많아야 두세 번이죠. 나머지 시간에 우리가 하는 일은 보통 습관에 기반을 둡니다. 뭘 할지 알고 있는 거죠. 당신이 화가라고 친다면, 그림을 그리는 법은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매번 무언가를 창조하는 건 아니에요. 물론 창조한다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창조’하는 것은 아니죠. 화가는 일생에 걸쳐 자신의 화풍을 창조해내고, 그 화풍을 반복합니다. 아인슈타인이 살면서 무언가 발견한 게 몇 번이나 됩니까? 두세 번 정도 아닌가요? 나머지 시간에는 일반적인 사고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죠.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칩니다. 창의적이려고 애쓰지 말라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은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라고요. 통상적인 것, 일반적인 단계의 사고와 방법을 배우라고 합니다.
(알리 네신, “수학 마을” 중에서)


저자 소개

함양아
네덜란드와 터키, 한국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사회 비평의 일환으로 예술을 실천해왔으며, 개인의 삶과 대안적인 사회 시스템에 대한 관심으로 연속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박소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 정책전문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 전공 교수이다. 예술제도와 예술실천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화정치에 관심을 갖고 문화예술정책, 박물관 / 미술관학, 근현대미술사 등의 영역을 넘나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신현진
홍익대학교 예술학 박사이다. 권위를 뺀 미술비평의 내용을 담은 소설을 쓰겠다는 밀리언셀러 소설가 지망생이며, 현대미술의 제도적, 그리고 존재론적 관계를 연구 중이다.

파스칼 길렌
현재 앤트워프 대학의 예술사회학 및 문화정치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예술의 세계적 맥락, 창의적인 노동 그리고 문화정치학을 연구하고 있으며, ‘사회 속 예술(Arts in Society)’이라는 주제 아래 지속적으로 출판물을 기획하고 있다.

행크 슬래거
위트레흐트 대학원의 시각예술과 디자인 학부의 학장이며, 예술적 리서치에 대한 프로젝트를 기획해왔다. 2006 년부터 예술 교육의 영향에 대해 연구하는 유럽 예술리서치네트워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게이코 세이
저술가이자 큐레이터로 ‹도큐멘타 12 매거진›의 에디터로 활동했다. 미디어아트, 독립미디어, 미디어 액티비즘 등에 대한 비평적 강의를 해왔으며, 현재 방콕과 양곤을 오가며 필름과 비디오, 예술 교육을 진행한다.

황젠홍
국립 가오슝 사범 대학교의 학제 간 예술 대학원 연구소 부교수이다. 영화와 현대예술에 대한 비평활동을 하며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사샤 카라리취
암스테르담 헤릿 리트벨트 아카데미에서 가르치고 있으며, ‘예술의 맥락–예술과 이론의 융합’ 프로그램의 책임자이다. 사회적 관계의 언어를 통해 정립되는 방법과 이 방법들이 어떻게 시각적 요소와 기호들과 융합되는지 관심이 있다.

마리안느 플로트롱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로, 인간 행동과 경제적, 정치적 시스템들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주체가 어떻게 사회를 구성하는지, 그리고 사회가 어떻게 주체를 형성하는지에 대해 고찰해왔다.

권병준
보컬리스트로 활동했으며, 음악적 장치를 이용한 공연을 선보여왔다. 네덜란드의 실험적인 전자악기 연구개발기관 스타임(STEIM)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일했고, 현재 음악가, 하드웨어 연구자, 뉴미디어 퍼포먼스 기획 연출자로 활동하고 있다.

노경애
2005년 벨기에에서 vzwCABRA를 설립하였다. 안무가로서 신체 움직임을 기본으로 사운드, 영상, 시각예술 등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시도해왔다. 새로운 움직임 언어와 공연 형식을 탐구하고 있으며, 교육사업과 커뮤니티 프로젝트들을 기획해왔다.

벌레벌레배급(blblbg)
blblbg는 벌레벌레배급의 약자로, 소수이고 이상한 것들을
불특정한 이들에게 배급하고 있다. 이번 ‹모두의 식탁›에서는 비건 음식을 배급했다._

모두의 부엌
모두가 따뜻하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먹을 권리를 지지하며, 식탁 위로 교차하는 관계를 외면하지 않는 우리의 부엌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누구라도 만들 수 있다.

알리 네신
수학자이며 이스탄불 빌기 대학교(Istanbul Bilgi University) 수학과 교수이다. 현재 네신 재단 대표로 터키 시린제에서 네신 수학 마을(_e Nesin Mathematics Village)을 운영하고 있다.

센 칭 카이
대만 푸런 카톨릭대학교(Fu Jen Catholic University) 철학과 교수이다. 카페 필로(Café Philo)에서 ‘금요일의 철학’ 포럼을 진행하고 있으며, 철학책을 번역한다. 고등학교에 철학을 보급하기 위해 철학교육진흥위원회(PHEDO)를 조직했다.

김현경
서울대학교에서 인류학을 공부하고,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역사와 문명’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립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학술 논문에도 대중적인 에세이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글쓰기 형식을 실험하고 있다.


확산 Disp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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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 프라이스
발행일: 2017년 6월 13일
190 x 228 mm / 20페이지
번역: 차승은
편집: 이한범
한국어 조판: 신신(신해옥, 신동혁)
ISBN: 978-89-94027-78-4
가격: 5,000원

책 소개

세스 프라이스는 복제와 변이, 전유, 소비사회의 유통 시스템 등을 작업의 방법론으로 사용하는 소위 포스트-개념미술 작가이다. 그가 2002년에 쓴 짧지만 선언적인 에세이 『확산』은 자기 자신의 예술적 실천이 놓이는 맥락을 짚어주는 지도일 뿐만 아니라, 이를 둘러싼 담론에 대한 역사적이고 사회문화적인 통찰이 담겨 있다.

『확산』은 여전히 배회하고 있는 개념미술의 유령을 확신한다. 뒤샹에서 시작하여 개념미술로 이어지는 ‘경계를 흐리는 예술’, ‘틈새에서 활동하는 예술’, ‘유통이 급진적 예술 실천의 근거가 되는 예술’은 세스 프라이스에 따르면 대중 매체나 인터넷과 같은 동시대의 문화적 조건 아래에서 다시 한 번 중요한 방법론으로 자리매김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유통을 비평적으로 활용한 역사적으로 중요했던 작업들을 간명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엮어낸다. 이 책이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는 ‘확산’을 추구하는 예술 실천의 개념을 역사에 박제된 하나의 사조로만 치부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확산에 대한 사유를 공공성과 연결시켜 공공미술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어본다거나, ‘다니엘 펄 비디오’와 리눅스와 같은 예시를 통해 동시대 전반의 매체적 환경에서 가능한 해방적 조건으로 다루는 글의 전개는 독자에게 깊은 영감을 줄 것이다. 세스 프라이스는 우리에게 하나의 제안을 던진다. “개인적이고 세속적이고 불경하게 미디어를 소비하라!” 바로 그 때 구원의 알레고리는 순환한다.


책 속에서

이 비평가들은 목록을 만들고, 기원과 진본성에 의존하는 고급문화의 아카이브에 대해 대중이 의구심을 가지는 것을 목격했다. 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아카이브는 그러한 관리 방식을 공유하지 않을 것이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재생산과 유통에 의존하는 시스템, 즉 오염과 대여, 절도, 그리고 수평 흐리기를 조장하는 모델에 직접 공개한다고 가정해 보자. 미술 시스템은 잘못된 작품을 그러 모아 가두지만, 제한 없이 순환하는 페이퍼백, 그리고 페이퍼백의 이미지는 되가질 수 없다.

(중략)

마크 클라인버그는 1974년 『더 폭스』의 두 번째 호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했다. “모더니즘 예술에 대한 대안적인 해석을 제시하려는 의도로, 비전문적인 관객이 읽을 수 있는 공상 과학 스릴러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해석 대신 스릴러물을 쓰더라도 사람들이 신경 쓰기나 할까?” 클라인버그는 그 후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역사적 기록으로 남았고, 이 글에서 한번 모색해보고자 한다. 즉, 해석의 다양한 합성이 해방적 잠재성을 수행하는, 범주적으로 모호한 예술에 대해서 말이다. “

(중략)

“여러 예술 장르의 틈새에 있는 것은 연극이다 … 겉보기에는 별개인 활동들, 그리고 모더니스트 예술의 경영과 급진적으로 다른 활동들을 … 묶는 공통 분모”라는 마이클 프리드의 말에 공감하여 누군가는 이러한 틈새를 “연극적”이라고 부를 것이다. 유통 미디어에 기반한 실천은 이러한 활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술의 틈새에 있지만 국가의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작가 소개

세스 프라이스
1973년 동예루살렘 출생. 브라운대학을 졸업했고 현재 뉴욕에서 작업하고 있다. 조각, 드로잉 뿐만 아니라 출판, 비디오, 웹사이트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네트워크화 된 문화적 조건에서 정보를 변용하고 유통하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휘트니 비엔날레, 베니스 비엔날레, 도큐멘타 13 등의 전시에 참여했고 다수의 개인전을 했다.


오큘로 Okulo 005: 시네마 이후, 우리 눈에 비치는 세계; 네 개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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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강덕구, 김보년, 이도훈, 이한범, 정민구
글: 이도훈 외 11명
발행일: 2017년 7월 31일
크기: 180 x 240 mm
페이지: 112
디자인: 홍은주, 김형재, 유연주
ISBN: 978-89-94027-79-1 03680
가격: 12,000원

책 소개

오늘날 습관으로 간주하는 것들은 한때 충격이었다. 어느 시대에나 그러하듯이 기술과 산업의 발전으로 일상 세계에 변혁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면 미래를 현재로 번역해보려는 도박사들의 내기가 펼쳐진다. 그 예언적인 담론에 편승하면 세계의 가능성은 닫히지만 그것과의 대결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세계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이 이번 호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다.
_오큘로_ 5호의 첫 번째 특집은 동시대 매체 환경을 체화된 언어로 구사하는 작가들과의 만남이다. 이번 호에서는 임고은, 장우진, 함정식, 정재훈과의 대담을 준비했다. 이들은 1980년대 태생이라는 이유로 디지털 네이티브로 묶일 수도 있지만 그것 외에는 각자 지향하는 작업 방식과 세계관에서 비슷한 점을 찾기 힘들다. 다만 이들은 무빙이미지가 지나 온 역사적 맥락을 자신의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역사를 중첩시키고 시효가 끝난 것으로 판명된 낡고 단조로운 형식을 갱신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물, 사건, 대상, 풍경의 형질 변화를 스크린에 옮기는 것이 이들 작품을 관통하는 가족 유사성이다. 이 네 편의 대담을 교직해보면 포스트시네마 시대의 조류가 어디에서 흘러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대략적으로나마 판별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두 번째 특집으로 무빙이미지 플랫폼에 대한 네 편의 안내문을 준비했다. 역사적, 미학적, 사회적으로 열린 공간을 추구하는 이 네 플랫폼은 단순히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어떤 관점으로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베를린다큐멘터리포럼은 다큐멘터리의 다양한 실천과 언어를 간학제적인 큐레토리얼 및 비평적 접근을 통해 탐구한다. 라이트인더스트리는 미국 소규모 상영공간의 계보를 이어나가면서 영화관이 사회적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비전 하에 실험영화, 극영화, 비디오, 시각 예술, 다큐멘터리, 뉴미디어를 한자리에서 만나게 한다. 온라인 플랫폼 브이드롬은 인터넷이 작품의 전시, 상영, 유통에 미치는 가능성과 한계를 점검하는 동시에 오프라인에 국한된 상영과 전시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한다. 끝으로 오스트리아필름뮤지엄은 아카이빙, 상영, 출판 활동을 중심으로 고전영화, 실험영화, 독립영화의 경계를 허물어뜨려 대안적인 정전을 창출하고자 한다.
무빙이미지의 현재는 축적된 역사와의 끊임없는 질문, 의심, 대화, 대결 속에서 생성된다. 먼저 인터뷰에 실린 김동원 감독과의 대담 「이야기꾼으로서의 다큐멘터리스트: ‹내 친구 정일우›로 돌아온 김동원 감독」에 주목하길 바란다. 안건형 감독은 김동원 감독을 둘러싼 지난날의 평가가 신화화되었음을 지적하고, 그의 영화적 형식이 보여주기가 아니라 들려주기에 있음을 강조한다. 김동원 감독의 신작 ‹내 친구 정일우›의 제작 배경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크리틱에 실린 이도훈의 「문지기의 임무: 동시대 한국의 시네마테크와 영화 프로그래밍에 대하여」는 동시대 한국의 시네마테크와 영화제 프로그래밍이 정전의 정치학, 취향의 정치학, 규모의 정치학을 관성적으로 적용하고 있음을 비판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름 없는 영화의 지위 복권과 영화 문화의 지정학적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 두 글은 영화의 담론은 닫히고 고정될 때가 아니라 열리고 흐를 수 있을 때 그 가치가 더 빛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번 호 리뷰는 특집에 버금갈 정도로 풍성하다. 김응수의 ‹옥주기행›, 켄 번스의 ‹남북전쟁›, 존 지안비토의 ‹비행운(클락)›과 ‹항적(수빅)›, 클레베르 멘동사 필류의 ‹아쿠아리우스›에 대해 밀도 있는 리뷰를 보내준 필자들 모두 영화의 존재론적 기능에 대해 고민한다. 이들은 영화가 기억, 역사, 현실을 환기시키는 매체라는 지점에 주목하고 그것이 영화적으로 구현되는 순간을 동시대적 맥락과 겹쳐 놓는다. 대미를 장식하는 김보년의 글은 로메르가 영화에 관해 쓴 글 모음집인 _The Taste for Beauty_에 대한 리뷰이다. 로메르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영화를 통해 낯설고 불길한 감각을 일깨우는 ‘이상한’ 감독이지만, 그의 다채로운 이력도 예술의 진화론적 발전과 그것의 순환적 주기를 믿고 따르는 그의 영화관 안에서 하나로 합쳐진다는 것이 이 글의 핵심이다.
무빙이미지의 생태계는 전쟁터인 동시에 놀이터이다. 과거, 현재, 미래를 둘러싼 협화음과 불협화음이 창과 방패 놀이를 하는 이 장소는 불길한 긴장이 언제든 환희의 전율로 바뀔 수 있는 곳이다.
(이도훈)


목차
Front
003 이도훈

특집 1: 시네마 이후, 우리 눈에 비치는 세계: 네 개의 대화
009 이한범 중첩된 세계의 안팎에서: 임고은 작가와의 대화
016 이도훈 시간의 흐름과 마음의 풍경을 찍다: 장우진 감독과의 대화
025 김민엽 프레임을 만지면서 비디오 보기: 함정식 작가와의 대화
036 강덕구 모험, 산, 환상방황, 개, 소음, 빛: 정재훈 감독과의 대화

특집 2: 무빙이미지 플랫폼
043 김신재 베를린다큐멘터리포럼 Berlin Documentary Forum
046 이한범 라이트인더스트리 Light Industry
050 박가은 브이드롬 Vdrome
053 강덕구 오스트리아필름뮤지엄 Austrian Film Museum

Interview
059 안건형 이야기꾼으로서의 다큐멘터리스트: ‹내 친구 정일우›로 돌아온 김동원 감독

Critic
075 이도훈 문지기의 임무: 동시대 한국의 시네마테크와 영화제 프로그래밍에 대하여

Review
087 권은혜 ‹옥주기행›의 음악적 체험에 대하여
091 권세미 잃어버린 기록에 대한 애도의 시간: 켄 번스의 ‹남북전쟁›
096 박진희 평화를 위한 병참학: 존 지안비토의 ‹비행운(클락)›과
‹항적(수빅)›
100 유지완 영화는 위태로운 장소에 산다: 클레베르 멘동사 필류의
‹아쿠아리우스›
104 김보년 이상한 감독, 에릭 로메르: ­The Taste for Beauty‑를 읽으면서


책 속에서

“경계가 분명한 것보다는 모호한 것이 실제와 더 가깝고 우리의 지각과 기억은 늘 불완전하므로 진실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이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 생각해요.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고 중첩된 경계에서 실험하다 보면 다르다 구분되던 것들이 또 다른 다름으로 변모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향수에 젖어 아날로그 필름만 고집한다거나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영상을 쫓아가지 않고, 두 매체 각각의 성향을 과대 혹은 과소평가하지 않으며 동등하게 다루고 싶어요. 이 두 매체가 만나는 지점이 제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이니까요.“
(“중첩된 세계의 안팎에서: 임고은 작가와의 대화”, 《오큘로》 005호, 13쪽)

“카메라가 무언가에 다가간다는 것 자체가 의도를 발생시키잖아요. 예를 들어 줌인해서 뭔가를 확대해서 보여주면 카메라에 존재감이 생기고 또 그에 따른 효과가 발생하겠죠. 카메라의 움직임을 통제하면 결국 관객의 선택권이 더 많아진다고 생각해요. ‹춘천, 춘천›은 풀숏, 롱숏, 그리고 미디엄숏 위주예요. 영화 속 인물의 감정과 관련된 문제도 있고, 또 가급적 영화 속 인물들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피사체와 카메라 사이의 거리에 신경을 썼죠. 그리고 풍경이 중요했어요. 마음의 풍경이라고 할까. 지현의 실루엣, 소양강 댐의 안개, 청평사의 큰 은행나무의 외적인 풍경이 관객들에게 다양한 의미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랐어요..”
(“시간의 흐름과 마음의 풍경을 찍다: 장우진 감독과의 대화”, 《오큘로》 005호, 21쪽)

“영상의 형식에 집중했었던 초기의 작업에서는 즉물적인 것 혹은 딱 이것은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감각 같은 것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었지 서사나 해석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찬송가 시리즈를 ‹기도›라는 드라마 형식으로 찍고 나서 형식적인 부분들에 집중하고 있다가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고 다시 생각했던 것이 경마였어요. 하지만 경마 다큐멘터리를 전시로 풀어낸 것은 아니죠. 경마 내용을 알리는 것보다는 경마라는 것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형식에 대한 이전 작업의 각기 다른 고민을 함께 끌고 온 것이 이번 작업이에요. 이 연장선상에서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으로 경마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도 생각해 본 것이죠. 그런데 다큐멘터리라 불리는 영상들을 보면서 그 관점이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표현되든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관조하는 것도, 개입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럴 때 나는 이것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경마에 전혀 흥미가 없다 보니.”
(“프레임을 만지면서 비디오 보기: 함정식 작가와의 대화”, 《오큘로》 005호, 31쪽)


“같은 자리를 맴도는 듯한 현상을 겪은 건 제가 휴가를 갔던 때입니다. 긴 휴가 중에 산에 올라갔을 때였죠. 길을 잃었다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해 뜨고 정오까지 시간은 가는데 저는 분명히 걸어간다고 열심히 걷는데도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어요. 이런 경험을 떠올리면서 이것을 영화와 어떻게 조화시켜볼까라는 생각으로 작업했던 것 같습니다. 산정에서 내려다보는 쇼트는 영화에서 필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 영화를 잘 봐주셨던 것 같습니다. ‹호수길›, ‹환호성› 그리고 ‹도돌이 언덕에 난기류›까지 작업하면서 저는 전형성을 자꾸 피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누구는 제가 음치에 박치라서 본연의 기질이 나오는 것뿐이라고 얘기해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하나로 전형화되지 않는 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제게 필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영화들이 이렇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모험, 산, 환상방황, 개, 소음, 빛: 정재훈 감독과의 대화”, 《오큘로》 005호, 40쪽)


“영화 프로그래밍은 이름 없는 영화들을 위한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 영화 정전의 정치학을 통해 영화사 전반에 걸쳐서 소외와 배제가 작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1920년대 독일 영화를 표현주의 영화로 환원하는 식의 교과서적인 이해는 개별 작가와 작품들의 독창성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재단한다. 보편적인 앎의 힘이 이름 없는 영화들을 억압하고 추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영화사에 대한 대안적 관점을 제시하면서 그러한 관점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아카이빙, 프로그래밍, 큐레이팅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동시대 영화 문화의 지정학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한중일 중심의 동북아시아 영화가 영화사에 편입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처럼, 아직 많은 지역의 영화들이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장자리에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시도로 특정 지역을 조명하는 프로그래밍이 필요하다…(중략) 끝으로, 영화의 미래에 대한 비평적 내기가 필요하다. 후기 자본주의 및 금융 자본주의, 테러리즘과 인종 문제로 격화되고 있는 정치적 보수주의, 전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 문제,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과학 기술의 비약적 발전, 그리고 디지털 문화와 인터넷 문화를 기반으로 한 포스트시네마 등은 동시대 영화의 정체성을 새롭게 규정하기 위해 검토되어야 할 조건이다. 이와 같은 시대적 변화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시네 테크와 영화제는 새로운 테마, 슬로건, 의제를 설정해야 하는 당면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도훈, “문지기의 임무: 동시대 한국의 시네마테크와 영화제 프로그래밍에 대하여”, 《오큘로》 005호, 83~84쪽)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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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배형민 외
편집: 이준영, 황윤지, 공다솜
발행일: 2017년 8월 30일
크기: 120 x 180 mm
페이지: 352
디자인: 슬기와 민
ISBN: 978-89-94027-80-7 93610
가격: 7, 000원

이 가이드북은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내용, 사람, 장소에 대한 지도를 제공합니다. 이 책은 두 개의 주요 전시가 열리는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을지로 뒷골목에서 창신동 봉제작업장으로, 서울로7017의 보행로에서 행촌의 도시텃밭까지 그곳의 다양한 전시, 현장, 설치 등으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비엔날레가 열리는 지역의 지도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세계의 도시들을 움직이는 주요한 아이디어와 프로젝트, 정책에 대한 가이드의 기능도 수행합니다. 세계의 도시들은 급진적인 사회, 경제, 기술의 변화 속 기로에 서 있습니다. 전례 없는 부의 불균형, 지구 환경의 위기, 진화하는 기술 네트워크는 우리가 만들고, 움직이고, 소통하고, 감지하고, 다시 쓰는 방식을 재고하게 만들고, 재건되는 도시 우주론의 일부로서 스스로를 재배치하도록 도시들에게 응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개막 주제 ‘공유도시’는 현대 대도시로서의 서울과 서울의 창건 우주론, 즉 바람, 물, 지형 및 에너지를 정치 조직으로 통합한 장엄한 디자인에서 특별한 영감을 얻었습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국제적인 관람객과 서울시민 모두가 복합도시 서울을 발견하고 재발견하는데 이 가이드북을 이용하길 바랍니다. 악타르(영어판)와 워크룸(한국어판)이 출판한 네 권의 책, 웹사이트 seoulbiennale.org, 어번넥스트 포털, 뉴스레터와 페이스북 포스팅 등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 중 아마 이 가이드북이 전시를 관람하는 데 있어 가장 실용적인 매체일 것입니다. DDP에 마련된 전시장과 서울 역사 중심지의 많은 현장으로 관객을 안내하는 가이드로서 이 책은 도시에 참여하고 개입하는 큐레토리얼이자 예술적, 건축적 실행이라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요 정신을 구현합니다. 이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도시의 일상적 구조를 무대로 올리려 합니다. 공유 미래의 국제사회 무대로 여러분 모두를 초대합니다.

공유 도서관 Common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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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도서관

공유 도서관은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일환으로 기획되었습니다.
기간: 2017년 9월 2일 ~ 11월 5일
장소: 돈의문박물관마을

비정형적 리듬 수용소, 신신, 인포샵 별꼴, 알렉산데르 브로드스키 &일리아 우트킨, 오노마토피, 커먼룸, EH

기획 임경용 (더 북 소사이어티)
공간 디자인 커먼룸
그래픽 디자인 신신

오랫동안 지식과 정보 공유의 매체로 사용되던 책은 20세기 초반 오프셋 인쇄와 같은 대량 제작기술의 발명 이후 보편적인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대중 매체가 되었다. 반면 20세기 후반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의 급격한 발달로 책이 지닌 매체적 가치는 빠르게 떨어졌다. 디지털 문화의 확산에 이어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독립출판과 독립서점, 인포샵과 같은 소규모 출판 공동체들이 급성장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만들어낸 인쇄물은 전통적인 책 매체의 역할을 확장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끌어 올렸다.

공유 도서관은 임시 프로젝트로서 서점을 겸한 아카이브이자 작은 전시장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서 몇몇 출판사와 디자이너, 작가, 건축가, 사진가 들이 초청되었고 수행자로서 이들은 각각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 결과 여기에는 책이 되기 이전의 제안들과 정보, 지식, 공동체를 형성하려는 유토피아적 열망들이 서로 교차한다.

공유 도서관 아카이브와 인포샵을 디자인한 커먼 룸은 한국의 평상 개념을 공간 안으로 가져와 무언가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물리적 토대를 만들었다. 동시에 공간 안에 높이 솟아 있는 열 개의 철재 앵글은 ‘커먼(common)’이라는 개념에 내재된 배제의 원리를 드러낸다. 한국과 일본의 인포샵인 ‘비정형적 리듬 수용소’와 ‘카페 별꼴’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처한 조건 안에서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이번 프로젝트를 위한 진 라이브러리를 제안한다. 여기에는 어떤 의도나 의미 이전의 움직임과 그것이 실현된 물리적 결과물이 있다. 그래픽 디자인 듀오인 신신은 공유 도서관의 아이덴티티와 서점 디자인을 제안했는데, 서점의 물리적인 토대가 되는 큐브형 박스를 기반으로 둔 타이포그래피를 선보인다. 1980년대 러시아 “페이퍼 아키텍츠(Paper Architects)” 집단의 구성원이었던 알렉산더 브로드스키와 일리아 우트킨은 29점의 ‘취소된’ 작업들을 선보인다. “페이퍼 아키텍처” 운동이 제안하지만 실현되지 못한 건축물은 가상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종이 위에 복제되어 무한히 증식되고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읽힌다. EH는 세운상가를 촬영한 파노라마 이미지를 현수막에 출력해서 전시장에 설치한다. 또한 이 이미지는 도시를 기억하는 대중적인 매체인 우편엽서로 재생산되어 확산된다. EH는 현수막과 우편엽서에서 도시가 도시 구성원이나 방문자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재생산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오노마토피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출판사로, 프로젝트 기반의 책들을 출간해왔다. 이들의 책은 상당히 독특하고 개별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동시대 출판 활동에서 예술가가 만드는 책은 어떻게 작동할까? 이들이 만든 책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엔날레 같은 대규모 행사에서 책은 큐레이터의 개념이 구체화되는 대상이자 관람객이 전시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이 된다. 이러한 경향은 비엔날레 전시 자체를 여러 맥락의 지식과 정보가 교차하는 도서관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공유 도서관은 인포샵이 가진 쌍방향적 지식생산체계를 빌려와 관람객과 큐레이터, 작가가 비엔날레의 개념 위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는 가상적 지면을 형성하려는 시도가 될 것이다.



Common Library

Alexander Brodsky & Ilya Utkin, common room, EH, Infoshop Byulkkol, Irregular Rhythm Asylum, Onomatopee, Shinshin

Curated by Kyung Yong Lim (The Book Society)
Space Design: common room
Graphic Design: Shinshin

The book, which has long been used as a medium for sharing knowledge and information, has become a mass media that transmits universal knowledge and information since the invention of mass production techniques such as offset printing in the early 20th century. However, as Internet and digital culture became popular in the latter half of the 20th century, the value of books as mass media fell rapidly. With the proliferation of digital culture, in major cities around the world, small print communities such as independent publishing, independent bookstores, and infoshop began to grow rapidly, and their prints began to deliver new value as they expanded the role of traditional book media.

Common Library is a temporary project that serves as a bookstore, an archive, and a small exhibition space. There are intersubjective utopian aspirations to form proposals and information, knowledge, and community before they become books. To this end, I invited publishers, designers, artists, architects and photographers from around the world and gave them various roles, including space design.

Common room, which designed the Common Library archives and infoshop, created a physical foundation for pulling the Korean low wood bench into space and sharing something together. At the same time, ten steel angles rising high in space reveal the principle of exclusion inherent in the concept of common. In Korea and Japan, 'Irregular Rhythm Asylum' and 'Infoshop Byulkkol' talked about what they could say in their own conditions through interviews and a temporary library for this project. There is a movement before any intention or meaning and the physical result that it is realized. Shinshin, a graphic design duo, has proposed a shared library identity and bookstore design, which presents typography based on a cube-shaped box that is the physical foundation of the bookstore. Alexander Brodsky and Ilya Utkin, founders of the Russian "Paper Architecture" movement, show 29 "canceled" works. The unrealized architecture proposed by the "paper architecture" movement is not a fictitious area, but a possibility that it can be reproduced and expanded indefinitely in paper media. EH displays a panoramic image of Sewoon Sangga on the banner. This image will also be reproduced through postcards, a popular medium to remember the city. EH looks at banners and postcards to see how cities can be remembered and reproduced for citizens or visitors. Onomatopee, based in Eindhoven, the Netherlands, is a publisher of project-based books. The books they make are very unique and individual. How does a unique book created by an artist now work in publishing activities? Onomatopee's case continues its own practice through experiments between book space and real space.

At large events such as the Biennale, books are an important platform in which the concept of curator is embodied and visitors can understand the exhibition. This tendency makes the biennale exhibition itself look like a library where knowledge and information in various contexts intersect. Common Library borrows an interactive knowledge production system of infoshop and aims to create a virtual space in which viewers, curators, and writers construct their realms on the concept of a bienn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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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go Collective 2017 — Frogtown, Los Ange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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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버스는 서울에 위치한 소규모 출판사로 2007년에 디자이너, 기획자들이 만들었다. 진과 아티스트 북의 출판 및 유통 일을 하며 전시 및 행사, 워크숍 등도 기획한다. 기관과 회사를 위한 프로젝트나 기획도 병행하고 있다. 2010년 3월부터 서울에서 서점이자 프로젝트 스페이스인 더 북 소사이어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소규모 출판물의 판매를 비롯해 전시, 리딩룸과 같은 스터디 프로그램, 아티스트 및 디자이너 토크 등의 행사를 하고 있다. 2016년 9월 서울시립미술관에 더 북 소사이어티 2호점을 개점하였다.Mediabus is a small publishing house based in Seoul, Korea. It was founded in 2007 by independent curators with the collaboration of designers. Mediabus publishes zines & books, produces and distributes, organizes exhibitions & events, directs a workshop, and carries out project or book commissions for companies & institutions.OrganizationKyung Yong LIM, Director, FounderHelen Ku, Editor in chief, FounderHanbum Lee, Editor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22 2층 (110-040) 22, Jahamunro 10-gil, Jongno-gu, Seoul110-040, KoreaT / F. +82-(0)70-8621-5676E. mediabu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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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a true story. It has been rewritten only so far as was necessary to conceal personalities. It is a terrible story; but it is also a story of hope and of beauty. It reveals with startling clearness the abyss on which our civilization trembles. Book 1 ParadisoBook 2 InfernoBook 3 Purgato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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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dere Napo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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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Vedere Napoli Over the Top A Knight Out We had just time to get down to the Gare de Lyon for the train de luxe. A sense of infinite relief enveloped us as we left Paris behind; and this was accompanied with an overwhelming fatigue which in itself was unspeakably delicious. The moment our heads touched the pillows we sank like young children into exquisite deep slumber, and we woke early in the morning, exhilarated beyond all expression by the Alpine air that enlarged our lungs; that thrilled us with it keen intensity; that lifted us above the pettiness of civilisation, exalting us to communion with the eternal; our souls soared to the primaeval peaks that towered above the train. They flowed across the limpid lakes, they revelled with the raging Rhone. Many people have the idea that the danger of drugs lies in the fact that one is tempted to fly to them for refuge whenever one is a little bored or depressed or annoyed. That is true, of course; but if it stopped there, only a small class of people would stand in real danger. For example, this brilliant morning, with the sun sparkling on the snow and the water, the whole earth ablush with his glory, the pure keen air rejoicing our lungs; we certainly did say to ourselves, our young eyes ablaze with love and health and happiness, that we didn’t need any other element to make our poetry perfect. I said this without a hint of hesitation. For one thing, we felt like Christian when the burden of his sins fell off his back, at getting away from Paris and civilisation and convention and all that modern artificiality implies. Phaeton The Glitter on the Snow We had neither the need to get rid of any depression, nor that to increase our already infinite intoxication; ourselves and our love and the boundless beauty of the ever changing landscape, a permanent perfection travelling for its pleasure through inexhaustible possibilities! Yet almost before the words were out of our mouths, a sly smile crept over Lou’s loveliness and kindled the same subtly secret delight in my heart. She offered me a pinch of heroin with the air of communicating some exquisitely esoteric sacrament and I accepted it and measured her a similar dose on my own hand as if some dim delirious desire devoured us. We took it not because we needed it; but because the act of consummation was, so to speak, an act of religion. It was the very fact that it was not an act of necessity which made it an act of piety. In the same way, I cannot say that the dose did us any particular good. It was at once a routine and a ritual. It was a commemoration like the Protestant communion, and at the same time a consecration like the Catholic. It reminded us that we were heirs to the royal rapture in which we were afloat. But also it refreshed that rapture. Short Commons The Bubble Bursts Lou and I, my love and I, my wife and I, we were not merely going there; we had always been there and should always be. For the name of the island, the name of the house, the name of Shelley, and the name of Lou and me, they were all one name—Love. “The winged words with which my song would pierce Into the heights of love’s rare universeAre chains of lead about its flight of fire,I pant, I sink, I tremble, I expire.” I noticed, in fact, that our physical selves seemed to be acting as projections of our thought. We were both breathing rapidly and deeply. Our faces were flushed, suffused with the sunlight splendour of our bloods that beat time to the waltz of our love. Waltz? No, it was something wilder than a waltz. The Mazurka, perhaps. No, there was something still more savage in our souls. I thought of the furious fandango of the gypsies of Granada, of the fanatical frenzy of the religious Moorish rioters chopping at themselves with little sacred axe till the blood streams down their bodies, crazily crimson in the stabbing sunlight, and making little scabs of mire upon the torrid trampled sand. I thought of the mcenads and Bacchus; I saw them through the vivid eyes of Euripides and Swinburne. And still unsatisfied, I craved for stranger symbols yet. I became a Witch-Doctor presiding over a cannibal feast, driving the yellow mob of murderers into a fiercer Comus-rout, as the maddening beat of the tom-tom and the sinister scream of the bull-roarer destroy every human quality in the worshippers and make them elemental energies; Valkyrie-vampires surging and shrieking on the summit of the storm. Next ︎

The Glitter on the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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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 The Glitter on the Snow— I woke to find Lou fully dressed. She was sitting on the edge of my bed. She had taken hold of my hand, and her face was bending over mine like a pallid flower. She saw that I was awake, and her mouth descended upon mine with exquisite tenderness. Her lips were soft and firm; their kiss revived me into life. She was extraordinarily pale, and her gestures were limp and languid. I realised that I was utterly exhausted. “I couldn’t sleep at all,” she said, after what seemed a very long time in which I tried to pull myself together. “My mind went running on like mad — I’ve had a perfectly ripping time — perfectly top-hole! I simply couldn’t get up till I remembered what that man Feccles said about a hair of the dog. So I rolled out of bed and crawled across to the H. and took one little sniff, and sat on the floor till it worked. It’s great stuff when you know the ropes. It picked me up in a minute. So I had a bath, and got these things on. I’m still a bit all in. You know we did overdo it, didn’t we, Cockie?” “You bet,” I said feebly. “I’m glad I’ve got a nurse.” “Right-o,” she said, with a queer grin. “It’s time for your majesty’s medicine.” She went over to the bureau, and brought me a dose of heroin. The effect was surprising! I had felt as if I couldn’t move a muscle, as if all the springs of my nerves had given way. Yet, in two minutes, one small sniff restored me to complete activity. There was in this, however, hardly any element of joy. I was back to my normal self, but not to what you might call good form. I was perfectly able to do anything required, but the idea of doing it didn’t appeal. I thought a bath and a shower would put me right; and I certainly felt a very different man by the time I had got my clothes on. When I came back into the sitting-room, I found Lou dancing daintily round the table. She went for me like a bull at a gate; swept me away to the couch and knelt at my side as I lay, while she overwhelmed me with passionate kisses. She divined that I was not in any condition to respond.  “You still need your nurse,” she laughed merrily, with sparkling eyes and flashing teeth and nostrils twitching with excitement. I saw on the tip of one delicious little curling hair a crystal glimmer that I knew. She had been out in the snowstorm! My cunning twisted smile told her that I was wise to the game. “Yes,” she said excitedly, “I see how it’s done now. You pull yourself together with H. and then you start the buzz-wagon with C. Come along, put in the clutch.” Her hand was trembling with excitement. But on the back of it there shimmered a tiny heap of glistening snow. I sniffed it with suppressed ecstasy. I knew that it was only a matter of seconds before I caught the contagion of her crazy and sublime intoxication. Next ︎

First 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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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First Aid King Lamus had gone out, and Lala had only just returned, for she was taking off her furs as I woke. I had been covered with blankets. She came an took them off, and told me it was time to go and get my things from Greek Street and take them to the new rooms which she had engaged for us that morning. Lou, it seemed, was already there; and had fallen asleep again, said Lala, only a few minutes before she left. When I woke, the winter sun was already high. It streamed upon my face through the glass skylight of the studio. The sensation of waking was itself a revelation. For months past I had been neither awake nor asleep ; simply passing from the state of greater to one of less unconsciousness. But this was a definite act. Chapter III The Voice of Virtue Chapter IV Out of Harms Way Chapter VI The True Will Nex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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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on Wild Fl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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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광석 편집: 이한범 디자인: 안종민 발행일: 2017년 12월 17일크기: 128 x 180 mm페이지: 320ISBN: 978-89-94027-84-5 가격: 18,000원 책 소개 ‘데이터 사회’는 인간 신체의 모든 발화와 우리를 둘러싼 모든 자원들이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되어 자본주의적 생산의 중심 추동력이 되고 데이터 알고리즘을 통해 자본 가치와 신체 통치를 구성하는 신흥 테크노자본주의 사회를 일컫는다. 이 책은 뉴미디어와 스마트 환경, 특히 데이터 사회라는 오늘날의 최첨단 기술 현실 속 창작과 제작의 물질적 조건 변화에 주목한다. 이제까지 예술은 테크놀로지를 표현의 미디어로 삼기도 했지만, 현실을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읽을 수 있는 세계관이나 기술 환경의 틀로 보기도 했다. 자본주의 테크놀로지가 물질계와 의식계 모두에서 인간 삶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저자는 후자의 입장, 즉 구조적 환경으로서의 테크놀로지에 더욱 우리의 성찰적 감각의 촉수를 좀 더 들이밀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술의 사회 현실 개입에 관한 미학적 입장이나 방법론을 ‘사회미학’ 혹은 ‘사회 속 예술’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이 책은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연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사회미학적 실천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또한 새롭게 우리의 의식을 차츰 장악해 나가는 데이터 사회라는 체제에 맞설 새로운 여백과 틈을 마련하기 위해 동시대 창·제작 이론 및 현장 안팎에서 새로운 방법과 무기를 발견해보고자 한다. 책에서 언급하는 데이터 사회미학의 전망은 동시대 기술 권력에 대한 비판적 해독과 이에 대항한 실천 미학적 상상력의 구성과 확장에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회미학의 갱신과 관련해 기술문화에 대한 비판적 논의 기반을 풍부하게 만들고자 한다. (‘들어가면서: 데이터 사회의 미학과 정치’ 중에서 발췌) 목차 I. 데이터 사회 미학의 토픽들 포스트온라인 시대 예술의 조건 백남준의 위성아트와 동시대성 신체-기계관의 진화,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 테크노 계보학적 문화(사) 연구 기술문화 주체의 역사화 문제 간주: <디지털야만>에 관하여 II. 테크놀로지-정치-미학적 감수성의 배치 헤테로토피아와 사회-예술 대항력 커먼스와 파토스의 광장 미학 비판적 수작(手作) 문화와 네오-장인 감각 모바일 아티비즘 미디어 감수성과 기록의 문화정치 나오면서 - 데이터 사회 미학의 물질적 조건 색인   책 속에서 “포스트-미디어 ‘이후’ 논의의 시작은, 그래서 동시대 문화실천과 예술계 자장에서 보이는 기술이 주는 신종 비전과 창작 조건의 변화에 열광하는 방식이 아니라 좀 더 기술 비판적이고 성찰적 자세로 시작해야 한다. ‘이후’ 논의의 지적이고 감성적 부산함은, 겉으로는 핵폭탄급 위력을 지닌 기술혁명의 여파에 대한 합리적 수용론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 기술문화와 이에 인접한 사회미학에 기댄 예술 내부의 위기 상황에서 발생한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 삶의 영역 전반에서 팽배했던 온라인 급진성이 테크노자본주의적 포획과 투항으로 크게 나타나고, 디지털 문화정치의 낭만적 비전이 인터넷 초창기와 달리 광범위하게 후퇴하고 있는 정세가 그 증거다.” ( “포스트온라인 시대 예술의 조건”, 『데이터 사회 미학: 테크노자본주의 시대 아티비즘』, 28-19쪽) “자본주의 통치 권력은 우리 사피엔스 신체와 범생명체 안에, 그리고 주위에서 도사린다. 불사의 탐욕과 자본 물신의 욕망으로 포스트휴먼 신체 안팎에 새겨넣은 테크노 자본주의의 상징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또렷해져 간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는 기술 현실은 사실상 또 한 번 포스트휴먼의 존재론적 진화를 요청한다. 스마트폰은 몸으로 틈입해 들어오면서 인간의 감각을 재구조화하고 개별 주체들을 네트워크에서 흐르는 가분체적 데이터로 바꾸고 자본주의적 생산의 자원으로 소환하고 있다. 데이터 사회는 인간 주체들을 잘근잘근 데이터 단위로 잘라 알고리즘으로 자동화해 새로운 가치의 자원으로 삼으려 한다. 동시대 데이터 사회의 포스트휴먼 주체는, 더욱 더 권력에 의해 분절되고 필요에 의해 해체되는 데이터 가분체 덩어리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포스트휴먼의 미래 진화 방향은 이렇게 데이터 자본이나 생체·생명 자본으로 불리는 글로벌 파워 엘리트들의 욕망에 포획될 확률이 높다. 신체의 확장, 영생과 불멸의 꿈을 사기 위해 돈을 지닌 자는 기꺼이 그것에 지불할 것이고, 그럴 능력이 없는 자는 자신의 몸을 생체 실험대 위에 눕히거나 생체 시장에 자신의 몸과 신경 데이터를 내다 파는 위치로 전락할 것이다.” (“신체-기계관의 진화,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 『데이터 사회 미학: 테크노자본주의 시대 아티비즘』, 77-78쪽) “물질과 지식의 공유지 논의와 함께, 우리가 이제 좀 더 새롭게 주목해서 봐야할 비물질 영역이 하나 더 존재한다. 이는 인간 감성과 창·제작 표현의 공통 영역이다. 난 이를 지식(로고스)의 공유지와 보완 관계로 두고, 일단 ‘파토스pathos의 공유지’라 따로 떼어내 명명하고자 한다. 관심 있는 독자라면 아마도 이 개념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무수하게 스쳐 지나갈 것이다. 지식 공유지와 달리 파토스의 공유지, 즉 인간 창·제작의 자원을 담는 정념의 논리는 무엇일까? 그것이 왜 굳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한 순간 물질·비물질 공간에 새기는 예술적 창·제작의 결과물들은 휘발성이 강한 특성을 지닌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파토스의 자원을 어떻게 물질과 지식 공유지처럼 사회적 증여의 가치로 가져올 수 있을까? 물질과 지식의 공유지와 달리 공통의 예술적 열정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재생산하고 이를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커먼즈와 파토스의 광장 미학”, 『데이터 사회 미학: 테크노자본주의 시대 아티비즘』, 220-221쪽) “향후 수작의 사회적 감각은 예술의 사회미학적 상상력을 끌어올 때만이 더 풍부해질 것이다. 사회 현장과 밀접하게 연결된 예술 창·제작을 통해 이의 역설계적 상상력과 현실 비판적 능력을 계속해 실험하는 일은 동시대 기술 권력에 맞서는 가장 큰 대중의 역능이다. 이는 비판적 수작문화를 위한 상상력의 근원이자 급진적 기술 설계의 원천이다. 예컨대 넷아트, 바이오아트, 디지털아트, 모바일아트, 정보아트, 전술미디어 등의 급진적 예술 부문들과 그 경계에 서서 실험을 행하는 창·제작 영역에서 수작의 사회 비판적 가능성들을 끊임없이 끌어내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궁극에 비판적 수작문화를 통해 우호성, 탈성장de-growth, 회복력 등 느리더라도 공존과 공동의 호혜적 가치를 보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문화적으로는 스펙터클과 놀이의 소비주의에서 벗어나 수작의 도움을 얻어 시민의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테크노문화 구상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수작은 바로 21세기 대안적 기술 프레임을 짜는 일이자 기술(만능)주의로 자행되는 다양한 생명 착취와 물신을 막는 유효한 실천의 길이다.” (“비판적 수작(手作) 문화와 네오-장인 감각”, 『데이터 사회 미학: 테크노자본주의 시대 아티비즘』, 248-249쪽) “모바일 아트는 결국 기술에 대한 아방가르드 실험정신을 이어받고 동시에 기존 정보 아트(예술), 문화간섭(문화), 전자저항(정보 테크놀로지), 전술미디어(대안미디어) 등 각 계열들로부터 그리고 이들 계를 넘나들며 자양분을 얻어 이를 문화실천의 현장에 응용할 때만이 신생 장르로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영역 사이의 상호 연계와 섞임 현상이 장차 모바일 아트를 상징하는 중요한 특징이 되어야 한다. 각 영역을 넘어서 극장, 거리 시위, 해프닝, 실험영화, 문학, 사진 등 아티비즘의 계열로부터 모바일 아트의 새로운 문화실천의 조합이 만들어져야 한다. 모바일 아트의 위상은, 결론적으로 “행동주의, 예술·저항문화, 미디어 그리고 부상하는 기술 실험의 특수한 접합”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본다. 나노기술, 소셜웹, 빅데이터, 스마트 앱 등의 이름을 달고 나타나는 첨단 기술의 영역은 이미 인간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기도 전에 우리를 너무 쉽게 유혹하고 포획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이미 역사적으로 실패한 혁명과 실험들로 치부하기 전에, 다다이즘, 상황주의와 플럭서스 등 아방가르드적 경험들로부터 기술지상주의에 면역력을 쌓고 기술을 지혜롭게 부리던 사유와 창·제작의 깊이를 더 익힐 때다.” (“모바일 아티비즘”, 『데이터 사회 미학: 테크노자본주의 시대 아티비즘』, 274-275쪽)

오큘로 Okulo 006: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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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큘로 Okulo 006: 어둠2018.3.2 발행 목차 Front 003 김보년 특집 : 어둠 009 김보년 영화관은 정말 흰 스크린과 어둠을 필요로 하는가? : 한 극장 직원의 SUPER S 방문기 015 이한범 왼발을 뒤로, 다시 오른발을 뒤로, 그리고 어둠을 껴안듯이 021 김지훈 암흑극장, 검은 스크린, 암실: 인공 어둠과 영화의 계보 029 남수영 어둠을 이름 없이 놔두어라: 그 무엇도 닮지 않은 반영 040 권세미 어둠 속의 일인극 혹은: 앨리스의 독백으로부터 일레븐의 초능력에 이르기까지 047 홍철기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있는가? 054 박준상 자본과 어둠 Interview 062 현소영 '불완전성'을 말하기 위한 언어, 혹은 형식의 발명을 향해: 김아영 작가와의 대화 079 정혜선 풍경-이해하기 위해, 혹은 이해하지 않기 위해: 에릭 보들레르와의 대화 109 니콜 브레네즈, 에릭 보들레르, 클레르 애더튼 풍경론의 F 책 소개 어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할까? 영상, 또는 이미지를 앞에 둔 사람에게 어둠은 매우 까다로운 존재이다. 어둠을 빛과 이미지의 부재 상태라고 가정했을 때, 어둠에 대해 생각한다는 건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둠은 이미지 외부에 있는 블랙 바(Black Bar) 정도로만 취급하고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는 게 쉽고 효율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어둠을 중심에 두고 이미지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보기에 따라 어둠은 모든 이미지들을 가능케 하는 전제 조건이라 볼 수도 있고, 이미지가 끝내 가 닿지 못하는 어떤 한계 영역이라 볼 수도 있다. 또는 어둠이란 존재 자체가 굉장히 풍성한 볼거리를 담고 있는 고유한 이미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즉 우리는 어둠을 이미지와 빛의 부정으로 정의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유의미한 존재라고 가정해보았다. 나아가 어둠에서부터 시작해 우리를 둘러싼 빛과 이미지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려 노력했다. 이번 특집에는 7명의 필자가 참여하였다. 주제를 다루는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어둠의 존재를 전면에 부각시키려는 적극적인 시도를 찾아볼 수 있다. 김보년은 한국의 한 멀티플렉스에서 작년부터 새롭게 선보인 ‘블랙 스크린’ 극장을 방문한 뒤 그 경험을 들려준다. 영화 관람의 필수 조건이었던 어둠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미래의 영화관의 풍경을 약간의 근심과 함께 상상해본다. 이한범은 문세린 작가의 작업을 통해 어둠을 어떻게 창작 행위의 주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때 드러나는 어둠의 성격은 어떤 것인지 고민한다. 특히 어둠이 ‘나’를 보게 하는 조건이자 매체라는 지적은 우리에게 더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준다. 김지훈과 남수영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어둠의 계보학을 작성하였다. 이들은 모두 극장 안의 어둠을 공통적으로 언급하지만 관점의 미묘한 차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흥미롭다. 김지훈은 극장 안의 어둠이 절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제도임을 알려준다. 그는 19세기와 20세기 초에 등장했던 다양한 영사 장치를 예로 들며 ‘검은 스크린’에서 이어지는 또 다른 이미지와 어둠의 계보를 상상하게 만든다. 남수영 역시 인공적인 어둠의 존재로 글을 시작한 다음 광학 장치의 원리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카메라 옵스큐라에 대해 논의한다. 그리고 투명하게 보기와 반대의 뜻을 가진 ‘옵스큐란티즘’을 제시하며 지각 행위에서 오랜 시간 밀려나 있었던 어둠의 존재를 우리 앞에 정면으로 세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둠은 빛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둠’이어야 하는 고유한 존재이다. 권세미는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 영화 <언더 더 스킨> 등의 작품을 자유롭게 오가며 이들이 어둠을 어떻게 불러오고 사용하는지 꼼꼼하게 기록한다. 활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 이미지들은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특별히 주의 깊게 바라보아야 할 어떤 것이다. 홍철기와 박준상은 어둠이란 개념을 정치?경제적인 맥락으로 과감하게 확장시킨 글들을 보내왔다. 홍철기는 오랜 기간 ‘상식’으로 받아들여졌던 중세 이후의 합리주의에 대해 새롭게 문제를 제기하며 번역, 혹은 재현에 끼어들 수밖에 없는 어둠의 존재를 상기시킨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는 절대 어둠을 피할 수 없으며, 나아가 어둠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끌어안을 필요를 느껴야 한다. 박준상은 어둠과 자본주의를 연결시켜 이야기한다. 그는 자본의 관념이 우리를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독특한 주장에서 시작하여 그 저항의 의미로 어둠을 호출한다. 그리고 두 개의 인터뷰와 한 개의 대담을 실었다. 현소영은 김아영과, 정혜선은 에릭 보들레르와 그들의 영상 작업에 대한 친밀한 대화를 나누었으며, 클레르 애더튼, 니콜 브레네즈, 에릭 보들레르는 퐁피두센터에서 아다치 마사오의 <약칭: 연쇄사살마> 를 상영한 뒤 서로의 생각을 들려주었다. 이들의 작업에 친숙한 사람들에게는 더 깊은 이해의 장이, 이들의 작업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이미지와 영상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배울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이번 호 특집의 제목은 ‘어둠’이다. 처음에는 보다 근사한 제목을 붙이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하였지만 필자들의 글을 하나씩 읽어보면서 결국 이 제목으로 마음을 굳혔다. 어둠 그 자체와 직면할 수 있는, 생각보다 어려운 행위의 유용한 참고서 역할을 하길 바란다. - (김보년)

유령과 파수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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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운성 지음 미디어버스 발행 2018년 7월 10일 발행 ISBN 978-89-94027-90-6 (94600) 978-89-94027-89-0 (세트) 126x195mm / 480페이지 값 25,000원 영화평론가의 눈에 비친 동시대 영상문화의 풍경 『유령과 파수꾼들』은 영화평론가 유운성이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쓴 글 가운데 33편을 모은 책이다. 2001년 『씨네 21』 영화평론상 수상으로 등단한 이후 그는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와 문지문화원사이 기획부장을 거치면서 영화에 대한 다양한 글을 써왔다. 여기에 수록된 글에서 저자는 영화평론가 뿐만 아니라 잡지 편집자와 영화제 프로그래머 일을 통해 축적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녹여낸다. ‘우정을 위한 거리’, ‘뤼미에르 은하의 가장자리에서’, ‘픽션에 대한 물음들’, ‘고다르(의) 읽기’, ‘당신을 바라보기 위하여’, ‘지금 여기의 가장자리’, ‘포르투갈식 작별’과 같은 챕터 제목 만으로 이 책의 성격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저자가 후기에서 밝혔듯이, 영화라는 한정된 영역에 머물지 않고 동시대 예술과 사유라는 보다 폭넓은 맥락에서 글을 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글들이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통념을 의심하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 통념에 익숙한 이들에게 유운성의 사유는 낯설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다루는 대상이 그렇게 낯선 것만은 아니다. 이 책은 크리스찬 마클레이와 같은 영상작가부터 히치콕과 고다르, 그리고 페드로 코스타와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 주앙 세자르 몬테이로와 같은 동시대 포르투갈 감독까지를 아우른다. 하지만 그는 작가들에 대한 일반적 해석을 경계하고 개념어가 가진 추상성을 거부하면서 자신만의 정교한 사유를 따라 씨네필의 경전을 재구성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유령과 파수꾼들’이라는 글에서 유운성은 미술작가 그룹 옥인 콜렉티브를 경유해서 현대미술에 이야기를 걸기도 하고, 박솔뫼나 장보윤 같은 소설가나 사진 작가들의 작업을 경유해 동시대 영상에 대해 우회적으로 숙고해 보기도 한다. 이 책이 ‘우정을 위한 거리’라는 제목의 챕터로 시작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유운성은 이 책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감독과 영화를 다루면서 새롭게 발견하고 사유의 대상이 된 영화의 주변부 이야기를 포함시킨다. 혹은 다르게 표현하자면 이 책은 그 ‘가장자리’에 의해 새롭게 갱신되어야 할 ‘영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동시에 ‘뤼미에르 은하의 가장자리에서’와 ‘픽션에 대한 물음들’과 같은 챕터에서 유운성은 자신의 사유의 근본이 되는 ‘이미지’, ‘픽션’, ‘에세이 영화’ 같은 중요한 개념들을 여러 개의 글을 통해 새롭게 직조한다. 이러한 사유는 독자에게 ‘이미지’나 ‘픽션’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주기보다 이러한 개념들이 영화나 오늘날 영상문화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어떻게 재고되어야 하는지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비평가들조차 영화를 예술이나 문화 산물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지금 유운성은 영화나 동시대 이미지 문화가 과연 고유의 언어로 사유될 수 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영화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나 영화가 어떻게 되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유운성이 소위 ‘영화계’라는 한정된 영역에 고정되고 않고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하나의 풍경으로 사유한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은 2000년대 씨네필 문화의 영광과 쇠락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갱신한 어느 신중한 비평가의 노작이다. 목차 우정을 위한 거리距離 우정의 이미지들 ‘영화-편지’의 조건, 또는 ‘영화-편지’는 가능한가 파편들 키노-아이, 사물의 편에서 유령과 파수꾼들 뤼미에르 은하의 가장자리에서 시간의 건축적 경험 고유명으로서의 이미지 떠도는 영화, 혹은 이름 없는 것의 이름 부르기 밀수꾼의 노래: 다시 움직이는 비평을 위한 몽타주 사막은 보이지 않는다: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픽션에 대한 물음들 형상적 픽션을 향하여: 커모드, 아우어바흐, 그리고 영화 천일야화, 혹은 픽션 없는 세계에 저항하기 텍스트 소셜리즘, 모든 이름들을 위한 바다: 박솔뫼의 『머리부터 천천히』 픽션 없는 사진들을 위한 모험, 그리고 흔적에 대한 책임: 장보윤의 ‘다시 이곳에서: 마운트 아날로그’ 고다르(의) 읽기 〈영화의 역사(들)〉과 고다르의 서재 〈언어와의 작별〉 고다르의 〈인디아〉(로베르토 로셀리니, 1959) 리뷰에 대한 세 개의 주석: 에세이 영화에 대하여 당신을 바라보기 위하여 내 곁에 있어 줘: 필립 가렐과 고독의 인상학 하나의 시선을 위한 퍼포먼스: 나루세 미키오에 대한 노트 지금 여기의 가장자리 부재의 구조화와 분리의 전략: 〈두 개의 문〉 음각(陰刻)의 기술: 이미지, 재난의 가장자리에서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가난한 세대의 놀이: 박병래의 영상작업에 대한 노트 장소 없는 시대의 영화를 위한 에토스: 박홍민의 〈혼자〉와 장우진의 〈춘천, 춘천〉 포르투갈식 작별 시네마-에이돌론: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 입문, 혹은 논쟁을 위한 서설 출항을 앞둔 방주의 주인에게 보내는 편지: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의 〈방문, 혹은 기억과 고백〉 신의 숨바꼭질: 주앙 세자르 몬테이로의 우화와 노년의 희극 지하로부터의 수기: 페드로 코스타의 〈호스 머니〉 당신의 그림자를 껴안으면서: 페드로 코스타와 후이 샤페즈의 ‘멀리 있는 방’ 유령들: 주앙 페드로 호드리게스의 〈성 안토니오 축일 아침〉 부록 영화비평의 ‘장소’에 관하여 암살과 자살 영화제의 검열-효과에 관한 노트 후기 수록된 글의 출처 저자 소개 유운성 영화평론가.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를 졸업했고 대학 시절 영화연구회 얄라셩에서 활동했다. 졸업 후 잠시 광고회사에서 일하다 2001년에 『씨네21』 영화평론상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영화평을 쓰기 시작했다.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2004~2012), 문지문화원사이 기획부장(2012~2014)으로 일했고 현재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로 있다. 『인문예술잡지 F』 편집위원을 지냈고 2016년에는 미디어버스의 임경용과 함께 영상비평지 『오큘로』를 창간, 공동발행인을 맡고 있다. 책 속에서 “이미지가 없는 곳에는 우정도 적대도 없다. 이미지는 우정과 적대 모두의 코라chora, 즉 가능성의 조건이다. 따라서 우정의 이미지란 내기에 걸린 이미지다. 우정 없는 삶은 고독하고 적대 없는 삶은 공허하다. 하지만 이미지 없는 삶은 삶이라 불릴 수조차 없다.” (16페이지) “초현실주의가 꿈, 몽상, 광기, 우연 등의 비이성적 혹은 무의식적 영역에 관심을 기울였음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 경험을 넘어선 비인칭적 무의식 — 개체적 수준이 아니라 종적 수준에서 작동하는 무의식 — 에 대한 관심, (칸트의 용어를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허락된다면) 무의식의 초월론적transcendental 조건에 대한 관심이었음을 유념해야 한다. 앙드레 브르통이 자동기술법이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시를 써도 된다는 식으로 이해되는 것을 그토록 혐오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초현실주의의 창작기법들은 무의식의 초월론적 조건이 의식의 도구나 산물(언어와 오브제)과 충분히 무매개적으로 상호작용하게끔 하기 위해 개인적이고 의지적인 것의 흔적을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가능한 지우는 ‘실험’의 기술로서 고안된 것이다.” (79페이지) “언어에서의 이름, 혹은 회화, 사진, 음악 및 공연예술 등에서 비-언어적이지만 ‘고유명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호들과 사건들은 나뉘어 나누어지는 순간 이름으로서의 특성을 전적으로 잃게 된다. 하지만 영화적 이미지는 나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적 이미지는 고유명의 가능성을 간직한 채로 그토록 용이하게 영화 바깥으로, 갤러리로, 무대로, 지면으로, 그리고 가능한 모든 곳으로 나뉘어 나누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영화적 이미지는 이름으로 불리는가?” (122페이지)

장식과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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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로스 지음 현미정 옮김 2018년 8월 10일 발행 ISBN 978-89-94027-91-3 152x220mm / 352페이지 값 25,000원   우리에게 「장식과 범죄」라는 글로 잘 알려져 있는 아돌프 로스는, “로스는 우리의 발밑을 쓸었다”고 말한 르 코르뷔지에의 표현대로 아르누보 시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 시대를 알리는 건축을 정의하고 실현한 건축가로 평가 받는다. 건축가로서의 명성 외에도 그를 자주 언급하고 인용하는 이유는 그의 저작과 관련해서이다. 1921년 발간된 『허공에 외쳤다』와 1931년 발간된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1896년 로스가 미국에서 돌아와 여러 언론매체에 쓰기 시작한 사설과 논평, 강연들을 묶은 책으로 건축을 포함한 당시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비평서다. 이 책은 이후 지속적으로 재판, 재편집, 각국의 번역본 등으로 출판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1931년 인스부루크의 브렌너 출판사가 문장을 소소하게 수정, 삭제하여 펴낸 판본이 재편집되어 발간되거나 번역본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아돌프 로스가 생전에 직접 선별하고 편집한 판본이므로 로스를 이해하는데 가장 좋을 것으로 판단하였고 따라서 여타의 번역본들과 같은 재편집이나 도판을 첨부하지 않고 이 판본을 번역, 편집하였다. 단지 이 두 권의 책을 합본하고 로스의 글 가운데 가장 유명한 비평인 「장식과 범죄」를 제목으로 삼아 출간하는 점이 다르다 하겠다. 아돌프 로스는 1870년 지금의 체코 브르노에서 태어났다. 석공이자 조각가였던 아버지 덕분에 로스는 어린 시절 공예공방 동네를 놀이터로 삼아 성장했고 그 후 보헤미아에 있는 공예학교와 빈의 미술대학을 거쳐 드레스덴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1893년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카고 박람회를 보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삼 년간 체류한다. 그곳에서 그는 공사판과 접시닦이를 전전하며 생활비를 벌어야하는 빈곤 속에 살았지만 루이 헨리 설리반과 프랑크 로이드 라이트와 같은 인물들로 대표되는 미국의 진보적 건축이 꽃피던 시기를 체험하고 완전히 새로운 건물유형(고층건물, 사무실건물과 백화점 등)과 이를 표현하는 새로운 정신을 접하고 큰 자극을 받는다. 세기의 전환기에 실용과 합리를 추구했던 미국이 지향한 고전주의 건축에서 로스는 고대의 형태적 자산과 그리스적 가치관을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그의 건축관에 본질적인 요소로 자리 잡는다. 26세의 나이로 빈에 귀향한 로스는 영미의 근대성과는 한참이나 떨어진 오스트리아의 퇴행성을 보고 그의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건축가로서 사무실을 열었지만 일은 들어오지 않았으며, 평론가로서의 활동은 허락되어, 그의 전방위적인 문화비평의 시기를 연다. 처음에는 주간지와 일간지에, 1903년 이후로는 문인이자 그의 지우인 페터 알텐베르크와 함께 주간한 자신의 잡지에 글을 발표하며 특히 당시의 주류세력이었던 제체시온(빈 아르누보)을 강하게 비판한다. 이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카를 크라우스라는 인물의 존재가 큰 힘이 되었다. 탁월한 언어능력으로 논쟁과 풍자의 대가였던 크라우스는 『횃불』이라는 자신의 잡지를 도구로 ‘예술의 도시’ 빈에 숨겨져 있던 위선과 부패를 들춰내고 비판한 인물이었다. 당시의 빈은 왜 이러한 인물들의 공격의 대상이 되었을까. 당시 빈은 벨 에포크(Belle Époque)로 불리는 시대를 입증하고도 남을 만큼 문학, 음악, 미술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들의 예술에 대한 몰입은 시대의 변화와 보조를 맞추지 못한 19세기 후반의 오스트리아(또는 합스부르크 왕조)의 사회적 구조를 외면하는 일종의 도피처였다. 그래서 로스를 비롯해 그와 뜻을 같이했던 소수의 인물들에게 이 탐미주의는 근대를 맞이하는 진정한 시대의 산물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현재의 나를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 않는 ‘게으른(니체의 표현에 따르면)’ 자들의 구태와 봉건성이 넘쳐났고, 또한 그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과장과 과잉을 일삼았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로스의 분노는 그래서 그들의 양식이나 취향을 향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들의 허세와 위장을 향한 것이며, 나아가 그의 치열한 투쟁은 그 가면을 벗기고 ‘오늘’에 뿌리박은 시대의 진정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가 찾은 건축의 진정성은 고트프리드 젬퍼가 주장한 목적, 재료, 기술에 있었다. 즉 건물의 실제 목적에 부합하는 건축, 재료를 위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건축, 그리고 그 시대가 보유하고 있는 진보한 기술로 지어진 건축을 말한다.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진정 그 시대의 정신을 표현하며 그래서 아름다움으로, 그 시대의 양식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축과 도시는 어느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고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무언가가 될 수 없다. 도시의 건축은 그 집단의 정체성의 표현이며 모든 주거인에게 공평한 보편성을 담보해야 한다. 그래서 로스는 그 시대의 정신을 그렇게 강조하면서도 건축을 천재 개인이 만들어내는 예술의 영역에서 제외시키고 ‘전통’을 언급한다. 그런데 바로크의 도시 빈에서 그가 건져 올린 전통은 고대의 정신이었다. 전시대의 봉건성을 탈피하고 근대정신에 뿌리박은 시민계급의 문화를 추구했던 로스에게 합목적성을 바탕으로 한 고전주의는 피해갈 수 없는 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건물은 특히 외관에서 고전주의의 면모를 강하게 보여주는데 반해, 내부공간은 상당히 자유로운 구성을 보여준다. 이는 로스의 논리에 따르면 공간의 합목적성과 공간계획(Raumplan)의 실현이지만, 그 결과 그의 내부공간은 다양한 경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엄격하고 단단한 외피로 둘러싸인 개인의 자유로운 공간을 생산한다. 이 점이 로스의 중요한 업적일 것이다. 형태는 보편을 지향하지만 공간은 개별성을 지향한다는 점, 눈에 보이는 형태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에 주력한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것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인식함은 분명 인간 정신의 성숙일 것이다. 물론 당시에 로스만 이러한 인식을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근대 건축 운동은 말기에 형식적인 공간분할로 건축의 고유성을 상실했으며, 이후에 나타난 형태의 모호성으로 건축의 보편을 잃어버렸던 사실을 상기해 볼 때, 그리고 지금도 상당부분 이 지점에서 방황하고 있는 현대 건축을 볼 때, 현대의 건축가들이 로스를 다시 찾는 이유도 이 지점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듯 이 책이 백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끊임없이 회자되는 이유는 문필가로서의 재능에 힘입은 바도 있지만, 새로운 건축에 관한 논리와 제시, 사회 전반에 걸친 그의 굽히지 않는 저항과 비평이 세기가 바뀌어도 여전히 설득력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차 허공에 말했다 초판을 내면서 공예학교의 학생전시회 오스트리아 박물관의 성탄절 전시회 공예전망 1 공예전망 2 오스트리아 박물관의 영국학파 은세공 공방과 그 이웃 신사복 새로운 양식과 청동 산업 인테리어 로툰데의 인테리어 앉는 가구 유리와 점토 호화 운송수단 배관공 신사 모자 족복(足服) 제화공 숙녀복 건설 자재 피복의 원리 속옷 가구 1898년의 가구들 인쇄공 오스트리아 박물관의 겨울 전시회 오스트리아 박물관 둘러보기 빈의 스칼라 극장 멜바와 함께한 나의 등단 어느 가난한 부자의 이야기 저자 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판을 내면서 두 권의 『다른 것』에서 발췌한 글들 나의 생애에서 도자기 최고로 아름다운 내부 공간, 최고로 아름다운 궁전, 최고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건물, 최고로 아름다운 새 건물, 최고로 아름다운 빈의 산책로 나의 건설학교 문화 과잉의 것들 문화의 변질 장식과 범죄 울크에게 건축 소간주곡 빈 사람들에게 고함 미하엘러플라츠의 집에 대한 두 논평과 편지 하나 음향의 불가사의 베토벤의 병든 귀 카를 크라우스 산에 집을 짓는 자들을 위한 규칙들 향토 예술 손 떼! 페터 알텐베르크와의 이별 독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들 단지 주민의 날 주거를 배우자! 가구의 추방 장식과 교육 아르놀트 쇤베르크와 그의 동시대인들 현대의 주거단지 짧은 머리 가구와 인간 요제프 파일리히 옮긴이의 글 개정판을 내면서 저자 소개 아돌프 로스 현재의 체코 브르노에서 태어나 빈에서 활동한 오스트리아의 건축가이자 비평가이다. 그는 「장식과 범죄」(1908)를 비롯한 많은 사회 · 문화 비평들로 빈 아르누보(제체시온)에 반기를 들고 현대의 정신이 나아갈 바를 제시하였다. 후에 『허공에 말했다』(1921), 『그럼에도 불구하고』(1931)로 발간된 그의 논평들은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또 이에 못지않게 그의 첫 번째 건물 미하엘러플라츠 하우스(1911)는 당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고, 르 코르뷔지에가 “우리의 발밑을 쓸어주었다”고 평하듯 근대건축의 신호탄이 되었다. 그의 치열한 투쟁은 외롭고 험난한 길이었지만 오늘날 그의 글들이 끊임없이 회자되고 또 중요한 근대 건축가로 거론된다는 것은 분명 그가 “허공에 말하지 않은” 증거일 것이다. 역자 소개 현미정 한국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베를린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대학에서 건축설계를 강의하고 건축설계사무소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번역을 하며 건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책 속에서 “실용적이라 함은 그래서 모든 의자에 해당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만약 실용적인 의자만을 만든다면, 우리들은 실내장식가의 도움 없이도 완벽하게 집을 꾸밀 수 있을 것이다. 완벽한 가구는 완벽한 방을 만든다. 그래서 우리의 도배공이나 건축가, 화가, 조각가, 실내장식가 등등의 과제는 그곳이 화려한 공간이 아닌 주거공간인 한, 완벽하고 실용적인 가구를 생산하는 것에 머물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는 이 분야에서 영국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우리 가구장이들에게는 이를 복제하라는 충고밖에는 할 수 없다. 우리 가구장이들도 실생활과 동떨어져 있지 않았더라면 분명 누구의 영향 없이도 그 비슷한 가구를 생산했을 것이다. 왜냐면 한 문화권 내에서 같은 시대에 만들어진 가구들 사이의 차이란 아주 미미해서 민감한 전문가의 눈에나 띌 정도기 때문이다.” (67페이지) “최고로 아름다운 내부 공간. 슈테판 대성당. 내가 너무 뻔한 말을 했나요? 그렇다면 더더욱 좋군요.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교회 공간을 가지고 있다고 그리 자주 말할 순 없을 테니까요. 이것은 우리가 우리 아버지들에게서 물려 받은 죽은 유품이 아닙니다. 이 공간은 우리에게 우리의 역사를 이야기해줍니다. 전 세대가 여기에서 함께 일했고, 그들의 언어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우리의 언어를 제외하고. 우리는 그들의 언어로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공간은 가장 훌륭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사십 년 동안 그 동업자들이 침묵했기 때문이지요. 교회의 창을 알아 볼 수 없는 황혼녘. 그러다 공간은 그에게 밀려옵니다. 그 순간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걸 나는 압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 공간을 지나 거리로 발을 내딛는 순간, 자신을 엄습하는 그 느낌을 확인했을 것입니다. 그것은 베토벤의 5번보다도 강렬합니다. 5번은 삼십 분이나 걸리지요. 성 슈테판은 삼십 초면 족합니다.” (209페이지) “오늘날 인류는 예전보다 건강하다. 병든 자들은 몇몇 소수뿐이다. 그런데 이 소수가 너무 건강해서 어떤 장식도 발명할 수 없는 노동자들에게 폭군처럼 군림한다. 그들은 노동자들에게 자신이 발명한 장식을 여러 가지 재료에 시험해 볼 것을 강요한다. 장식의 변화는 생산품의 보다 빠른 가치하락을 초래한다. 노동자의 시간, 사용된 재료는 사라져 버릴 자본인 것이다. 원칙 하나를 말하겠다. 어떤 물건의 형태가 오래도록 유지되면, 다시 말해 오래도록 싫증나지 않는다면, 그 물건은 물리적으로 그만큼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이다. 내가 설명을 해보겠다. 양복은 값비싼 모피보다 자주 그 형태를 바꿀 것이다. 하룻밤을 위한 여자의 무도회복은 그 형태를 책상보다 빠르게 바꿀 것이다. 아, 그런데 이럴 수가, 그 낡은 형태가 참을 수 없어서 책상을 무도회복만큼 빨리 바꾼다면, 책상에 사용한 돈은 잃어버리는 것이다.” (231페이지) “현대의 인간은, 현대의 신경을 가진 인간은 장식이 필요치 않습니다. 반대로, 그는 그것을 혐오합니다. 우리가 현대적이라고 칭하는 모든 사물들은 장식이 없습니다. 우리의 옷, 우리의 기계, 우리의 가죽제품 그리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사물들은 프랑스 혁명 이후 더 이상 장식하지 않습니다. 여자들의 물건을 제외하고. 이것은 그러나 다른 주제입니다. 장식은 일부의 인류가 — 나는 그들을 문화가 없는 부류라고 칭합니다 — 좌지우지하는 사물에만 있습니다. 바로 건축가들입니다. 건축가의 영향 아래서 생산된 일상용품들은 언제 어디서나 시대 적절하지 않은, 다시 말해 비현대적인 것뿐입니다. 이는 물론 현대적 건축가들에 의해서도 만들어지지요. …… 일상용품에 예술을 허비하는 것은 문화가 아닙니다. 장식은 더 많은 노동을 뜻합니다. 자신의 이웃에게 과잉의 노동을 짊어지게 한 18세기의 사디즘은 현대의 인간에겐 낯선 것이며, 그에게 더더욱 낯선 것은 원시민족의 장식입니다. 그것은 철저히 종교적, 에로스적 기호의 의미이며 그 원시성 덕분에 예술과 구분되는 것입니다. 장식이 없음은 매력이 없음이 아니고, 새로운 매력으로서, 살아 움직입니다. 덜걱거리지 않는 물레가 그 방앗간 주인을 깨웁니다.” (30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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